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말하지, 여자는 꽃이라고.
근데 나는 아냐, 나는 뚱뚱하고 못생겼는데 이런 나를 누가 꽃으로 봐.
정말... 난 그냥 저런 말들이 없어졌으면 좋겠어.
비참해지니까.
-12-
지원인 정말로 그 입맞춤을 끝으로 내 앞에서 영영 사라졌고
그 때문에 난 철저히 혼자가 되었다.
지원일 괴롭히던 남자애들은 지원이가 떠나자 날 괴롭히기 시작했다.
아빠가 술 드시고 오셨을 때 나는 피 할 곳도 없어서 계속 맞기만 했다.
다시 보러와준다는 지원이만 한 없이 기다릴 뿐이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도 지원인 다시 오지않았다.
이미 나는 지원이 기억 속에서 잊혀진건지..
아님 나만 계속 예전 추억 속에서 못 헤어 나오는 건지...
난 그 때 결심했다. 어차피 지원이가 안 오는 이 곳에
더이상 여기 있을 필요가 없다고.
나도 여길 떠날 것이다. 엄마랑 같이..
아빠 몰래 집을 나가기 위해선 많은 게 필요했지만
우선은 돈이 필요했다.
어리다고 안 받아주는 곳에서 사정사정 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엄마랑 오빠도 아빠 몰래 식당에서 허드렛 일을 하면서 돈을 모으셨다.
비록 힘들긴 했지만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엄마랑 오빠가 있는 식당으로 가
남은 음식을 먹으며 집을 떠나 사는 미래를 생각하며 나는, 행복했다.
그런데 일이 터졌다.
엄마가 일하시는 가게가 유흥업소 주변에 있는 곳인데
내가 유흥업소를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났다.
"야 김여주, 너 진짜 그 소문 사실이냐?"
"뭔 소문?"
어릴 때부터 나와 지원일 정말 지독하게 괴롭히던 애라 정말 싫은 애인데
갑자기 학교가 끝나고 아이들이 각자 자기 집 가기에 바쁜 때에
내게 와서는 나도 모르는 소문을 운운하며 말을 걸었다.
"너 몸 판다며"
"뭐?"
"나한테도 대주지 그래?"
정말..너무 끔찍했다.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기억.
그 아이는 말을 마치자 바로 내가 도망칠 새도 없이 날 붙잡고 끌고갔다.
아무리 몸을 뒤척여도
소리를 질러봐도
나는 그 애가 끌고가는 곳으로 끌려갈 뿐.
내 발악은그 애에게 오히려 흥미를 높혔다.
걔가 날 데려간 곳,
그 곳이 정확히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동네에서
더이상 쓰여지지 않는 아주 낡은 곳이란 것 만 알았다.
도착하자마자 나를 바닥으로 내쳤다.
"여주야 왜 그렇게 싫어해? 민망하잖아 내가."
"하지마..오지마.."
시야는 눈물 때문에 흐려지고 앞으로 될 일 때문에
두려움만 앞섰다. 어떻게 해야될 지도 모르겠어서
그냥 바보같이 손만 휘저으며 그 아이가 내게 오는 걸 막으려 했다.
하지만 내 손은 간단하게 그 애한테 잡혀서 손도 못쓰게 됐고
그 애는 내 앞으로 얼굴은 아주 가까이 들이댔다.
"어차피 몸파는 년인데 뭐 이리 비싸게 굴어..빈정상하게."
"안 팔아..안 판다고 흐윽..나 아니야"
고개를 저으며 나는 그런 애가 아니라며 울었다.
"그런건 일단 해보고 판단해야지. 정말 몸 대주는 년인지 아닌지는.."
그 애는 내 손을 내 등뒤로 가져가서 한 손으로 내 두손을 못 움직이게 잡아놓곤
다른 손으로는 내 치마를 들추어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그 애는 내 허벅지가 부드럽다며 내 귀로 더러운 숨을 내 뱉었다.
온 몸에 뱀이 스멀스멀 기는 느낌이 들어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울음만이 나왔다.
'이럴 때 지원이가 있었다면.....'
"아..더럽게 할 맛 안 나네."
계속 울고있었던 것 때문인지 그 아인 내 몸으로부터 손을 떼곤
다리를 털며 일어섰다.
"야"
그 애가 날 불렀지만 그 애가 나에게 더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긴장이 모두 풀려서 그냥 꺽꺽 소리를 내며 울기만 하고 대답을 안 했다.
그런데 그 애는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을 내게 했다.
"너 김지원 좋아하냐?"
"...."
"난 김지원 싫어. 너 때문에."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 걔는 너한테 해준 것도 없는데
걔는 이미 나보다 네 곁에 더 가까이 있고..
내가 걔보다 더 못난 것도 없는데 넌 왜 걔한테만 관심 줘?"
"...."
"내가 걔보다 널 더 좋아하는데.. "
정말이지 이 애는 너무나도 꼬였다. 좋아하는 방식이.
소름끼칠 정도로 자기만 생각하는 모습에 충격이다.
좋아한다면, 날 정말로 좋아한다면 이렇게 날 대했으면 안 되는 거였다.
너무나도 이기적인 그 애의 감정에 감히 '좋아해'라는 말을 붙이면 안 되는 거였다.
난 그 자릴 도망쳤다.
그 아이도 더이상 날 붙잡으려 하지 않았다.
그 날, 나는 그 날 있었던 일들을 울며 오빠에게 말했고
재정상황이 완벽하게 준비된 건 아니였지만 오빠는 엄마를 설득시켜서 그 곳을 떠났다.
그 사건 이후로 난 지원이도 그 일도 기억하지 않으려 했다.
내 머릿속에서 지우려했다.
지우기 위해서는 다른 것이 필요했고
그 다른 것은 결국 폭식이 되었다.
좋지 않은 방법이란 건 알았지만 그래도 그것만이 내겐 탈출구였다.
유일한 탈출구.
*
"야 김여주 무슨 생각해?"
"어?..아 뭐라 했었지? 잠깐 다른 생각하다가..."
"..잘 있었냐고 했지..."
"아.."
"하긴.. 내가 많이 늦었지?.. 미안. 보러가기로 했으면서..."
"....."
솔직히 지금은 너무 지원이가 밉다. 저런 말들이 가식적으로 느껴진다.
'잘 있었냐고? 아니 지원아. 하나도.
너 가고나서 내가 겪었던 슬픔, 외로움, 끔직했던 그 사건들은
다시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야...'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걸 다 터놓고 말하기엔 정말 시간이 많이 흐른 것 같다,
짧은시간인 것 같으면서도 지원이에게 숨기고 싶은 게 생겼다.
그래서 애써 복잡한 내 마음을 억눌러 대답했다.
"그냥 지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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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친구한테 이거 쓰는거 들켰어요ㅠㅠㅠㅠㅠ짱부끄럽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