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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얼굴꿀잼 전체글ll조회 960l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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첵랍콕 국제 공항은 늘 그렇듯 사람이 많았다. 사람들은 지치거나 들뜬 표정으로 앉아있거나 바삐 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나와 쉬시만 못이 박힌 듯 제자리에 서 있었다.

검은 디올 선글라스를 벗어 자켓 주머니에 집어 넣은 쉬시는 입술을 몇번 달싹이다 다시 꾸욱 다물었다.


"...몇시 비행기라고 했지?"

"2시."


처음 만난 그 날처럼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갑작스러운 미국행에 말문이 막힌 것은 나 뿐만이 아니라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가야한다는 쉬시는 눈썹을 있는대로 늘어뜨리며 칭얼거렸다.

그가 구태여 말 하진 않았지만 쉬엔을 뻥 차버림으로써 괜찮은 파트너를 잃어버린 쉬시의 회사는 작은 비상등이 켜진 모양이었다.

이번 미국행도 비즈니스를 위해 아버지 보좌 겸 후계자 수업을 위해 동행하는 걸테지. 떠나야 한다고 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 내 눈치만 보고 있는 저 큰 눈이 귀엽고 웃겨서 결국 피식 웃었더니 그 순간만을 기다린 듯 내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왔다.


"...나 없이 잘 있을 수 있지? 혹시 누가 괴롭히면 연락해. 알았지, 여주?"

"쉬시. 지구 건너편에 있는 네가 뭘 해줄 수 있겠어? 나 걱정하지 말고 너나 잘 해. 난 잘 있을거니까."

"미안해."


시무룩하게 삐죽 튀어나온 입술이 귀여웠다. 

언제부턴가 그저 귀여워진 이 남자애가 싫지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더 어색해서 잡힌 손에 힘을 주니 쉬시가 퍼뜩 놀라며 손을 놓아주었다.

조금 아쉽다, 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상한 걸까?


"미안. 이제 가봐야겠어."

"잘 가."


잘 가라는 내 담백한 인사에도 걸음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그저 바라보던 그는 머뭇머뭇 손을 들어 내 얼굴을 쓸었다.

나를 바라보는 그 얼굴이 방금 이별 한 사연 많은 남자의 얼굴이라서 나는 상황을 망각하고 하마터면 조금 웃을 뻔 했다.


"보고싶을거야, 여주."

"쉬시, 원한다면 영상 통화를 할 수도 있고 짧게나마 너를 만나러 가거나 네가 올 수도 있을텐데 뭐가 그렇게 애절해?"

"나를 만나러 와 줄거야?"


쉬시의 눈이 반짝이며 입가엔 환한 미소가 걸렸다. 내가 저를 만나러 간다는 말이 그리도 기쁠까. 괜히 내가 뭐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생각해보고."

"꼭 와, 기다리고 있을게!"

"어서 가. 비행기 시간에 늦겠어."


괜히 투덜거리며 그의 등을 꾹꾹 밀자 쉬시는 손을 흔들며 멀어졌다.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까지 빼꼼 고개를 빼들고 나를 바라보는 그에 주변의 몇몇은 귀엽다는 듯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그 애가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나는 황쉬시를 좋아하게 된 걸까, 아님 처음 겪는 끝없는 다정에 잠겨 나를 잊어버린 걸까.

아무리 생각 해봐도 결론은 하나였다.

난 결국 그 애를, 황쉬시를 좋아하게 되어 버렸다.

나를 열성을 다 해 좋아해주는 모습에 마음이 움직이게 돼 버렸다. 

이젠 어떡해야하지. 심장께가 괜히 간질거렸다.






한숨을 내쉬며 공항 게이트를 벗어나자마자 누군가가 내 어깨를 감싸듯 잡아왔다.

놀라서 몸을 비틀었지만 껴안듯 나를 잡은 그는 소리도 못 지르게 내 입을 틀어막고 내 팔을 단단히 붙잡은 채 어떠한 말도 없이 나를 검은 벤츠의 뒷자석으로 밀어넣은 뒤 차를 출발 시켰다.

백미러로 보이는 얼굴은 예전에 본가에서 몇 번 본 적 있는 얼굴이라 그저,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아버지가 벌인 짓인게 분명해 그저 가만히 숨을 죽인채 앉아 있었다. 손이 벌벌 떨렸지만 쉬시의 얼굴을 떠올리며 두려움을 참아냈다.




얼마나 달렸을까, 저 멀리 끝도 없이 펼쳐진 담벼락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납치 당하듯 돌아간 집에는 아버지가 어머니와 함께 서 있었다. 몸이 약해 늘 병상에 누워있던 그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아버지의 곁에 서 있었는데, 그녀의 품 안엔 아버지의 아들이 안겨 있었다.

그 둘, 아니 셋을 보자마자 숨이 막혀왔다. 그간 잠시 잊고 있었다. 원래 나는 이렇게 숨 막히는 곳에서 살았었는데.


쉬시를 떠올리며 최대한 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나는 두렵지 않다.

나는 무섭지 않다.


"어쩐 일로 부르셨어요? 그것도 이렇게나 무례하게."

"황쉬시가 미국으로 갔다지?"

"..."

"그 동안 그 뒤에 숨어서 히히덕 거리느라 뭐가 무서운 줄도 모르고 지냈겠구나. 안그러냐?"

"...글쎄요. 적어도 제가 왜 숨어야만 했는지, 그건 잊지 않았거든요. 기억 나시죠? 아버지께서 저 죽이려고 하셨던 거."

"..."

"지금 당장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데 누구 손이든 안빌리고 싶었겠어요?"


내 건방진 말투에 헛웃음을 지은 아버지는 쯧쯧 혀를 차며 푹신한 엔틱 소파에 몸을 뉘였다.


"니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누구 손해인지 모르겠느냐? 기업의 후계자는 네 혼자 힘으로만 되는게 아니란 말이야 이 멍청한 계집애야."

"상관 없어요. 어차피 정당한 후계자는 나 뿐이니까."

"나는 널 인정하지 않아, 내 뜻은 곧 임원진의 뜻이란 걸 모르겠어? 나의 모든 것은 내 아들의 것이고, 너는 그 회사의 끄트머리도 받지 못할 거라는 말이다. 어디서 건방진 태도야?!"


그 말을 들었음에도 이상할 정도로 화가 나지 않았다.

그저, 권력을 쥐고 휘두르려 하는 눈 앞의 남자가 한심하고 애잔할 뿐. 내가 자신의 말에 설설 기며 무릎이라도 끓을 것이라고 생각 한 건가.

한달 전이었다면 분명 그랬겠지. 분노에 차 떨면서도 이 남자의 앞에 무릎을 끓었을 것이다.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하지만 이젠 내게 등을 보일 수 있는 아군이 생겼다. 


"놀랍게도, 이젠 별로 상관 없어요."

"뭐?"

"이제 태어난지 1년이 갓 넘은 핏덩이가 회사를 물려받는게 타당할까요 아님, 나이며 회사에 대한 경영 지식이 풍부한 내가 후계자가 되는게 타당할까요. 당신이 아무리 억지를 써도 임원진이 그렇게까지 나약한 바보들은 아니란 말이죠.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날 불러 협박 하려고 한거. 아닌가?"

"...이,"

"당신은 나와 쉬시를 만나게 하지 말았어야 했어. 당신은 나한테 기대어 설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을 만들어 준거예요. 바보같긴. 계산 잘못 하셨어요."

"..."

"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제 약혼자가 가만 있지 않을 거예요. 중국 온 전역에 당신의 만행이 낱낱이 밝혀지겠죠. 그럼 지금껏 당신이 누리고 살아온 모든 것과, 앞으로 일구어 나가야 하는 모든 것. 다 불타 없어지는 거예요. 그렇게 된다면,"

"..."

"기껏 밖에서 낳아온 저 애는, 무슨 소용이죠?"


그 말에 이성이 끊어진 듯, 아버지는 벌떡 일어나 벌건 얼굴로 손에 집힌 화병을 쥐고 휘둘렀다.

코 앞을 스쳐 지나간 도자기에 중심을 잃고 뒤로 풀썩 쓰러졌다.

화병을 높이 치켜드는 그를 차마 두 눈 똑바로 뜨고 볼 수가 없어 눈을 꽉 감고 곧 닥칠 고통을 대비했다.

하지만, 그 고통은 다른 악에 받친 비명에 멈춰졌다.


"안돼, 내 딸이야! 그 애에게 손대지마! 여주에게 손끝 하나라도 댄다면, 당신 아들이 어떻게 될 지 두고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온 거실을 울렸다.

내 기억 속의 어머니는 늘 아프고 연약한 모습으로 침대 밖을 나온 적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두 눈을 무섭게 부릅뜨고 아버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의 몸이 분노로 벌벌 떨리고 있었다. 잊고 있었지만 지난 20년 가까운 세월을 아버지의 폭력과 냉대를 겪고도 살아남은 사람이다. 


비록 몸은 망가졌지만 하나 뿐인 딸을 향한 마음이 그녀를 움직이게 했다. 

그녀는 품 안의 아이를 잡아 떨리는 손으로 허공에다 매달았다. 그녀의 손에 대롱대롱 매달린 아이는 자세가 불편한지 뒤척이다 애앵-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온 집 안엔 아이 우는 소리만 들릴 뿐, 세 사람의 숨소리 마저 고요했다.


"...내려놔."

"우리를 내보내줘요. 이 지옥같은 곳에서 당장 내보내줘!"

"일단 아이를 내려놔!"

"당신은 늘 그 어떤 것도 당신 탓이라곤 생각 안하죠! 이젠 나도 못참아. 친정으로 돌아갈 거예요."


어머니는 부들부들 떨며 걸음을 옮겼다. 초조함이 묻어나는 종종 걸음이었다.

그녀는 지난 20년간의 서러움과 분노와 두려움이 폭발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얼굴이었다. 

나는 주춤주춤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뒤를 따라 나섰다. 

힐끗 뒤 돌아본 아버지의 표정은...말로 형용 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 마치, 악마가 있다면 저런 느낌일까.


열리지 않을 것 같던 거대한 철문이 열렸다가 닫혔다.

어두운 실내와는 달리 화창한 햇빛이 두 눈을 비추었다.

어머니의 흰 손이 내 손을 잡아왔다. 그녀의 두 눈엔 눈물이 글썽이고 있었다.


"이젠 다 괜찮을거야. 다 괜찮을거야."


순간 그녀의 얼굴과 쉬시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그래. 이젠 다 괜찮을 것이다.


벌써 그 애가 너무나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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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 기다렸어요ㅠㅠㅠ 아휴 여주 사이다ㅠ 쉬시가 여주한테 엄청 큰 힘이 되주네요ㅠㅠ 빨리 이어주세요! 달달한거 보여주세요!! 오늘도 너무 재밌는글 감사드립니다~
5년 전
독자2
여주 어머님...ㅠㅠㅠㅠ
5년 전
독자3
여주 엄마 진짜 뭔가 짠하고 좀 슬퍼요ㅠㅠㅠㅍㅍㅍ
5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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