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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D.O.] In my pocket | 인스티즈

 

 

달궈진 프라이팬 마냥, 잔뜩 열을 받은 검은 색의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일렁인다. 햇빛이 제법 거세 눈을 찡그리니, 속눈썹 위로 얼기설기 엉겨 있어야 할 것들이 없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심지어는 제법 기른 머리카락들이 휘날리며 볼을 살랑였으나, 그것들의 움직임 또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심지어는 아무리 고요하다 한들, 제 숨도 의식하기 시작하면 금방 들리는 것이었으나 그것마저 들려오지가 않았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얼마의 거리를 걸어오고 또, 얼마만큼의 거리가 남은 줄을 몰라 마냥 하릴없이 앞만 향해 온 지도 꽤 시간이 지났음이 분명했다. 처음 발을 내딛기 시작하면서 보았던 꽃이며, 나무며 하던 것들이 보이지 않아 처음 자리를 맴도는 것 또한 아니란 것도 분명했다.

 

 

그러나 저 높이 떠오른 하늘은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푸르른 바다의 빛으로 제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던 채였다. 일말의 어떠한 것도 없이 그저 맑고 또 맑기만 한 것은 고요함과 적막함만이 가득해 되려 눈앞에선 시끄럽게 울어대고 있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였다. 언젠가는 꼭 경험했을 것들이 어지럽게 흩어졌다가도, 한데 뒤섞이려 몸을 섞어왔다. 정신없이 부딪히는 소음들이 꼭 희미한 모양새를 띄고 있는 것 같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노라면, 결국은 위로 쳐든 고개가 욱신거리고 눈알이 빠질 듯 아려왔다. 그제야 지그시 눈을 감으며 아래로 시선을 툭 떨궜다. 잠시 머리가 지끈거리는 탓에 휘청거리던 걸음을 바로 하고 나니, 절로 나오는 것은 깊은 한숨뿐이었다.

 

In my pocket

W. 망나니고래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하는 것이라곤 멍하니 엎드려 눈을 깜빡이다 졸고, 잠에서 깨기를 두어 번 반복해 한참 지루해지려던 찰나였다. 나른함에 크게 벌어지려는 입술을 파들파들 떨며 참아내고 나면, 몸을 일으키는 것이 귀찮아 두 팔에 얼굴을 묻은 채로 빼꼼 눈을 내보였다.

 

빈 교탁을 대신해 칠판에 흘리듯 써놓은, 넘어진 자율에 한 번. 당장 시험이 코앞인지라 복도와 교실 구석구석을 훑으며 지나가는 경쾌함에도 책상 위로 엎어지면 엎어졌지 누구 하나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않는 모습들에 또 한 번. 아무리 곳곳으로 눈을 돌려도 시선을 놔둘 곳이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아, 결국은 진작에 펴둔 머리말 페이지를 읽고 또 읽으며 소리 없이 한숨을 삼켰다. 문을 닫아둔 것이 아님에도, 닫아둔 것처럼 작게 막힌 소리들이 복도에서 희미하게 들려왔다. 사각사각 펜을 써내려가거나, 얇은 종잇장을 펄럭이며 넘기거나. 세상에 존재하는 소리들은 그것들이 전부이기나 한 듯, 구는 적막함이 영 답답했다.

 

 

창문을 활짝 열어둔 탓에 자리엔 금방 햇빛이 내려앉았다. 몸을 일으켜 그 위로 손을 올리면, 손등 위로 골고루 퍼지는 열기가 좋아 가만히 있다가도 슬그머니 주먹을 쥐며 다리로 내렸다. 저 멀리 운동장에선 검은색의 무리들이 군데군데 있는 것이 보였다. 누군가는 그 모습들에 꼭 개미 같다, 며 중얼거리듯 말을 흘렸고, 나는 그것에 동의하는 뜻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한데 모여 운동장을 도는 걸 보고 있노라면 더욱 그랬다. 작년 졸업생들과 같은 색의 체육복을 입은 1학년들은 정말로, 환한 태양 아래서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작은 개미들 같았다. 손에 쥔 가느다란 나무 막대기로 콕콕 찔러보기도 하고, 길을 막으며 이리저리 아무렇게나 가지를 휘두르고 난 뒤에야 흥미가 뚝, 떨어져 버리곤 하던 모래 위의 까만 개미들.

 

안에서 보이는 나 역시도 그럴까 싶은 허무맹랑한 생각들로 마냥 창밖을 보고 있노라면, 대뜸 손 하나가 시야로 튀어들었다. 곧게 펼쳐져 손바닥을 보인 손이 자기를 보라며 몸을 살랑살랑 흔드는 것 같았다. 시선을 옮겨 가벼운 그 손짓을 보려 하니, 금세 약을 올리듯 손을 등 뒤로 감추고 만다. 그러자 눈앞을 채우는 것은 본래의 것이라도 되는 양, 남은 하얗고 하얀 것들뿐이었다. 방금 전과는 다르게 온통 눈이 부신. 하얀 셔츠에 하얀 단추. 그리고 또….

 

내밀어지는 따스한 손. 마냥 희고 고운, 웃음들.

 

*  *  *

교실에서 나와 복도를 지나고, 건물 밖으로 나오면 남자는 늘 그렇듯 나무가 우거진 쉼터 쪽을 향해 몸을 틀었다. 처음엔 당황스러운 마음에 우왕좌왕하던 발걸음도 이제는 익숙하게 남자의 뒤를 쫓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순간부터 몸에 배인 습관에 시선은 비스듬하게 미끄럼을 타고 있던 채였다. 한 걸음 걸음, 발을 떼기 시작하니 남자의 운동화가 힐끔 힐끔 모습을 비췄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것을 보니 십 년도 넘게 신어 때가 탈 대로 타서 그런 것이라며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거리는 모습이 떠올라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스쳐가던 바람처럼 별 의미 없이 흘린 물음 하나에도 놓치지 않고 답을 해주던 남자는 나름 세심한 구석이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작은 세월의 흔적이라고 하기엔 운동화의 얼룩들은 꼭 엊그제에 생긴 것처럼 너무나도 선명했다. 때문에 더 가깝게만 느껴졌으며, 그래서 더 석연찮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떠오른 의문은 풀지 않고 보내는 것이 가장 나았다, 현재로선. 나란히 걷기는커녕 서로의 그림자만 겨우 겨우 쫓는 사이일 뿐이었다. 혹시나 걸음을 빨리하면 사이의 거리가 좁혀질까 마음을 졸이다가도 생각보다 긴 거리가 생길 때면, 그제야 눈치를 봐가며 느릿하게 뒤를 쫓는.

 

남자는 외로움을 알았고, 종종 사르르 웃음을 띤 채로 곁에 와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뽀얗게 먼지가 내려앉은 책상과 의자에 돌던 냉기가 어느 새 온기로 바뀌어 있을 땐 불안하고 초조하던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것도 오고 가는 것이 없었기에 더 편안했다. 처음엔 적응과 순응이었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엔 선택이 되어 있었다. 무언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사라지니, 오롯이 느껴지는 것이라곤 남자의 존재감뿐이었다.

 

남자와 멀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가까워지는 것을 원한 것도 아니었다. 딱 그 정도가 좋았다. 서로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고, 알아챌 수 있는.

 

그렇기에 더더욱 아무런 것도 내비치지 않는 것이 남자와 거리를 유지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의문스런 얼굴로 갸웃거리는 모습에 아무것도 아니라며 웃어보이곤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와중에도 여전히 시선은 남자의 운동화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지만.   

 

 

 -

*사진 출처: 텀블러

(부끄)(수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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