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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동혁동글 전체글ll조회 2296l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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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옹송그린 모양새가 어째 마음을 시큰히 울려 도영은 여주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가, 송글 맺힌 땀에 붙은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었다. 한참동안 그녀를 품에 안고 으르렁거리던 제노가 이러다가는 가만히 못 두겠다며 눈이 돌기 직전에야 찬바람을 좀 맞아야겠다며 자리를 뜬 게 방금이었다. 그 페로몬이라는 게, 가끔은 목을 옥죄기도 하는 모양이지. 가늠할 수조차 없는 게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단단하게 둘러싸던 온기의 부재에 몸을 잘게 떤 여주가 잠투정과도 같은 소리를 내며 뒤척였다. 내가 안아줘도 될까. 이 상황에서도 이런 고민을 해야하는 제가 참 못났다. 도영은 답답한 마음에 고개를 들어 고르지 못한 회색빛의 창고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지었다. 그마저도 시원치 않았다.  

 

도영은 사실상 권리라는 게 없었다. 특권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최소한은 가능하게 해줬으면 좋았을텐데. 지금도, 보아라, 상태가 좋지 않은 저 아이를 숙소에 데려다 줄 수도 없어서 기껏 데려온다는 게 학창 시절 썼을 법한 초록 매트리스 위였다. 제노는, 그녀를 침대에 눕힐 수 있었다. 지어준 짝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란, 애초에 좁힐 수 있을만한 거리도 아니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벌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 생각을 할 때면 발 밑의 콘크리트가 녹아 다시 새카맣고 끈적이는, 매캐하고 역한 냄새를 풍기는 시멘트로 돌아간 것처럼 울렁였다. 착각 속에 쓰러지고 싶지 않아 몸에 힘을 주고 버티는데 여주가 끙끙거리며 도영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빠 하고 작게 속삭이는 소리는 기어이 도영을 넘어뜨리고야 말았다. 

 

뜨겁고 텁텁한 입, 땀이 마른 게 분명한 찐득거리는 목덜미, 손으로 대충 넘겨보려해도 엉기는 머리칼. 이 쯤하면 제 꼴이 어떤 모양새인지 짐작도 하기 싫어져 여주는 두 손바닥 위로 얼굴을 묻었다. 제기랄. 이성이 나간 것 처럼 이제노에게 매달려 페로몬을 요구한 것? 부끄럽지 않았다. 어둠에 몸을 맡길 때면 종종 그러고는 하니까. 하지만 도영의 앞에서 그랬다는 게, 심지어는 타깃과 입을 맞추는 모습까지도 보여주었다는 게, 손에 닿는 거라면 뭐든 내 던지고 싶을 정도의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왜 인지는 몰라. 알면 이렇게까지 돌아버릴 것 같지는 않겠지.  

몸을 취하게 하는 몽롱한 잠을 샤워기 아래에서 씻어낸 여주가 아직 물방울이 맺힌 머리를 하고는 숙소 휴게실로 내려갔다. 아침과 점심 사이의 애매한 시간, 제노가 거기 앉아있었다. 

 

 

"괜찮아요 누나?"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짙은 눈썹을 팔자로 늘어뜨리고 저를 걱정하는 모습이 너무 순한 강아지였다. 쓰다듬어줘도 되려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여주는 일부러 울상을 지으며 다가갔다. 피곤하다. 그렇게 말하며 품을 찾으면 제노는 선뜻 너른 품 안을 내주면서도 숨을 참았다. 긴 머리칼을 따라 젖어들어가는 제 티셔츠는 아는지 모르는지. 그래, 코 아래에서 피어오르는 색향을 견디기 어렵겠지. 가끔 이렇게 남아 있는 제노의 어린 구석을 확인할 때면 기분이 조금 떠오르곤 했다. 제 향을 취하고 즐기면서도, 다정한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서 멀리하고 싶어 하는 아이. 휴게실 소파 위로 얹어진 제노의 손에 여주가 손을 얹었다. 

 

 

"맨살이 닿으니까 좀 나아." 

 

 

여주의 눈은 지긋이 감겼고, 제노는 눈을 질끈 감았다. 

 

 

*** 

 

 

도영은 상태가 좋지 않은 여주를 대신해서 실패를 고하고자 사무실에 다녀가는 참이었다.  

 

 

'그거 하나 똑바로 못해!'  

'죄송합니다. 저희의 부족입니다.' 

'녹을 처먹었으면 일을 똑바로 해야 할 거 아냐.' 

 

 

센티넬도 뭣도 아니면서 고작 돈 조금 쥐고 있다고 상석에 앉아 제게 하대하는 꼴이 못마땅했지만 그걸고스란히 티 낼 정도로 머리 없는 도영은 아니었다. 간부라는 작자는 사적으로 인력을 빼다 쓰는 주제에, 뻔뻔히도 굴었다. 기껏 일을 맡겨놓았더니 깔끔히 처리하기는 커녕 목덜미를 붙잡혀 왔다며 울그락불그락 하던 얼굴은 그거 조금 화냈다고 땀을 흘리더니 이내 점잖은 척 저속한 이야기를 잘도 꺼냈다. 고급스럽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내보겠다며 짙은 갈색의 원목들로 꾸며진 사무실이 다 통탄할 정도의 저속함이었다. 

 

 

'그 쪽 용병이 알파라면, 그 오메가 계집이 뭐라도 해보게 만들었어야지.' 

'죄송합니다. 손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침대 위에서 죽이라는 게 꼭 그렇게 죽이라는 게 아니잖아, 어?' 

 

 

그러고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이죽이는 입술을 보니 속이 메스꺼웠지만 도영은 참고 죄송합니다 바로잡겠습니다 하는 상투적인 말들이나 반복했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누가 그랬더라. 도영은 제 손 틈에 끼어 뿌연 연기를 내뿜는 담배를 보다가 비웃었다. 난 이것도 그 낯에 비벼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끝이 새빨갛게 타들어가는 걸 지켜보다가 다시 입가로 가져가는 순간, 도영이 기대어 있는 벽 왼쪽으로 난 유리문이 열리고 사람이 나왔다. 그것도 , 익숙한. 

 

 

"아 씹," 

 

 

상스러운 말을 들이부어줘도 모자라는 그 인간, 루카스. 그는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고, 도영을 발견했다. 체형에 붙게 맞춘 듯한 정장을 입고, 셔츠는 어거지로 헤집어 놓은 채 벽에 기대어 담배 피는 모습을 본 루카스는 옅은 향에 작게 웃었다. 문고리를 놓고는 성큼 다가가서 부러 허리를 굽혀 눈을 맞췄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렇게 해야 루카스와 시선이 나란했고, 수치심을 느꼈다. 미묘한 패배감. 그런게 생기는 모양이지. 루카스는 손을 쓰지 않고 사람들의 속을 긁어놓는게 즐거웠다. 

 

 

"Hi, Loser." 

"Loser? 말 다 했냐, 이 미친 새끼가." 

 

 

아직 길이가 넉넉한 담배를 집어던진 도영이 남은 연기를 뱉으며 눈을 부라리자, 루카스는 능청을 부렸다. You failed and I succeeded. 도영과 저를 콕,콕 번갈아 찌르며 한 말은 도영으로 하여금 기어이 멱살을 틀어쥐게 만들었다. 곧이 곧대로 뜨여 마주본 눈동자들은 자존심인지 뭔지 피하지도 않고 맞섰다. 

 

 

"싸가지 없는 새끼." 

"Thank you."  

 

 

고개를 살짝 갸웃, 웃으며 대답한 루카스는 도영을 대신해 바닥에 떨어진 꽁초를 짓이겨 불씨를 껐다. 이번에는 그 긴 다리가 먼저 자리를 떠났다. 잘 차려입은 저와는 다르게 겨우 청바지에 후드집업 하나 걸친 채로 휘적휘적 사라지는 인영마저 마음에 들지 않았다. 

 

 

*** 

 

 

내가 다시 보고 싶어한 건 너였지. I missed you. 승리자의 미소를 머금은 루카스가 기척을 죽이고 다가가 여주의 어깨를 감쌌다. 옷걸이를 들어올려 구경하던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돌아봤지만 탄탄한 가슴이 떡하니 받치고 있는 탓에 쉽지는 않았다. 

 

 

"Its Lucas." 

 

 

묘하게 갈라지는 허스키 음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 듯 여주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몸이 바싹 굳는 걸 느낀 루카스가 하하하 웃으며 두 손을 어깨 위로 들어올리는 시늉을 했다. 공격하지 않겠다는 의사였음에도 여주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휴대전화 전원 버튼을 빠르게, 여러차례 눌렀다. 루카스는 내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여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거, Your style? 방금 전 들어올렸던 실크 소재의 드레스를 턱짓한 루카스가 물었다. 하지만 딱히 답을 요구하는 듯하지는 않았다. 곧이어 여주의 어깨 너머로 팔을 뻗으며 본인은 이게 마음에 든다고 어필을 해왔기 때문이다. 어쩌라는거지. 아직도 놓지 못한 묘한 긴장과 예의와 범절을 싸그리 무시하고 들어오는 이에 대한 황당함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여주였다. 

 

If you want, I will buy it for you. 흔하디 흔해 한 구석 쯤은 헤졌을 법한 멘트를 던지는 루카스에 여주는 결국 앞서 걷던 걸음을 멈추고 몸을 홱 돌렸다. 왜 이러는 건데. 매서운 물음에도 루카스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애초에 그 덩치 차이 앞에서, 무엇인가 위협이 되는 태도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여주가 무관심으로 일관한지 30분쯤 되던 때였다. 

 

 

"I love you." 

"저기,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You made me love you." 

 

 

by perfume. 꽤나 홀릴 듯한 나긋함으로 목소리를 포장한 루카스가 여주의 컬이 진 머리칼 끝에 제 손가락을 슬몃 감으며 어필했다. 지독히도 섹슈얼한 어필에 머리가 다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그래, 지난 번에도 이 향이었지. 두 번 겪는다고 해서 둔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으며 겨우 두 차례만에 익숙해 질 정도의 농도 또한 아닌 루카스의 페로몬에 뒷덜미가 뜨끈해져왔다. 

 

향과 가이딩으로 엮어오는 제노, 애정과 가이딩을 가만히 내밀며 바라보는 도영에 이어 향과 애정으로 속박해 오려는 루카스까지 인생에 엉키게 된 시발점은 어디일까. 원래 다들, 이렇게 살아가나. 

 

 

 

 

—————— 

 

 

정신없던차에 퍼득 생각나서 올립니다 

 

암호닉은 다섯분 단위로 정리해서 적을게요. 감사합니다. 

 

지난 번 글 댓글도 모두 감사히 읽었습니다. 

 

움짤 추천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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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이렇게 재밌는데... 저 요즘 글잡 꽂혀서 맨날 글읽는다고새벽 샙니다 작가님글이 최고에요 진짜흑흑 ㅠㅠㅠ
5년 전
동글동혁동글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5년 전
독자2
작가님 글 다시 볼 수 잇어서 너무 조아요 진짜 이 글 넘넘 조아하고 기대햇엇는데 진짜 감사합니당 사랑헤용 ㅠㅠㅠㅠ 참 저는 딸랑이예여 흑흡
5년 전
동글동혁동글
헉 딸랑이 님.. 제가 너무 오랜만에 다시 들고 왔죠..ㅠㅠ
5년 전
독자4
아니에여 ❤️❤️❤️❤️ 다시 오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구 그래요 행복해요 증말
5년 전
동글동혁동글
조만간 새 글 들고 와야지 하고 구상하고 있어요 슬슬 재시작 시동중입니다! 기억해주셔서 감사해요💕💕
5년 전
비회원19.100
전편부터 쭉 봤는 대 너무 좋아요 ㅜㅜㅜㅜ
5년 전
동글동혁동글
감사합니다!
5년 전
독자3
동쓰입니다ㅠㅠㅠㅠㅠ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진 않겠지만 얘네는 계속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고ㅠㅠㅠㅠㅠ 막 그래요ㅠㅠㅠㅠ큐ㅠㅠㅠㅠ 제 머리가 썩었지요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동글동혁동글
동쓰님 오랜만이에요ㅠㅠ 아마 당분간은 얽히고 또 엉킨 채 살아가지 않을까요?
5년 전
독자5
악 이걸 왜 이제야 봤죠 ㅠㅠㅠㅠㅠㅠ 전 도영이파 할래요 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글 분위기 최고예요 진짜 좋은 글 감사합니다ㅠㅠ
5년 전
비회원14.250
앗 [하라하라]입니다ㅜㅜㅜㅜ 열린 결말이네용 제노가 인 것 같지만 애정이 다 이길 수 있다고도 보기 때문에 흠흠 여주 선택이죠 머
5년 전
비회원17.52
아니...이거..선생님..너무나 대작인데 시즌 80까진 나와줘야 하는 스토리 아닙니까...????? 이 야밤에 이런 귀한 글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ㅠ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오 ㅠㅠㅜ
5년 전
독자6
글을 지우신 걸까요?ㅠㅠ 구독료를 냈는데 글이 안 보여서 댓 남겨용..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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