자각몽[lucid dreaming, 自覺夢]:수면자 스스로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채로 꿈을 꾸는 현상
*
눈을뜨자마자 무언가에 홀린듯이 핸드폰을 켜 인터넷에 접속했다.
없다.
검색창에 엑소를 쳐도 멤버들의 이름을쳐도 나오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급기야 사람들이 잠을 자고 있을 이른 시간에 나와 같이 엑소를 좋아하던 친구에게 카카오톡을 전송했다.
오전 5:44 야
오전 5:44 없어
오전 5:55 없어졌어 검색창에
카톡을 전송한 후 혹시나하고 갤러리에 들어가보았지만 없었다.
내가 수없이 저장했던 멤버들의 사진이 깨끗하게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다.
나는 삭제한 적이 없는데, 약 1000장이 넘었던 사진들이 한순간에 없어져버렸다.
갤러리와 마찬가지로 음악플레이어에도 역시 내가 수없이 들어왔던 그들의
노래목록들이 없어져있었다.
얘들이 사라졌다.
'카톡-'
카카오톡의 알림음이 울렸다.
오전 5:44 야
오전 5:44 없어
오전 5:55 없어졌어 검색창에
정연주
뭐라는거야 오전 6:01
정연주
없어지긴 뭐가 없어져 오전 6:01
오전 6:02 얘들 사진이랑 얘들 음악파일
오전 6:03 너도 봤었잖아
정연주
뭘 오전 6:04
정연주
얘들이 누군데 오전 6:04
오전 6:05 엑소
정연주
엑소가 누군데? 오전 6:06
*
사람들이 엑소를 모른다. 열두명으로 구성된 아이돌을,
수많은 무대와 노래들을 나만 알고있다.
엑소가 대상을 받았던 프로그램을 검색해보았다. 대상 수상자가 엑소가 아닌 딴 가수의 이름으로 되어있었다.
흔적도 없이 하루아침에 사라진건 말이 안되잖아.
이건 꿈이야, 지금 내가 꿈을 꾸고있는거야.
내가 지금 이상한 꿈을 꾸고있다고 생각하며 미친듯이 뒤졌던 핸드폰을
머리맡에 놔두고 다시 잠에 들었다.
*
이거보여? 난 아까 꿈을꾼거야.
지금 내폰에 있는 갤러리의 사진들도 노래들도 모두 그대로잖아.
인터넷에 엑소를 치면 수없이 나오는 사진들과 정보들, 내가 잠시 꿈을꾼거다.
계속 나오는 사진들에 안심하며 모바일로 인터넷에 들어가는순간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있는 너희의 이름들.
'엑소 컴백예고'
"컴백을 한다고?"
약 4개월만의 컴백이였다. 타이틀 곡은 '중독(Overdose)'
벌써 하이라이트 메들리가 공개 되었던 상황이였다.
그럴리가 없는데, 아무 예고도없이 뜬금없이 컴백과 하이라이트메들리를 같이 공개 했을리가 없는데.
주변 반응을보니 이미 알고있었다듯이.
"모르고 있었어?"
대부분의 반응이였다. 하루도 빠짐없이 스케줄을 확인하는 내가 컴백소식을 모를리가 없는데.
*
침대에 누워있던 나는 다시 눈을 떴다. 나도 모르게 잠에 빠졌었나보다.
거실로 나가 충전기에 꼽혀있던 핸드폰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거실에 내 핸드폰은 없었다.
혹시나해서 침대로 다시가보니 꿈에서 머리맡에 놓았던 핸드폰이 또다시 머리맡에 그대로 놓여있었다.
핸드폰을 집어 갤러리에 있는 사진들과 음악들을 확인했다.
확신한다, 또 그꿈이다. 꿈에서 빨리 깨어나길 바라며 집안 어딘가에 있었던 수면제를 먹고 다시 잠에 들었다
아까도 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우니 꿈에서 깨어났었으니까.
어차피 이건 꿈속이니 수면제를 먹든 무슨 짓을 하든 용서가 될것이다.
하지만 나는 불행하게도 이때까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있었다
꿈속이라 생각했던 것이 현실이며, 현실이라 생각했던 꿈에서 깨어났을땐
내가 부정하고 있던 모든것이 현실이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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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를 먹고 꿈이라고 생각했던 시점이 실제 여주가 살고있는 세상입니다:)
'엑소'라는 그룹 자체가 여주 꿈에서만 일어났던 이야기인데
여주는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있어요
그나저나 우리 얘들이 꿈에서만 나타난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지간히 괴로운일이 아닐수가 없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주 이자식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