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싫은거야? 설레는거야?
며칠 전 김종대 씨 덕분에 내 휴일을 통으로 날려먹어서 피곤은 더 쌓이기만 했다.
이건 다 김종대 씨 때문이라고 왕피디님께 불평불만도 다 해 보았지만
그게 다 내 복이라면서 이제 휴일 없다! 라는 말에
속은 부글부글 끓었지만 알겠습니다 라며 뒤돌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우리 방송국이 작은 케이블 방송이라 직원 수가 적었다.
그런데 하루 24시간은 방송으로 채워야하지, 더군다나 김종대 씨가 하는 예능프로그램 빨을 받아서
드라마 제작한다는 소문이 돌던데. 거기에 지원도 나가야하고.
내가 맡은 프로그램, 그러니까 내 담당은 김종대 씨가 진행하는 이거. 딱 하나였지만
이곳저곳에서 부르는 곳이 많았다.
막내야! 막내! 막내피디! 00아!
나는 매일매일 출근 도장을 찍는데 끝도 없는 편집일에 온갖 잡일에
고생이란 고생은 사서 하는 것 같아서 하루종일 비몽사몽
불쌍한 막내 인생!
다른 선배들이 고생하는 게 뻔히 보이니까 휴일 이야기는 꺼낼 수도 없었고.
그나마 안면이 트인 왕피디님께 말씀드렸지만 허락하실리가 없었다. 아니, 당연한거지 뭐.
괜히 섭섭하게 생각하지말자, 생각하지말자. 하면서 나를 다독여도 서운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제일 바쁜 사람을 꼽자면 나일텐데.
그렇게 휴일 퇴짜를 맞고 한 숨을 쉬며 방송국 복도를 지나가다가
왁! 하며 깜짝 놀래키는 소리에 으악! 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으하하! 하며 웃는 웃음 소리를 들으니 얼굴을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또 김종대다. 아오!
"으하하"
"...김종대 씨"
"막내! 왜 이렇게 피곤해보여? 잠 못잤어?"
"저번에 누구누구께서 제 휴일 없애시는 바람에요."
"그 누구가 누구지? 내가 혼내줄까?"
그게 당신이거든요??
다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게 분명했다.
말하면서 흘려나오는 미소는 숨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복도에 앉아있는 저를 일으켜세우곤 먼지를 툭툭 털어주더니
"막내, 힘!"
그러곤 한 손에 쥐고 있던 커피 하나를 제게 건냈다.
이게 뭐에요...?
"막내 피곤한 것 같아서."
예상하지 못한 김종대 씨의 커피선물에 감사합니다, 하고 꼬리를 내리긴 했지만
여전히 쌓인 게 많아 복도 의자에 앉아있는 김종대 씨 옆에 앉아 퉁명스럽게 말했다. 김종대 씨 스케줄 없어요?
"당근 있지! 그런데 누구 때문에 내가 도망쳤는데."
아 그래요. 그렇게 넘어가려다 다시 생각해보니, 김종대 씨 스케줄 있으면서 도망쳤다는 이야기잖아?
이게 무슨... 무책임한 건 우리 프로그램 내에서만 허락된거지. 다른 곳에선 아니죠! 김종대 씨 얼른 가요!
따발총처럼 쏘아대던 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김종대 씨가 또 웃으면서, 거짓말이거든. 이라며 내 머리를 팅- 하고 팅겼다.
"...또 속았어."
"막내 너니까 속지. 다른 사람이면 누가 속겠어?"
괜히 심통이 나 받아든 커피를 한 번에 원샷! 해버렸다.
피곤해 죽겠는데 분하기까지 해. 으!
"막내, 커피 하나 더 사줄까? 많이 피곤해?"
갑자기 또 다정해.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더 퉁명스럽게 말이 나갔다. 이런 것 보단 푹- 자는 게 제 소원이거든요.
"...이런 것 보단 자고 싶거든요."
"막내! 그렇게 내 품에서 자고 싶었어? 말 하지!"
"...?"
"적극적인 막내도 좋은데 난."
"됐거든요..."
어떻게 해석하면 좀 자고 싶다는 게 김종대 씨 품에서 자고 싶다!로 바뀌죠?
됐다는 내 말은 코로 들었는지 제 팔을 당겨 자기 품에 가두었다.
꼭 남들이 보면 내가 안긴 것 마냥, 다정하게.
그래서 짜증도 났지만 한 편으론 설레기도 했다.
왜 설레는 거죠, 왜?
"자장자장 우리 막내. 잘도 잔다~"
"...지금 누구 놀려요?"
어화둥둥 내 사랑아~ 하는 것도 아니고.
제 머리를 쓰담쓰담 하며 잘 잔다 우리 막내, 하는 김종대 씨 때문에 괜히 쿵쾅쿵쾅.
다 장난인 걸 알면서도 괜히 설레는 마음에 김종대 씨를 밀어냈다.
이런 거 다른 여자분들께 써먹으세요 한 번에 넘어갈걸요?
"진짜 한 번에 넘어올 것 같아?"
"당연하죠. 한 번도 길어. 반 번만에 넘어올걸요?"
"근데 넌 왜 안 넘어오는 거야, 막내야."
아 씨. 김종대 씨. 놀릴거면 놀리고, 설레게 하려면 설레게 하던가.
둘 중 하나만 해주시면 안 돼요?
♡ |
늦어서 죄송해요ㅠㅠ 본격적인 방학이니까 이젠 자주올게요! 신알신 해주신분들 다 감사합니다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