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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루민] 명재경각(命在頃刻) _ 上 | 인스티즈

 

 

 

 

루한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일상에서 찌든 스트레스를 풀었다. 오랫동안 못본 녀석들과 신나게 놀아서 딱 기분 좋게 취했다고 루한은 실 없이 웃었다. 진짜 재밌게 놀았네.  그러다보니 어느 덧 시간은 오전 한 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루한은 차도 근처로 걸어갔다. 그리고 쌩쌩 지나가는 차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한 택시를 잡아탔다. 

 

 

 

"아저씨 파크빌아파트로 가주세요"

 

 

 

택시가 네온사인 가득한 밤거리를 계속 달리다 한 골목으로 빠졌다. 곧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숲 길이 나왔다. 이 근방에서 꽤 오래살았던 루한이지만 이곳은 그조차 처음보는 길이었다. 웬 도시에 숲이지. 창밖엔 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굵은 빗방울이 창문에 튀었다. 택시에는 정적만이 맴돌았다. 루한은 택시아저씨에게서 평소와 다른 느낌을 받았다. 아, 택시번호라도 확인하고 타는건데. 무작정 아무거나 잡아타는게 아니었는데. 내가 인터넷 공포게시판에서만 보던 도시괴담을 실제로 겪게 될 줄이야. 평소같으면 어디로 가는거냐고 택시기사에게 따졌을 터였지만, 술기운에 루한은 정신이 없었다. 단지 처음 겪는 상황에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온 신경을 집중할 뿐이었다.

 

 

 

"그날도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었어요"

 

 

 

루한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택시기사가 사이드미러로 루한을 힐끔보며 말을 이었다.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아마 자신의 인생얘기인 듯 했다. 루한은 택시기사를 노려봤다. 술이 점점 깨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택시는 계속해서 알수없는 길을 향해 달렸다. 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나무들이 음산한 기운을 더했다. 때때로 빗바람이 창문을 두들겼다. 루한은 이 상황이 무척 싫었다. 아까부터 뭐라 이야기를 하며 힐끔힐끔 루한을 보는 택시기사의 탁한 눈동자에 루한은 소름이 돋았다. 설상가상으로 창밖엔 몇개의 공동묘지가 나타나 지나가기 시작했다. 택시기사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루한을 바라봤다. 그런 택시기사를 루한은 계속해서 노려봤다.

 

 

 

"...그래서 죽으려고 차도에 뛰어들었는데"

 

 

 

이렇게 됐어요. 라는 말과 함께 택시기사가 루한쪽으로 뒤를 돌았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일그러진 얼굴과 카시트에 뚝뚝 떨어지는 기분나쁜 액체.

 

 

 

"아 씨발..."

 

 

 

자신의 예상대로 택시기사는 귀신이었다. 루한은 손에 들고 있는 장우산으로 귀신의 얼굴을 찍었다.

 

 

 

"아 존나 놀랬잖아 씹새야"

 

 

 

 

 

[EXO/루민] 명재경각(命在頃刻) _ 上 | 인스티즈

 

 

 

 

 

 

 

 

루한은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그리고 귀신을 볼 수 있다.

루한이 처음 귀신을 본 것이 언제였는지는 그 스스로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돌아가신, 무당이었던 중국인 외할머니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예상할 뿐이었다.

 

 

 

"루한, 무슨일 있었어? 안색이 안좋아보여"

 

 

 

어젯밤, 늦게까지 놀고 택시를 탔는데 알고보니 그 택시기사가 귀신이었지 뭐야? 그래서 욕을 퍼부어주고 좀 패준다음, 택시기사가 향한 이상한 길을 돌고 돌아 다시 집으로 왔지. 이 하지 않아도 되는 개고생을 하며 귀가했다고 하면 넌 믿을거니?

루한은 고개를 몇번 저은 후, 웃으며 말했다.

 

 

 

"잠을 좀 설쳤나봐"

 

 

 

루한은 귀신을 볼 수 있었다. 루한은 창밖에 떠다니는 귀신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예민하던 평소의 루한이라면 어제 짐짓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는 그 택시는 타지 않았을 것이다. 그놈의 술이 문제지 쯧, 루한은 스스로가 한심했다.

루한은 턱을 괴고 교실을 훑었다. 벽에 붙어있는 요란한 요괴들. 시끄럽게 떠드는 아기귀신. 어떠한 아이의 어깨위에 앉아서 낄낄대는 못생긴 처녀귀신.

그 속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떠드는 반 아이들.

'이 학교터가 원래 공동묘지였다는 괴소문이 떠돌던데 사실인가?' 아무리 사방팔방 널린게 귀신이라지만 좀 심각할 정도로 많았다. 사람한테 피해주는 악령은 없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루한은 귀신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중요한건 귀신들은 너무 시끄럽다는 것이다.

 

 

 

"야 쟤 존나 귀엽지 않냐?"

"꺼져 쟨 내가 찜했어"

"미친년 큭큭 니가 쟤 찜해서 어쩌게?"

"글쎄, 확 저승으로 보쌈해버릴까?"

 

 

 

아까부터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처녀귀신이 가리키는 '쟤'가 누구인지

 

김민석은 처녀귀신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어쩌면 이 시커먼 남정네 가득한 남고에서 저런 새하얀 계집애같은 남자애의 인기가 좋은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루한은 생각했다. 여우같이 생겼다고.

 

 

 

 

귀신이 민석을 좋아하는 이유는 비단 여자같은 생김새 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허약한 기 때문이었다. 만만해보이는 체격에 민석은 베실베실 기마저 약했다. 본래 사람이 내뿜는 아우라를 전반적으로 느끼는 루한인지라 그런 루한의 눈에 민석은 한없이 약해빠진 계집같은 남자였다. 실제로 민석은 친구하나 없이 반에 있는 둥 마는 둥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때문에 아이들은 대부분 민석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민석도 그런 반 아이들에게 잘 적응하는 듯 했다. 민석은 항상 자리에 앉아 혼자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적거나, 자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때때로 처녀귀신들이 민석에게 짓궃은 장난을 치기도 했다. 갑자기 민석의 물건을 바닥으로 떨어트린다던가, 바람한점 불지 않는데 책 페이지가 저절로 넘어간다던가, 자고있는데 괜히 툭툭 건드려본다던가. 하지만 둔한건지 멍청한건지 뭔진 모르겠지만 민석은 그 때마다 고개를 한번 갸웃 - 할 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어떻게 저렇게 까지 무신경할 수 있지. 보통 아이였다면 소리지르거나, 울먹이거나, 자신이 체험한 괴현상을 영웅담처럼 떠들어 대거나 그럴터였다.

 

 

언제부터 였는지 모르겠지만 루한은 항상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할 때면 자신도 모르게 턱을 괴고 민석을 바라봤다.

 

 

키는 몇이나 될까. 내 어깨쯤 오는 것 같았는데. 손도 작아보인다. 뭘 적고 있는 걸까.

 

 

 

 

 

 

 

어느 점심시간, 루한은 두고온 자신의 노트를 찾으로 음악실로 향했다. 음악실에 가까워 질 수록 어떤 멜로디가 귓가에 맴돌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꽤 부드러운 클래식 음악인 것 같았다. 누굴까. 루한은 멀리서 부터 흘러오는 피아노 소리에 홀린 듯이 발을 재촉했다.  그리고 음악실 앞에 서, 문에 붙은 작은 창문 틈으로 안을 들여다 보았다.

 

 

 

"아.."

 

 

 

그곳엔 민석이 있었다. 햇빛이 비추는 자리에서. 조그만 손으로 피아노 건반을 느리게 - 혹은 빠르고 부드럽게 놀리는 민석이 있었다. 민석은 행복해 보였다. 여태까지 보아왔던 민석의 모습중에서 가장 평온하고 온화한 모습이었다. 민석은 눈을 감았다. 바람이 창틈 사이로 불었다. 민석의 머리칼이 흩날렸다.

예전에 지나가는 귀신이 하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꼬맹이가 피아노도 정말 잘치더라 -' 라는.  루한은 반쯤 넋이 나간 채 민석을 바라보았다. 여우에 홀린 것 같이.

 내가 뭘하고 있는 거야. 루한은 스스로 정신이 들 때쯤 재빨리 교실로 뛰어왔다. 누가 보진 않았겠지 하며.

 

 

 

 

 

 

그러던 어느날, 루한은 민석에게서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아니 알아챘다. 민석의 기가 더 약해졌다는 것을. 겉으로 봐선 평소와 다름 없는 민석이지만 루한은 분명 느낄 수 있었다. 민석의 생명빛이 확실히 줄어든 것을.

 

하루하루가 지날 수록 민석의 생명빛은 점점 줄어들었다. 애초에 풍겨오는 아우라가 생기가 없는 민석이었지만, 루한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를 수록 미묘하게 줄어들던 민석의 생명빛은 이젠 주의를 집중하지 않아도 확연히 알 수 있을 만큼 크게 작아져갔다. 루한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민석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허공을 향해 멍을 때리던가, 책상에 쓸데없는 낙서를 끄적인다던가, 잔다던가, 아무도 찾지 않는 음악실에서 혼자 피아노를 친다던가.

 

 

 

 

 

 

 

자리를 바꾼다고 한다. 내심 루한은 민석과 앉게 되었으면, 하고 바랐다. 루한은 민석의 두칸 뒷자리에 앉게 되었다. 사실 좀 실망하긴 했지만, 루한은 예전의 자리를 생각한다면 이정도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민석의 조그만 뒷통수가 보였다. 뒷자리라 민석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게 흠이었지만, 루한은 민석의 아우라를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어 예전보다 지금의 자리가 좋았다. 가까이에서 느끼는 민석의 기는 분명 일반적인 다른 아이들의 기운보다 약했다. 최근엔 약간 이질적인 기운마저 맴돌기 시작했다.

 

 

 

'이 기운 어디서 많이 느껴봤는데'

 

 

 

아 뭐였지, 루한은 골똘히 생각했다.

 

 

 

'아! 생각났다!'

 

 

 

무언가 떠올라 기쁜표정을 지었던 루한의 얼굴에 금세 미소가 사라졌다.

 

 

 

'병원'

 

 

 

 

 

 

요즘 루한은 친구들이 이상하다 생각할 정도로 빨리 밥을 먹고 먼저 급식실을 나왔다. 그리고 음악실이 있는 구건물로 향했다. 그곳은 옛 건물이라 잡귀가 많아 예전엔 잘 가지 않는 곳이었다. 일반 아이들 조차도 으스스한 분위기에 수업시간이 아니면 가기를 잘 꺼려하던 곳이었는데, 그곳은 요즘따라 이상하게 루한이 자주 찾게 되는 곳이었다.

 

 

 

'어?'

 

 

 

오늘은 민석이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음악실로 올라가는 계단까지는 분명 피아노 소리가 들렸던 것 같은데,

루한은 민석에게 이상한 일이 생긴 걸까. 진작 이 요상한 건물은 가지 말라고 일러주는 거였는데. 별별 잡 생각이 루한의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어지러웠다.

 

 

 

"나 찾아?"

"악!!!!"

 

 

 

문 뒤에서 나타난 민석이 풉, 하고 웃더니 다가왔다. 더 가까이에서 느끼는 민석에게서는 풋풋한 아기로션같은 냄새가 났다.

 

 

 

"야, 너 맨날 나 훔쳐봤지?"

 

 

 

루한은 정신이 아찔했다.

이 조끄만게 뭐라는거야.

심장이 미칠 듯 뛰었다. 지금 이 이상한 구미호가 날 홀리는 건가.

그런 루한을 보던 민석은 올망졸망한 눈을 몇번 굴리더니 이내 작게 웃으며 말했다.

 

 

 

"너도 피아노에 관심있어?"

 

 

 

 

 

 

 

 

그 날 이후, 루한과 민석은 서로 같이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예전엔 같은 반이지만 인사조차 안하던 사이였다면 지금은,

 

 

 

"난... 처음에 너 친구들도 그렇고 해서, 너까지 질 나쁜 양아치인 줄 알았어"

 

 

 

루한은 항상 무언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하루를 보내는 듯한 민석이 자신을 알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쩌면 자신이 이 애를 바라본 것 만큼 이 애도 날 보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말도 안돼. 루한은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사실, 루한은 민석과 만나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을 하는 쪽은 오히려 민석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저건 도대체 무슨 사이지, 싶을 정도로 민석은 무표정한 루한의 얼굴에 전혀 기죽지 않고 쉴새 없이 쫑알거렸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 오가는 대화, 아니 이랑적인 민석의 쫑알거림에 애가 타는 쪽은 루한이었다.

 

 

 

"야, 내 말 듣고 있냐? 너 요즘 왜 이래?"

"어? 아.."

 

 

아까까지만 해도 민석이 옆에서 뭐라뭐라 시끄럽게 떠들 던 것 같았는데.

어느새 친구놈 하나가 툭툭치며 말을 건다. 분명 옛건물 앞 벤치에 앉아 민석과 이야기 중이었던 것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니 루한은 교실이었다. 민석은 교실에 없는 듯 했다.

 

 

정말이지 여우에게 홀린 것 같다고. 루한은 생각했다.

 

 

 

 

 

민석의 기운은 나날이 줄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른채 오늘도 쫑알거리는 민석을 바라보는 루한은 괴로웠다. 루한에게 그런 민석을 그저 지켜보는 것이란 심장을 갈기갈기 찢는 것과 같았다.

 

이 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 아니 앞으로 일어날 징조인가. 루한은 민석을 앞에 두고도 항상 무언가에 쫓기는 것처럼 불안하고 초조했다.

 

 

 

 

 

 

최근, 이상한 녀석이 민석의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맬끔하지만 창백하게 생긴 사내놈으로 보이는데,

이녀석이 민석이 가는 길 곳곳마다 다 따라다니는 것이다. 루한은 머리가 띵해졌다. 눈물이 나왔다.

 

 

 

 

 

저승사자는 죽음을 코 앞에 둔 자에게 붙는다

 

 

 

루한이 수업시간에 뒷자리에서 하염없이 민석을 바라볼 때.

아닌 척하지만 종종 몰래 음악실로가 몰래 민석을 바라 볼 때.

우연인 척 민석을 화장실에서 만날 때.

 

루한이 민석을 만나는 모든 시간에 저승사자는 민석과 함께했다.

 

 

 

심지어, 꺼림칙하게 가끔은 눈도 마주쳤다.

 

그 때마다 루한은 아닌척, 못본척 했지만 작게 읊조렸다.

 

 

 

"씨발.. 재수없어"

 

 

 

불행 중 다행인건 여태 민석에게 추근덕대며 작고 짜증나는 장난을 쳐댔던 여타 잡귀들이 저승사자 앞에서 양갈래로 갈리는 모세의 기적을 행해준다는 것이었다.

저승사자가 붙은 민석이 길을 지나갈 때면 잡귀들은 끼리끼리 모여 어쩌냐 -, 어린것이 쯧. 하며 수근대기 일쑤였다.

 

 

 

더 이상의 잡귀의 장난은 없다.

더 이상의 민석의 생도 남아있지 않다.

 

 

 

루한은 하루가 다르게 민석으로 부터 풍겨오는 이질적인 아우라에 취할 것 같았다. 머리가 띵하고 어지러웠다.

그리고 아무 것도 모르는 듯한 민석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널,

 

 

 

널 어쩌면 좋을까. 라고

 

 

 

 

 

 

 

 

 

〈dt> 〈/dt>

       命在頃刻 ; 목숨이 경각(頃刻)에 달렸다는 뜻으로, 숨이 곧 끊어질 지경(地境)에 이름, 거의 죽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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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민석이가 죽는건가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앙대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너무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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