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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P/대영] - royal plaza.06 (完) | 인스티즈

 

[B.A.P/대영] - royal plaza.06 (完) | 인스티즈

[B.A.P/대영] - royal plaza.06 (完) | 인스티즈 

 

쇼팽 Waltz No.10 In B Minor Op.69-2

 

 

 

 

 

 

 

 

[대현/영재] - royal plaza.06 (完)

 

 

 

W. 깔로레(Calore)

 

 

 

 

 

 

"진짜 오게요?"


"응, 왜? 한 번도 안간 사람처럼 말하네?"


"아니 그냥 바쁘다면서요?"


"오늘은 잠깐 시간이 나서 그래요 카페 안 간지 오래됐잖아요. 집도 아니고 괜찮아"


"나 곧 연주 하는데"


"되도록 맞춰서 갈게요"


통화가 끝나자 거울을 통해 옷차림과 머리를 다시 한 번 살피었다. 머리를 요리저리 돌리며 뒷머리 상태도 확인했다. 머리부터 발끝 까지 단정하고 깔끔한 것을 다 확인한 후에야 나는 거울 앞을 떠날 수 있었다. 스텝 룸에서 고개를 살짝 내밀어 카페 안을 보니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도 그렇게 적지도 않게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바에서 일하는 김힘찬.. 등 돌려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다가 시선을 땠다. 커튼이 닫힌 무대가 조금 부산스러운지 커튼이 조금씩 들썩거렸다. 아, 그러고 보니 저때 오너한테 물어보려다가 만 게 있는데. 스텝 룸에서 완전히 나와 오너를 찾아 걸어갔다. 카운터 안에서 오늘 메뉴를 체크하고 있는 오너가 보였다. 쪼르르 달려가 카운터 턱 하고 두 팔을 올리자 오너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누군가 했네. 오너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웃었다.


"오너, 물어 볼게 있는데요."


"뭔데?"


"무대 봐주시는 분들 회사 바뀌었어요?"


"아니? 그대로 일 텐데 왜?"


"평소 체크안 하시던 것도 물어보시더라고요 얼굴도 처음 보는 것 같고"


"그냥 직원이 바뀐 거 아니야?"


"..그런가?"


"나는 따로 바꾼 적이 없긴 한데 내가 한 번 확인해 볼게"


"아니요, 그때 좀 신경 쓰여서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그래 이따가 연주 잘하고"


"네~"


오너 말대로 직원이 바뀌었을 경우를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내가 이상하리만치 예민하게 굴었던 걸까.. 마주치는 사람과 간간히 인사를 하고 카페를 가로 질러 창문 쪽으로 갔다. 투명한 유리를 통해 건물 바로 앞이 보이는 창문이었다. 내려다보니 그 검은 차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정확히 그 검은 차가 뭔지 알려주지 않았지만 지례짐작 뭔지는 알 것 같았다. 남자가 나를 그렇게 싸고 도는 것도. 그쪽이 분명 보기싫은 혹을 때려 안달이 난 모양이지..혼자 중얼거리며 창문에서 떨어졌다. 소매를 걷어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곧 연주시간이 다가왔다. 오늘은 조용히 뒤를 통해서 올라가기 위해 무대 뒤를 향해 걸어갔다. 커튼 뒤로 들어갈 때 즘 낯익은 인영이 보여 다시 커튼에서 나와 살펴보았다. 여배우 분이셨다. 오늘도 오셨네? 인사를 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연주가 끝난 다음에 하기로 했다. 마침 조율을 마치고 무대 위로 피아노가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마무리를 하고 내려오는 분들이 나에게 인사를 하며 지나가셨다. 나도 그때마다 고개를 숙였다. 무대로 올라가 익숙한 자리에 앉았다. 역시 여기 앉을 때가 마음이 제일 편하다.


"조명 너무 눈부시거나 그러시지 않죠?"


자제를 들고 내려가려던 분이 내게 물었다. 나는 건반을 한 번 내려다보고 조명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음..조금 밝은 것 같기도요?"


"그럼 다시 맞춰드릴게요"


"근데 연주에 지장 줄 만큼은 아니니까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그러자 웃으면서 무대에서 내려가셨다. 오늘은 뭘 치지? 아까 보니까 차보다는 음식을 많이 드시던데 디너쇼 같은 분위기를 낼까?.. 항상 그 날 칠 곡을 그 자리에서 정하는 습관이 있다. 하지만 이런 저런 각을 해도 결국엔 내가 치고 싶은걸 치게 된다. 양쪽으로 무대 커튼이 열리자 건반위에 손을 올렸다.

 

 

 

자리에 앉아서 일을 보았던 서류들을 정리했다. 차분하게 정리했던 평소와 다르게 손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손을 움직이면서 비서님에게 빠지고 하지 않은 일은 없는지 확인했다. 다행히도 오늘 업무는 다 끝났다고 하셨다. 손목시계를 보았다. 조금 아슬아슬 한데.. 등받이에 걸어왔던 재킷을 걸치고 간단한 소지품을 챙겨 방을 나갔다.


"차 미리 준비해 뒀습니다."


"감사합니다."


나 때문에 비서님도 같이 바쁜 걸음으로 엘리베이터까지 단 숨에 걸어갔다. 엘리베이터를 누르고 위층에서 내려오는 층수를 손가락을 까닥이며 올려다보았다. 한층, 한층 내려오다 이윽고 땡 하는 기계음고 함께 문이 열리었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잠깐 멈칫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자동으로 닫히고 아래층으로 빠르게 내려갔다.


"지금 퇴근하는 게냐?"


"회장님께서도 지금 들어가십니까?"


"그래..바로 집에서 보겠구나."


"저는 밖에서 일을 좀 보고 들어가겠습니다. 먼저 들어가세요."


짧은 대화 끝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었다. 먼저 나가시게 자리를 비키고 열림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아버지는 집에서 보자는 말과 함께 실장님과 함께 먼저 나가셨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엘리베이터서 내렸다.


"차에 대해서 뭐 나온 게 있나요?"


"그 카페 앞에 세워진 차에 대해서 조사해 봤습니다만 이상한 점은 발견하지 못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상한 점은 아무 일 없이 세워진 것 자체네요.."


"그리고 차를 조사하면서 알게 된 것인데 최근에 실장님께서 한 업체와 왕래와 기록이 있습니다."


"업체요?"


"무대보조관련 업체였습니다."


"일 때문에 연락하신 거 아니에요? 우리 쪽에도 관련업체 있잖아요?"


"그게.. 저희 쪽의 업체가 아닙니다."


우리 쪽이 아니라고?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천천히 걸어가면서 생각해 보았다. 자사 쪽이면 관리도 아닐 테고 투자? 아니야.. 지금 모든 회사 업무나 정황을 아버지 쪽에서 보고 받고 있는데 그런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다. 시장조사 같은 그런 자질구례한 일을 실장님이 직접 가실리가 없고.. 골똘히 생각하다 비서님이 차 문을 열어줘서야 차에 올라탔다. 단순히 다른 이유에서의 일인가 아니면..

 

"최대한 연주시간에 맞춰 가겠습니다."


"..네.."


시계를 보았다. 아마도 연주도중에 카페에 도착할 것 같았다. 잠깐만, 연주..무대? 순간 둘의 연관성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설마 아니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애써 아닐거야 아닐 거야 부정해보지만 계속에서 불안한 예감이 엄습해왔다.


"죄송한데 그 업체가 최근에 거래한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어요?"        


"네 지금 바로 전화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조금만 더 빨리 가주셔야겠습니다"

 


   


카페에 피아노선율이 꾀 젖어들어 있었다. 언제나 들어도 좋은 리듬을 만들어내는 아이라고 오너는 감탄해 하면서도 뿌듯해 했다. 요즘은 베토벤 곡보다 쇼팽의 곡을 더 많이 치는 듯싶었다. 좋아하는 작곡가가 바뀌었나? 오너는 심심한 궁금증을 자아해 냈다. 카운터에 턱을 괘고 연주에 한 창 빠져 있었을 때 즘 아까 영재가 하는 말이 떠올라 턱을 들었다. 자신은 바꾼 적이 없지만 영재가 말한 것이 자기도 경쓰이게 되었다. 핸드폰과 작은 전화장부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전화장부를 뒤져 어렵지 않게 업체 번호를 찾아내었다. 번호를 누르고 익숙한 통화음이 두어 번 울리자 건너편에서 중년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너는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수고가 많으세요, 여기 항상 무대 관리 받고 있는 카페인데.. 아, 네네. 다름이 아니라 혹시 업체를 다른 곳으로 돌리셨나하고요"


[네? 아니요 그런 적 없습니다 사장님께서 직접 바꾸신 것도 아니고, 그런 일이 있었으면 연락을 분명히 드렸겠죠. 혹시 무슨 문제있으세요?]


"아니요, 그냥 좀 신경쓰이는게 있어서요."


딱히 걱정은 안했지만 오너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별거 아닌데 죄송합니다. 밤늦게."


[아닙니다, 뭔 일인가 했죠. 최근에 거기로 직원이 나간 적이 없는데..]

     
"..네? 어제도 오늘도 오셨는데요?"


[저희 직원이요? 어어? 그럴 리가 없는데 요 며칠 사장님 쪽에 저희 업체가 간 적이 없는데요?]


"아뇨 뭔가 착각 하신 거겠죠 여기에 계속 사람이 왔는데요?"


[아닌데..이쪽에는 사장님께서 몇 일간 오지 말라고 하셨다고 기록되어 있어요]


뭔가 크게 잘 못된 것을 느낀 오너는 전화를 끊고 급하게 다시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연주는 거의 막바지로 넘어갔다. 손님들이 앉아있는 어눅한 곳을 살짝 보았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듯 했다. 맞춰서 온다더니 역시나 늦네.. 그래도 뭐 오는 것에 만족하자 보는 게 어디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조금 아쉬웠던 마음을 달래보았다. 그때 싸워서 못 나눴던 이야기를 악보에 리듬에 맞춰 생각했다. 원래 말이 많은 성격이 아니었는데 그를 안 보다가 보게 될 때면 안 보는 동안 쌓인 하고 싶말이 터져 나와 완전 수다쟁이가 됐다. 다행이가 그가 싫어하는 것 같지 않지만 가끔 스스로 말이 너무 많나? 하고 느껴서 좀 자제를 할까 하고 생각을 하고 있다. 몇 마디 남지 않은 연주 중간에 내 잡스러운 생각만큼이나 카페가 조금 부산스러운 느낌이 났다. 무슨 일 있나? 신경은 쓰였지만 연주 때문에 주변을 둘러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건반을 내려다보는 시야가 조금 흔들렸다. 어지럼증이라도 느끼나 했지만 몸은 전혀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다. 자꾸 흔들거리는 게.. 아, 나는 고개를 들어 올려 그제야 내 시야가 아닌 조명이 흔들리는 것을 알아챘다. 흔들리는 조명이 따가울 만큼 눈이 부셔 고개를 살짝 돌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


"꺄아!"


그때 외마디 비명이 들렸다. 그 외마디 비명과 거의 동시 덜컹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나는 깜짝 놀라 건반에서 손을 내렸다.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차 커져만 갔고 어디선가 오너의 목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정신없이 피해야겠다는 세에도 없이 머리위에서 우지끈 하는 소리가 들렸고 머리위에 달려있던 조명이 추락했다.

 

 

 

하필이면 차가 막혔다. 어떻게든 도착하긴 했지만 시간이 많이 늦어 버린 상태였다. 차가 세워지자마자 문을 거칠게 열고 내렸다. 문을 다시 닫을 세에도 없이 카페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는 좁은 계단에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내려오고 있었다. 저마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몇 여성분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 표정이었다. 제발.. 어쩐지 눈물이 나오려했다. 내려오는 한 사람을 붙잡고 물었다.


"죄송하지만..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갑자기 무대조명이 떨어져서 피아니스트분이 많이 다치셨어요."


말이 끝나자마자 충격을 받을 세도 없이 내려오는 사람들을 헤치고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카페 안은 굉장히 어수선했다. 몇몇 사람들이 무대 앞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곳을 향해 다급히 달려갔다.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둘러 싼 사람들을 밀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발밑에 너부러져 있는 부셔진 철재들이 현장의 심각함을 알려주었다. 천장은 철재가 너덜너덜했고 무대는 반쯤 꺼져있었다. 그 곳에 한 사람이 힘없이 쓰러져있는 것이 보였다. 오직 그곳만 바라보고 사람들을 밀치고 밀쳐 계속해서 무대를 향해 걸어 나갔다. 철재위로 뻗은 작은 손이 내 손에 닿으려고 할 때 즘 누군가 나를 붙잡고 말렸다. 그 손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필사적으로 나를 말렸다.


"영재씨..영재, 영재야.."


"진정하세요! 지금 구급차 오고 있데요!"


"빨리 좀 꺼내주세요 제발..꺼내주세요 빨리 저기서 좀 꺼내주세요.."


잡힌 손에 매달려 애원했다. 한 시라도 빨리 저런 곳에서 데리고 나오고 싶었다. 좀 더 빨리 왔어야 하는데 좀 더 빨리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눈물 때문에 힘없이 뻗은 작은 손이 희미하게 보였다. 바로 에 보이는데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체 답답한 심정으로 울면서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지났을까 구급대원들이 도착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무대 위로 올라가 들것에 위로 조심히 그 사람을 옮겼다. 것 위에 몸이 얌전하게 눕혀져 나왔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거세졌다. 머리 쪽에 피를 잔뜩 흘린 체 잠들 듯 누워있는 얼굴이 보였다. 실려 가는 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풀릴 것 같은 다리를 부여잡따라갔다. 구급차에 오르자 차에 올라탔다. 보호자라는 말에 나는 대답할 정신도 없이 작게 고개만 끄덕였다. 달리는 차에서 구급대원들이 응급조치를 시작했다. 입에 호흡기를 달고 손으로 펌프질을 했다. 머리에 묻은 피를 닦아 내었다. 이제 보니 피가 여기저기 안 묻은 곳이 없었다. 어깨도 손도 온통 피였다. 상당히 흘린 피 때문인지 피부 빛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나는 결국 더 이상 보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수술실을 들어가는 순간까지 따라 갔다. 의사가 저를 떼어놓고 그 사람이 실린 침대가 멀어지면서 수술실 안으로 사라졌다. 텅 빈 복도에 덩그러니 서 있다가 이리저리 미친 사람처럼 복도를 왔다 갔다거렸다. 수술실 앞까지 걸어갔다가 불투명한 유리를 보고 눈물을 쏟아냈다. 큰 소리도 없이 흐느꼈다.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복도를 돌아다니고 벽에 머리를 기댔다가 벽을 치기도 했고 바닥에 주저 앉았다가 일어나는 등 몸을 가만두지 않았다. 다시 수술실 쪽으로 걸어가다 허리에 손을 얹고 파르르 떨리는 숨을 깊게 내뱉었다. 두 무릎을 짚고 상체를 숙였다. 한 손으로 주먹을 쥐고 허벅지를 내리쳤다. 울음을 자꾸 삼키니 골에 힘이 들어갔다.               


"대표님.."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보다가 허리를 폈다. 김 비서님은 내 옆에 서 면목이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건 비서님의 잘못이 아니다. 그렇다면 미리 지키지 못했던 나일까? 분명 내 잘못도 맞긴 했지만 그것보다 더, 이 결과를 초례하게 만든 장본인이 따로 있었다. 설마 아닐 거라고 마지막까지 믿었는데 그 사람은 결국 사람 같지도 않을 짓을 했다. 눈물을 훔치고 이를 씹었다. 빨갛게 불이 들어온 수술실보다가 몸을 돌렸다. 비서님은 바짝 내게 붙었다.


"집으로 갈 겁니다."

 

 


차에서 내려 집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정원을 가로 질러 현관을 바로 열었다. 집으로 들어서니 부엌에서 일 하고 있던 사람이 급히 나와 인사를 했지만 받아 줄 정신도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에 무시하고 이층으로 곧 장 올라갔다. 계단에서 올라 바로 옆에 자리한 큰 방 문을 노크도 없이 벌컥 열어 젖혔다. 잠옷 차림으로 이제 막 침대에 누우시려 던 어머니가 놀란 듯 쳐다보았지만 나는 못 본 척 그대돌아 나왔다. 복도 끝에 있는 서재로 눈을 돌려 다가갔다. 역시나 큰방처럼 노크 없이 문을 열었다. 서재 책상에 앉아 계시는 아버지가 보였다.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아무 일 없다는 듯 읽던 책에 다시 중하는 모습에 정말로 화가 났다. 서재 안으로 들어가자 뒤이어 어머니가 서재 안으로 들어오셨다.


"속 시원하세요?"  


"..."


"속 시원하시냐고요"


"뭐가 말이냐?"


"어디까지 잔인하십니까 아버지는? 자기 아래 있는 사람은 지나가던 돌멩이 수준입니까?"


"..말을 가려서 해라"


"아버지부터 행동 가려서 해주세요. 아버지 욕심 때문에 한 사람이 망가지고 아파하고 있어요.. 보이세요? 제 옷에 묻은 피? 다 그 사람 핍니다. 아버지가 하셨어요."


"그만해라"


"아버지가!"


"목소리가 낮춰"


"당신이!!"


"입 조심하지 못해!!"


씩씩거리는 불균형한 숨소리가 방안에 가득 찼다. 어머니는 상황에 놀라시며 부자지간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셨다. 나는 힘이 잔뜩 들어간 눈으로 아버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쓰고 계셨던 안경을 벗어 던지듯 책상에 올려놓으셨다.


"어디서 배워먹은 태도인 게야?! 사람을 잘 못 만나니 물든 게지"


"그 사람 탓할 자격 없으세요."


"차라리 바닥에 굴러다니는 술집 여자를 만나지 그랬니? 그럼 더 조용히 넘길 수도 있었는데, 남자?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와! 이 애비가 이 나이 먹고서 어디 가서 고개를 못 들겠구나!"


"당연히 창피하시겠죠."


"뭐야?"


"아버지는 제가 아들로써 창피한 것이 아니라 남한테 내미는 명함으로써 창피 하신 거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남한테 보여주기 식으로 데리고 다니셨으니까 당연히 아버지 얼굴에 먹칠이겠죠."


"대현아 너 지금 무슨 말을,"


"저는 지금도 어머니, 아버지라는 소리가 제 입에서 나오는 것이 낯섭니다.. 지금껏 살면서 한 번도 두 분한테서 정 같은 거 못 느껴봤어요 그래도 두 분의 기대에 못 칠까봐 제 나름대로 노력했습니다 하지 말라는 건 하지 않고 하라는 건 군말 안하고 했어요."


"그래서 이해해 달라는 거냐? 그 아이와 일을?"


"이해해달라고, 허락해 주시라는 거 아니에요"


"..."


"그냥 없는 척 못 본 척 해달라는 거예요 그리고 그 사람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그 사람 잘 못 없잖아요? 그 사람 못 견딥니다.. 매질을 하시려거든 저한테 해주세요."


"나는 네가,"


"이 이상은 저도 한계예요. 그 사람한테 한 번만 더 손대시면.. 제 입에서 아버지라는 소리 나오지 않을 겁니다. 어머니도요"


"..날 상대로 협박하는 게냐?"


"알아서 생각해 주세요. 다만 아버지가 더 선을 넘었을 땐, 그땐 명함으로서 역할도 기대 못 하실 겁니다."  


말을 마치고 한 참을 아버지와 서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어머니는 어지럼증을 느끼시고 벽을 짚고 주저앉다. 세 사람이 갇힌 이 작은 공간이 내 눈에 어긋난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곳을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빠져나왔다. 복도를 걸어 계단의 난간을 잡고 한 계단, 한 계단 내려왔다.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했지만 그 사람이 그렇게 누워 있는데 뻔뻔하게 지쳐있을 때가 아니었다. 집을 나오니 비서님께서 다가오셨다.


"병원 측에서 다행히도 큰 수술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운이 좋아 머리 쪽에 큰 변을 당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말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정신을 부여잡고 병원으로 가기 위해 정신없이 또 걸음을 옮겼다. 차에 올라 타 병원으로 가는 동안 미루어 두었던 걱정이 물밀 듯이 몰려왔다. 그 사람한테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날 보고 화를 내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지켜준다고 유난을 떨었는데 결국 이 꼴이다. 한 번도 손을 써 보지도 못하고 실려 가는 모습을 보며 우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런 내가 그 사람 얼굴을 볼 자격이 있을까..마음 한 구석에서 죄책감이라는 것이 생겨다.

 

 

병원에 돌아가 수술이 끝나길 기다리다가 입원수속을 밟았다. 부모님과 연락이 되지 않는 그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보호자로써 사인을 하고 간호사에게 넘겨주었다. 간호사는 종이를 확인하고 컴퓨터로 빠르게 무언가 작성해 나갔다.


"저기..유영재 환자 상태는 어떤가요?"


"크게 걱정하실 건 없으실 것 같아요 정말 운이 좋으셔서 가벼운 타박상과 몇 군데 골절밖에 없으세요."


비서님에게도 들은 이야기지만 한 번 더 확실하게 확인하고 싶어서 물었더니 다행히 알고 있던 그대로 이었다. 간호사는 나에게 몇 가지 더 작성해 주라며 종이와 볼펜을 줬다. 나는 그것을 차근차근 보며 작성해 나갔다. 환자분 곧 수술실에서 나오실 거예요. 간호사가 나에게 말했다. 잠깐 멈칫했던 볼펜이 다시 움직였다. 마지막에 사인을 하고 간호사에게 넘겨주었다. 간호사는 내게 몇 호에 입원할 건지 알려주나와의 업무를 마치었다. 데스크에서 몸을 돌려 나오자 비서님이 다가왔다. 대신 수속을 밟았을 텐데 왜 자신을 시키지 않았냐는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지금 막 수술이 끝나고 입원실로 들어갔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잠시 고민하던 발이 그 사람에게로 움직였다. 봐야지..봐야겠지. 하지만 그에게로 가는 걸음이 마냥 가볍지는 않다. 반 쯤 멍한 상태로 유영재 라고 쓰여 있는 호실 문 앞에 섰다. 눈으로 이름표를 쓸어 내렸다. 굳게 닫힌 문에 손잡이가 오늘따라 묵직해 보였다.


"..안 들어가십니까?"


"갑자기 그 사람을 보기가 무서워 졌어요."


"..."


"제가 그 사람 앞에 서있을 자격이나 있는 사람인가요?"


"대표님.."


"아버지께 화를 낸 것도 어쩌면 책임 전과인지도 모르겠네요."


그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가까운 나한테서 원망을 느낄 테니.. 나는 결국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결국 돌아서고 말았다.

 

 


그 후로 몇 날 며칠을 병실 문 앞까지 갔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늦은 새벽에 가 다른 사람과는 마주치지는 않았다. 그저 홀로 30분이면 30분, 1시간이면 1시간. 그렇게 문 앞에서 고민하다가 되돌아왔. 상태가 어떤지 얼마 나아졌는지 보고 싶고, 그 얼굴도 보고 싶었지만 문 앞에서 항상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렇게 병원에서 돌아오면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하루 종일 그 생각에 무언가를 하고 있어내가 똑바로 하고 있는지 또한 자각도 없었다. 지금도 이렇게 책상에 앉아 눈만 굴리고 펜을 잡은 손만 까닥까닥 움직이고 있었다. 비서님이 결재 서류를 책상 위에 얌전히 올려주자 나는 하던 것을 도중에 멈추고 종이를 내 앞으로 가져왔다. 결제 안을 차례대로 읽어 내려갔다.


"원래는 회장님께서 체크할 사항이시만 경험차원에서 대표님께서 이 안건에 대해 생각하시고 결정 하시라고 하셨습니다."


"딱히..생각 할 것도 없네요."


나는 결제 안을 읽어 내리다가 내려놨던 펜을 집어 들고 바로 싸인을 해서 비서님께 넘겨주었다. 나는 보고 있던 종이를 다시 가져와 읽기 시작했다. 비서님이 돌아가지 않고 내 앞에 정자세로 섰다. 요즘 안색이 안 좋으신 것 같습니다. 나는 종이에서 눈을 때지 않고 대답했다.


"더위라도 타나보네요"


"근래.. 퇴근 후 자택으로 돌아가시지 않고 혼자 병원에 가시는 거 알고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올리고 의자 등받이 완전히 몸을 기댄 체 비서님을 향해 어깨를 힘없이 으쓱거렸다. 비서님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한 번 말았다가 놓았다.


"그때 이후로 병실 안에 들어가 보셨습니까?"


"어차피 그것도 다 아시면서"  


"이제는 뵈어야 되지 않으실까요? 기다리고 계실 텐데"


"..기다리고 있을 그 사람한테 가서 어떤 말을 해야 할까요.."


"어떤 말이라도 해주셔야 되지 않을까요?"


어쩐지 큰 망치로 머리를 맞은 느낌이었다. 비서님에게 잠깐 멈췄던 시선을 내리고 무의식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았다.   

 

 

 

병원으로 들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복도를 걸어 병실 문 앞에 섰다. 이 데자뷰 같은 상황이 몇 번인지.. 고개를 두어 번 숙였다가 들어올렸다.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비서님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처음으로 문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꾹 쥐고 문을 천천히 열었다. 어두운 병실 안으로 들어서자 안에 있었던 간호사가 내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진료중인가 하고 다시 나가려는데 간호사가 손을 저었다. 치료 끝났다며 들어오라는 말에 문을 닫고 천천히 걸어갔다. 환자분 주무시고계세요. 간호사가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천천히, 천천히 스탠드 불빛에 비친 한 동안 보지 못했던 한 동안 보고 싶었던 얼굴이 보였다. 머리에는 흰 붕대가 감겨져 있었고 반대쪽 뺨에 흰 반창고가 붙여져 있었다. 다른 곳에 작은 생채기도 보였다.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볼을 살살 쓸었다. 보드라웠던 뺨이 그새 까칠해 졌다. 볼에서 손이 타고 내려오다 손 에서 멈칫했다. 손마디, 마디에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손, 다쳤나요?"


"손가락 골절이 있으세요."


"심한가요? 피아노.. 치는 사람이라 서요"


"아, 그러시구나.. 걱정 마세요 다 나으시면 이전과 다름없이 돌아온다고 하셨어요."


"그렇습니까..다행이네요.."


안도감에 다리가 풀려 버린 듯 간의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간호사는 약품과 의료도구를 챙기고 조용히 병실을 나갔다. 조용한 병실 안은 고른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붕대를 감은 머리며 볼이며 손을 차례대로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살아 있는 거 맞지? 어쩐지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서 대답 없는 그에게 물었다. 작게 들썩이는 가슴이 이리도 감사할 수가 없었다.   
 

"각오하고 만나겠다는 생각이 그냥 허울 좋은 말 같은 거 였어. 네가 나를 후회하게 되면 이기적이라도 절대로 놓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막상 부딪혀 보니 그게 아닌 것 같아.."


붕대를 감은 손을 살며시 잡았다.


"다 내 욕심이었어..생각보다 네가 더 아파하는 것 같아"


"..."


"너무 미안해서 자는 네 얼굴 보는 것조차 죄스러워" 


"..."

 

"네가 날 미워하고 용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용서 안 하면?"


 
갑작스런 음성이었다. 잡은 손이 까닥거렸다. 얼굴을 보니 잠에서 깨어나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힘들게 몸을 일으키려 하자 말렸지만 내 손을 뿌리치고 기어코 일어났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 모습을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지켜보았다.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친 지 앉아서 어깨를 작게 들썩였다. 숨을 잠깐 헐떡거리더니 잔뜩 화난 얼굴로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고 있는 동안 그렇게 자기 할 말만하고 가려고? 가서 안 오려고? 다 들었어, 마취에서 깨기 전에도 한 번도 안 왔다면서요."


"..."


"미안하면 더 왔어야지 더 빨리 왔어야지 기다리고 있을 내 생각은 안 해요? 오늘이면 오겠지 내일이면 오겠지 했는데 오늘도 내일도 안 오고 계속 안 왔잖아요?"  


"..."


"그렇게 불안하고 무서울 수가 없었어"


침대에 걸쳐 앉자 화난 얼굴도 잠시 바로 내게 안겨 들었다. 내 어깨를 빌려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어댔다. 손을 들어 허공에서 머뭇거리다가 결국 등을 토닥여 주었다. 하지만 달래면 더 운다고 했나, 등을 도닥여 주니 더 서럽게 울었다. 이래저래 또 내 생각만 하고 이 사람에게 상처만 주는 것 같았다. 울음이 잦아들기 시작하자 조심스럽게 품에서 때어 놓았다. 여전히 눈물을 뚝뚝 흘리고 코도 많이 훌쩍 거렸다. 근처에서 휴지를 찾아 닦아주었다. 그러다 자신이 휴지를 쥐고 스스로 닦아 냈다. 진짜 미워하고 용서 안 할 뻔했어..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나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해서 미안하고 볼 낯이 없어서..계속 피해버렸어요"   


"내가 대현씨 탓이라도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보자마자 화낼 거라고? 내가 그럴지 안 그럴지 내 생각도 안 물어보고 그걸 왜 맘대로 생각하고 그래요? 그리고 내가 진짜 그런 사람으로 보여요?"


"내 생각이 짧았어요. 미안해요"


"무슨 상황인지 안 알려주는 것도 다 이해하고 솔직히 사고 난 것도 이해해, 나도 각오하고 만나는 건데.. 그때 붙잡은 것도 나고.. 혼자 욕심 부린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


"알았어, 알았어.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또 울잖아.."

 

코를 닦던 휴지를 버리고 새 휴지를 가져다가 다시 훌쩍 거렸다. 물줄까요?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링거 줄이 살짝 어질러져 있어서 침대 아래로 정리해줬다. 항상 당신을 위한다고 하는데 매번 그르치는 것 같아.. 다 쓴 휴지를 쥐어다 버리고 흐트러진 환자복을 여며주었다. 마지막으로 눈가에 붙은 휴지조각을 떼어주었다. 닿았던 손이 간지러웠던 것인지 눈을 비볐다.


"자기 탓 좀 그만해요.."


그 소리에 이제야 내가 작게 웃었다. 그 동안 마음 앓이 했던 것이 우스울 정도로 금방 풀었지만 그래도 이것은 내가 평생 잊지 않고 짊어지고 가야 할 일이었고, 아버지가 또 이런 일을 할 거라고 생각 하지 않지만 특별히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받은 것도 아니니 여전히 지켜봐야 할 일이다.. 두 번은 다치게 하지 않아. 잃을 뻔한 것은 한 번으로 족했다.
 

"하지만 힘들어도 이 일을 절대로 잊으면 안돼요. 그리고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도 잊지 말고"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아니, 부정하면 안 돼. 내 죄책감이 아니라 이건 사실이야"


"..."


"그걸 기억하고 내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거예요"

 

나도 당신이 철제 속에 쓰러져 있던 그때를


기억하고


기억하고


또 기억할 테니.

 

 


...royal plaza

 

 

 

 

 

*속편? 뒷 이야기?*

 

 

 

 


"빨리 해요"


"아, 잠깐만요"


"아까 부터 계속 잠깐만이라고 했잖아요 이러다가 가버리겠어요"


"이따가 하면 안돼요? 시간도 많구,,"


"안 돼요 지금해요"

 

절대로 봐주지 않을 심산인지 남자는 꾀 완강하게 말했다. 카페에 오랜만에 와놓고 꼭 이래야 겠어요? 그러자 남자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하네 정말.. 나는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그냥 테이블에 엎드려 버렸다. 남자는 그런 나를 봐줄 수 없다는 듯 팔을 잡고 흔들었다. 빨리.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결국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났다.  

         
"내가 있을 때 해야지 안 그럼 이렇게 계속 미룰 거면서?"


"아닌데.. 나중에 제대로 할 건데.."


하기 싫은 티를 팍팍 내고 표적을 향해 걸어갔다. 일단 일어났긴 했는데 막상 하려니까 진짜 도저히 못하겠다. 대체 무슨 말부터 해야 되는데.. 바쁘면 그냥 갔다가 돌아와야지.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자식은 할 일 없이 바에 서있었다. 고개를 돌리니 남자가 이쪽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속이기는 글렀네. 잔머리 좀 굴려보려다가 발을 질질 끌었다. 어느 정도 저리가 좁히자 내가 시야에 들어왔는지 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아무 일 없다는 듯 금방 눈을 돌렸다. 어쭈? 모른 척? 순간 괘씸하다는 생각에 울컥했다. 이제는 걸음을 성큼성큼 띠어 바로 다가 김힘찬 앞에 앉았다. 이제는 본 척도 안하고 글라스만 닦는다. 작게 이를 갈며 노려보았다. 잠시 후 남자가 감시하러 온 듯 나와 멀찍이 떨어져 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야"


"일하는 중이다."


"손님도 없잖아 컵만 닦고 있으면서"


"컵 닦는 건 일 아니야?"


나를 보지도 않고 톡톡 쏘는 말투에 벌써 상처받았다. 고개를 돌려 그에게 봤죠? 봤죠? 라고 입모양으로 열심히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계속 이야기하라 듯 고개를 흔들었다. 억지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한 참 동안 꾀 충격 받은 얼굴로 굳어있자 자기도 좀 찔렸는지 닦던 컵을 내려놓았다. 


"그거 조금 화냈다고 이렇게 남처럼 구는 거 봐 속 좁아야지고는.."


"내가 언제 그랬냐?"


"방금도 그렇고 아까 저 멀리서 눈 마주치니까 바로 눈 돌렸잖아 너"


"그런 뜻으로 눈 돌리게 아니라..아, 너 근데 시비 틀려고 온 거냐? 그럴 거면 가, 빨리 가"


"내가 넓은 아량으로 먼저 화해하러 왔는데 고마운지 알아야지"


"웃기고 있네. 너 저기 구석에 가기 싫다고 징징거리는 거 다 봤거든요?"


"넌 왜 여기서 서서 내 일거수일투족 다 보는데? 내 스토커냐?"


"할 일 없으면 차라리 벽을 보는 게 낫지 네 스토커 짓을 하겠냐? 그리고 여기 있으면 그냥 다 보인다고 몇 번을 말해"


"보여도 보지 말라고 나도 몇 번을 말해? 그리고 뭐? 벽 보는 게 나아?!"


본래 목적은 잊어버리고 한 참을 그렇게 투닥거렸다. 뒤 늦게 오너가 와서 말려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그 자리에서 가게 문이 닫도록 서로 이만 갈았을지도 모른다. 뭐 씹은 표정을 하고 남자가 앉은 옆자리로 이동했다. 남자는 뭔가 대단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화해했네요. 다행이에요"


"...네? 어딜 봐서요?"


"평소처럼 돌아온 것 같은데?"


"그러게요 평소처럼 재수 없긴 하네요. 저 자식.. 이제 몰라요 난 여기가 한계! 더 이상 화해하라는 둥 뭐라는 둥 하지 마요"

 

그가 알았다며 웃어보였다. 의자를 돌려 바를 등지고 카페 전체를 눈에 담았다. 그때 사고 후 그가 오너를 찾아가서 카페를 수리하는데 적극적으로 도왔다. 그 결과 꾀 빠른 시일에 카페는 복구가 되었지만 사고 후유증 때문인지 카페는 이전 보다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오너는 전혀 개의치 않고 마치 카페를 처음 열 때로 돌아간 것 같아 여유로운 분위기여서 좋다고 했다. 남자는 내가 퇴원 후 더 바빠졌고 얼굴 볼 시간도 별로 없었지만 아버지에게서 관섭을 좀 덜 받게 되었다고 했다. 허락이나 화해 같은 건 아니었는데 그냥 아버지께서 이제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언론에는 언급이 되는 것이 싫은지 전처럼 남자의 신상의 대해서는 철저히 가려져 있었다. 그 와중에 그가 계속 아버지께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며 굳이 또 싸우려고 한다. 나야 뭐 당연히 말리지만 언제 터질지 몰라 노심초사했다. 그런 남자가 괘씸한지 아버지께서는 자꾸만 큰 프로젝트를 떠넘기신다고 했다. 덕분에 오늘도 거의 수일 만에 만나는 것이었다. 코 닿을 거리에 있는데 장거리연애를 하는 것 같은 이 기분.. 이번엔 얼마나 있다가 가려나? 가게 끝날 때 까지 있으려나? 아니면 연주 끝날 때? 오늘 집은 오려나? 오랜만에 카페에 온 남자에 속으로 꾀 들떠있었다. 그리고 조금 이라도 더 오래있었으면 싶었다. 위스키가 담긴 글라스를 입으로 기울이는 남자를 보고 배시시 웃으며 시선을 내렸다. 무슨 기분 좋은 일 있어요? 남자가 내가 웃는 것을 봤는지 물었다. 아뇨, 그냥.. 나는 얼버무렸다.


"나 와서 좋구나?"


남자가 눈을 맞추며 미소를 지었다. 간질간질 거리는 느낌에 또 다시 시선을 피했다. 그 날이후 달라 진 것이 또 있다면 내 입으로 말하긴 조금 민망하지만 더 알콩달콩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완전히 연애감정에 빠졌다고 해야 하나.. 이렇게 눈만 마주 쳐도 웃곤 한다. 잔잔한 분위기의 카페를 배경으로 서로 열심히 대화를 했다. 은은한 조명 그리고 닫힌 무대 위 커튼, 그리고 몇 안 되는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는 모습, 그중에 이제 일반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이 여기가 로얄 프라자 라고 불리기 전 때를 생각나게 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 같았다. 사고 후 카페처럼 남자와도 어느 정도 정리한 뒤 다시 시작하는 것 같았다. 마치 악보의 도돌이표같이. 하지만 우리가 악보와 달라야 할 것은 똑같은 반복을 하지 않는 것 되돌아가 새로운 악보를 넘기고 그 곳에서 같이 음표를 그려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실수하면 지우고 다시 그리고, 다시 맞춰보고 그리고.

.. 그러다 보면 언젠가 어쩌면 베토벤을 뛰어넘는 완벽한 악보가 탄생하지 않을까.

 

 

 

 

여러분 뭐가 왔게요?..ㅋㅋㅋ

네 드디어 로얄6편. 마지막화가 나왔습니다

제 연재텀에 경이로움을 느낌니다...죄송합니다..ㅋ쿠ㅜㅜ

 

실은 로얄은 처음에 정말 자신작이었고 글쓸때도 정말 술술 써졌는데

저는 글을 쓸때 항상 결말을 먼저 생각하고 쓰는데

처음에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이야기 흘러가서 좀 아쉽습니다.

여러모로 참 아쉬운 글입니다 로얄은.. 실은 아직 다 다루지 못한 부분도 있고 점점 갈수록

메인 테마인 피아노는 뒷전이 되가는 것 같고..떡밥 회수는 못했고..

그래서 그런지 아마도 텍파는 안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나돌아 다니면 후회할삘..ㅋㅋㅋㅋㅋ

전에 멋모르고 텍파여러개 한 적 있었는데 그것도 후회..ㅋㅋㅋㅋㅋㅋ지금쯤 그 텍파들이

버터녹듯 없어졌길 빕니다^^

 

 

읽어주신 독자여러분 감사드립니다.

계속해서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로얄은 끝났지만 저는 계속 대영글로 알짤거릴 겁니다^^ 알짤알짱

곧 새로운 글도 올릴 예정이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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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 오랜만이예요ㅠㅠㅠㅠ영재가 죽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무사히 끝이나서 다행이예요ㅠㅠㅜ
새로운글도 기대하고있겠습니다!!

9년 전
깔로레
처음에 약간 새드갈려고 했다가 그냥 행복하게 사는 걸로 마무리했습니다 ㅎㅎㅎ 자주자주 와야하는데 항상 오랜만에 와서 죄송하네요 ㅠㅎㅎㅎ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2
아ㅠㅜㅠㅜㅠㅜ작가님ㅠㅜㅠㅜㅠㅜㅠㅜ
조명떨어질때 우리영재손은안돼!!!!!!!
이러면서봤는데ㅠㅜㅠㅜㅠㅜ어후ㅠㅜㅠㅜ
드디어 결말ㅠㅜㅠㅜㅠㅜㅠㅜ
나름 둘이 알콩달콩행복한거같아 다행이네요ㅠㅜㅠㅜㅠ
오늘도 잘보고갑니다! 다음글도 기대할께요!♥♥♥

9년 전
깔로레
흐지부지한 결말에 그저 몸둘 바를..ㅠㅠㅋㅋㅋ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9년 전
독자3
로얄 플라자가 끈나다니...ㅠㅠ
안대여ㅠㅠㅠㅠㅠㅠㅜㅜ
다음 작품도 기대하겟씀니다ㅠㅠ

9년 전
깔로레
ㅠㅠㅠ 안끝날 것 같던 로얄이 끝났네요 시원섭섭 하네요 ㅎㅎㅎㅎ감사합니다 ㅎㅎ
9년 전
독자4
헐 끝났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동안 고생하셨어요!!다음 글도 기대할게요(두근)
9년 전
깔로레
수고한 저 스스로에게 토닥토닥 ㅎㅎㅎ 담글 기대해주세요(찡긋)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5
어우 어떻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앙 작가니무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마음이 간질간질 너무 좋아오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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