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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김남길 몬스타엑스 이준혁 강동원 엑소
문달 전체글ll조회 3080l 8

 

 

 

 

 

 

 

 

 

 

 

 

 

 

 

 

 

 

 

 

 

 

 

 

 

 

 

 

MOONDAL  

 

 

 

 

 

 

 

 

 

 

 

 

 

 

 

 

 

 

 

:::: 

 

 

 

 

 

 

 

 

 

 

엄마와의 통화는 간만이었다. 어색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목소리를 듣자마자 퉁명스레 툭툭 던지고 받는 게 허물없어 사르르 웃게 됐다. "엄마 있잖아. 난 아직도 엄마 눈 안에 아기 사과 조각이야?" 뭐 이런 어린 투정도 마음껏 부릴 수 있는 편한 존재가 있다는 건 뜻밖에 큰 힘을 준다.





눈에 넣으면 아프지 어떻게 안 아프겠냐? 네 덩치를 생각해라. 





음. 거절당하면 두 배는 더 서운하기도.

웃고 있던 재민의 입이 불만을 뭉치며 오물거렸다. 막, `너무하네` 라고 볼멘소리를 뱉을 작정이었다.



그렇지만 너니까 아파도 괜찮을 것 같아. 엄살은 좀 부려도 말이지.

우리 아기 사과가 그런 질문을 하는 거 보니까 많이 힘든가 봐, 요즘.





재민은 아까보다 힘없이 눈을 접어 웃었다.

최근 들어 가슴이 지끈거려. 감기에 걸린 것처럼 열이 우르르 몰려 있는 것 같아. 진짜 감기 걸린 건 아니고. 뒤따라오는 엄마의 반응은 이랬다. `심장 마비 조심해라. 병원 가봐.` 재민이 작게 발끈했다. 아니, 그런 거 절대 아니고. 후, 그게 아니고, 진짜 심장이 아픈 건 아니고, 나 매우 건강한 상탠데 심리적으로 그런 것 같은 착각이 든다고. 됐어, 엄마는 몰라도 돼. 못 들은 거로 해.

한쪽은 감상적인 걸 이해 못 해 답답하고, 한쪽은 괜히 말했다 싶어 성가신 입장에 꼭 올라선다. 재민이 뒷머리를 털며 멀리서 자기에게 오라 손짓하는 목우를 봤다. 엄마 나 다시 촬영 들어가야 해. 나중에 또 전화할게.



아가, 힘내지 마. 굳이 굳이 일어나려 하지 마.

무던히 애쓰지 않아도 돼. 



재민이 간지러운 눈 앞머리를 살살 긁으며 말했다. "내가 애써서 엄마 통장에 들어가는 용돈에 동그라미가 많은 거야."



무안함에 터진 웃음소리가 너머에서부터 들려왔다. 전화 좀 하고 오겠다며 촬영 스팟에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던 재민이 생글생글 웃으며 달려왔다. 목우는 누가 재민의 얼굴에서 어둠을 걷어줬나 궁금했지만, 의아함에서 그치고 재민의 등을 두들기며 카메라 안으로 들여보냈다.

























::::



















사각사각- 종이에 연필 흑심이 갈리는 소리만 정적 속에서 일정한 균열을 가지고 들렸다. 거슬리지 않는 묘한 소음이었기에 아무도 나무에게뭐라 딴죽을 걸지 않았다. 눈치를 살피는 건 연필을 사선을 기울여 짙게 글자 위를 칠하는 나무밖에 없었다. 



단지 이별 하나 했을 뿐인데, 요란하게 떠들고 다닌 것도 아니면서, 자연히 둘러싼 모든 상황이 낯설어졌다. 모든 것들이 심상하게 다가왔다. 어디에도 동화될 수 없는 이방인이 되었다. 해이의 옆에 있는 것도, 지겹게 늘어진 촬영 장비들과 감독들의 큐 사인과 사람들의 함성 소리와 여태가장 나무에게 익숙해서 `모든`에 속할 수 있는 구성 요소들이 꺼려졌다.



그래서 다 내려두기로 했다. 반복되는 고된 삶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다음 판은 나서지 않기로. 방송계가 요원해지니 전보다는 잠도 많이 잘 수 있고, 혼자를 챙길 여유가 많아졌다. 주변 자리가 널러지니 다음으로는 재민 생각이 수시로 치고 들어왔다. 무의식적으로 과거 어떤 날의 재민을 떠올리는 자신을 자주 발견하고 놀라곤 했다.



일부러 봄 다음 봄도 보지 않고, 개봉 초읽기에 들어간 재민의 영화도 보지 않을 작정이었다. 아예 그 관련으로는 조금의 그늘에라도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목우와의 연락도 뚝 끊어버렸다. 재민은 그때 말했던 대로 꾸준히 치대다가 그럴 틈도 없이 바쁜지 한 달 전에 멈췄다.





봐, 한 달 전이래. 언제부터 안 왔는지 세고 있었어. 아차 하며 나무가 손에서 연필을 툭 떨궜다. 연필이 떨어진 다이어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이거 산 목적이 나재민한테 일기식으로 편지 쓰려고 산 거잖아. 강나무 미친 거 아니냐. 충동적으로라기엔 아트박스에서 다이어리들이 죽 늘어선 매대를 오래 왔다 갔다 하며 고민했다. 다시 연필을 집어 든 - 들고나서 깨달은 다른 한 가지 사실에 아까처럼 탄식했다. 연필도 원래 안 쓰는데 나재민이 좋아하는 분홍색이라서 다이소에서 산 거잖아. - 나무가 정성 들여 쓴 재민의 이름을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마구 칠했다. 소리 내 혼잣말 할 수 없는 도서관이라 종이 귀퉁이에다 대신 가냘픈 한탄을 썼다.





이게 후폭풍이라는 건가봐...





갑자기 골이 찌잉 울렸다. 있을 때 잘했어야 한다는 말이 머리 위로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 것 같다. 다이어리를 아예 덮고 핸드폰을든 손 받침대처럼 썼다. 후폭풍이 몰아칠 때 제대로 현타 맞아보자의 심정으로 헤어지고 재민이 보냈던 메시지들을 등산했다.





-너 좋다는 연하남. 그렇게 별로야?

이 정도 마스크에. 어? 영앤 리치.



-맨정신으로 그런 말을 한다는 게 너무 놀랍다.



-할 만하지. 솔직히. 





피식 웃음이 나왔다. 대화창을 올리는 엄지손가락이 문자들을 곱씹는다고 느려졌다. 





-대체 내 어디에 꽂힌 거니? 빼줄게.



- 빼줄게?? 

빼줄게???

그 정도로 나 싫어?



-아니. 그건 아닌데.



-어떡하면 나한테 홀랑 빠지지. 미치겠네. 

너무 어렵다 강나무









-너 정말…. 대단한 거 같아. 

아니 나도 너 좋아.



- 달래지 마. 

빠져있는 건 아니잖아.

딱히 좋은 것도 아니잖아. 







잊지 말라고, 까먹지 말자고 기록처럼 고백하던 재민에게는 절절한 몇백 자 편지보다 간단한 한 문장을 전해주고 싶어서 다이어리를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너는 지금 누구를 사랑하고 있니





-지금, 강나무





답장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여유롭게 기다리려고 카페에 들려 먹고 갈 거라고 주문까지 다 해놨는데. 진동벨보다 먼저 핸드폰이 울렸다.





재민아 얼굴 한 번 볼래?





얼굴도 보고 영화도 봐. 배고프면 밥도 먹고.





예매는 누가 해





당연히 나지. 



























::::























어떤 영화를 예매했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다음 주에 개봉하는 버닝 하트는 아닐 거고. 지도로 찍어준 지점 영화관으로 가기는 했다. 팝콘 세트는 내가 사야지 싶어서 카라멜에 탄산으로 사서 양손에 버겁게 쥐고 있었다. 뒤에서 기척이 나더니 겨드랑이 사이로 재민의 두 팔이 들어와 들고 있던 팝콘 통을 가져갔다.





"아 깜짝이야. 쏟을 뻔했네."





"용케 안 쏟고 있었네. 잘했어."





잘했다며 재민이 팝콘 하나를 나무의 입에 넣어줬다.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푹 눌러 썼어도 재민인 줄 알아봤다. 항상 나는 재민의 향이 있다.

나란히 상영관을 향해 걸으며 나무가 물었다. "무슨 영화야?"





"평점 낮은 영화."





"엥. 왜 그런...걸 골랐지?"





"사람 적은 게 편해서."





"아."





잠시 잊고 있던 신분. 나무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재민의 예상대로 사람이 몇 없었다. 팝콘 씹어먹는 게 재밌을 정도로 영화가 별로인가 싶어 질겁했다. 맨 뒷자리, 거기서도 구석에 박혀있는 자리로 들어가 앉았다. 광고들이 큰 스크린에 번쩍번쩍 나오고 있어 그나마 재민의 얼굴이 잘 보였다. 눈 빼고 다 가렸지만.

나무가 코앞에서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마스크를 아래로 내리려고 시늉했다. 약간은 피곤해 보이는 순한 눈망울이 아무런 반응도 않고 잠잠히 나무를 쳐다봤다. 장난을 치던 나무가 무안해질 정도였다. 다른 데로 시선을 돌리며 손을 내렸다. 비상 대피 안내 광고가 거의 끝나갈 때 즘이었다. 천장을 올려다보던 재민이 불이 찬찬히 꺼지기 시작할 때 마스크를 휙 내렸다.





"어."





눈 한번 깜빡였을 뿐인데 재민의 얼굴이 금세 어둠 속에 묻혀버렸다.

찰나가 너무 아쉬워서 나무는 재민이 주의를 주기 전까지 스크린을 보지 않고 멈춰 있었다. 



고생해서 만들었을 스텝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왜 평점이 낮은지 알 것 같은 내용과 연출이었다. 나무는 연거푸 입을 가리고 하품을 했다. 지루한 주제에 러닝 타임은 130분이었다. 영화 중반부쯤 지났나, 재민의 손등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제대로 보고 있는 건지 앞만 보고 있는 재민을 살피며 슬그머니 검지 손을 갖다 댔다. 꾹 눌러도 움직이지 않길래 천천히 또박또박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나 재 민 ㅗ





재민이 고개를 나무 쪽으로 살짝 돌리더니 손을 휙 잡아채 자기 의자 팔 받침대에 올려놓았다. 나무의 손등을 아프지 않게 꼬집더니 슥슥 문지르고는 

마찬가지로 천천히 한 자 한 자 그렸다.





♡♡♡





뭐야ㅡㅡ

보고 싶었어


엄청 바빴어

응 그래 보였어

누나는?

나 백수야

그건 알아

어케알아

양 선배가

...;;

오해ㄴ 니 안부만 물음

;; 니라니

이제 적응해

으응 















그렇게 조용하고 느린 대화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이어졌다.







"너무 덥다."





빈말로 하는 게 아니고 뒷목이 뜨거워 목 주변을 손 부채질을 했다. 재민이 옆에서 손 하나를 보태줬다. 





"밥 뭐 먹을 거야? 근데 밥 먹을 시간 돼?"





"응. 뭐 먹고 싶어?"





"나는,"





"아무거나, 너 먹고 싶은 거, 라고 하기만 해."





말이 잘린 나무가 혀를 빼꼼 내밀었다. 재민이 단호한 표정으로 하려던 말을 모조리 차단했다. 고민한다고 걸음이 느려지는 나무의 발을 보며 재민이 속도를 맞췄다. 





"나 먹고 싶은 거 정했어. 너는?"





"생각 안 했어."





"야, 너도 생각해. 가위바위보 해서 내가 이기면 내가 먹고 싶은 거, 네가 이기면."





"뭐 낼 거야? 져줄게."





"져주지 마, 져주지 마...페어 플레이."





"나 가위 낸다. 알아서 해."





"아! 진짜! 진짜 가위 낼 거야? 진짜? 아아 그러지 말라고-"





"해, 해, 빨리해, 가위바위보!"





결국, 가다가 여 남 화장실이 갈라지는 복도 기둥 앞에 서서 저녁밥 고르기 배 가위바위보를 했다. 재민은 주먹을 냈고, 나무는 가위를 냈다. 어쩐지 이긴 사람이 안타까운 소릴 내는 이상한 상황이었다. 





"뭐 먹고 싶었어?"





"안 가르쳐 줄래."





"결정 못 했지? 그냥 가위바위보 한 거지? 심리전 잘하네."





"몰라~ 뭐 먹으러 가, 우리?"





"강나무가 먹고 싶은 거."





"진짜 짜증 난다 너."





짜증 난다며 재민의 팔뚝을 때렸다. 재민이 몸을 틀어 빗겨나갔다. 

장난을 치며 걷다가 지도 좀 보자며 나무가 재민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재민이 목을 숙여 같이 나무의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매갈 먹고 설빙 가는, 괜찮아? 아니다. 걷다가 사람 적은 식당 보이면 들어가자."





"나 신경 쓰지 마."





"안 쓸 수가 없어, 너의 존재감."





"우리 집 가서 배달 음식이나 시키자고 확 그런다?"





"난 괜찮아."





서로 넌 진짜? 난 진짜, 거리며 티격태격하다가 정말 재민의 집 거실까지 발을 들이게 됐다. 나무는 아무렴 상관없었다. 헤어지고 난 뒤로는 미디어로 밖에 접하지 못하는 재민의 얼굴을 실제로 보기만 하면 됐고, 였다. 소파에 털썩 앉은 나무와는 다르게 불편해 보이는 건 아직 모자도 벗지 않은 집주인 쪽이었다.





"재민나~ 알아서 시켜줘라~"





"치맥 좋아?"





"어우, 너무 좋아."





"재민이는?"





"에? 또 시작이다. 저거."





"재민이는."





냉장고 앞에 서 있던 재민이 눈을 치뜨고 나무를 봤다. 따가운 눈초리를 무시하고 배달앱을 켰다. 재민이 뭐든 뚫을 기세로 나무에게 돌진했다. 종착 지점은 이마였다. 이마끼리 부딪치며 단단한 게 쪼개지는 소리가 났다.

나무가 눈을 꽉 감았다.





"와, 멍드는 거 아니야?"





"강나무."





"뭐."





"나 봐. 얼굴 보고 싶다며."





"난 현미경 시점으로 보고 싶다는 게 아니었어…."





재민이 나릿나릿 이마를 뗐다. 부스스해진 앞머리에 나무의 머리칼이 붙어 같이 딸려 갔다. 나무의 손이 올라갔다. 살살 털어주며 정리해주다가 천천히 내려갔다. 투명한 유리라도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직접 닿지는 않지만 어루만지는 듯한 손짓이 재민의 턱까지 내려갔다. 몸을 뒤로 빼며 재민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이는 귀가 빨개져 있었다.





"갑자기 부끄러워 하네?"





"키스하고 싶어져서."





"...아니네. 안, 안 부끄러, 부끄럽다는 말을 모르네...



그런 말은 좀 속으로 해줬으면 좋겠어!"





낯이 붉어진 나무가 버럭 화를 냈다. 둘은 소파의 끝과 끝에 각자 위치해 앉았다. 서로를 흘깃거리다가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발가락부터 오므라져서는 급히 피했다.





"그, 저기... 이 분위기 깰 수 있는 술이 지금 냉장고에 있어?"





"응."





"여전히 센스 있네. 가져올게."





"아니야. 내가 갖고 올게."





"됐어. 내가 가지고 올게."





"아냐! 내가!"





"누나 너도 여전하네.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으려고 하고."





승강이를 벌이며 점점 일어나던 나무가 나직이 뱉은 재민의 마지막 말에 도로 앉았다. 잠시 후 재민이 한 아름 안고 온 술병들을 보며 기함했다. 이걸 다 깔 작정이야? 너 내일이 없어? 재민이 입을 닫은 채 히죽 미소 지었다. 응.





"...그래! 좋다!"





"재민이도?"





"은근슬쩍 너 끼워 넣지 말아줄래?"





"진심은 알코올에 얼마나 담가지느냐 따라 나오는 거랬어. 마셔."





"잔 없어?"





오프너로 두 병을 깐 재민이 말없이 하나를 내밀었다. 액체가 가득 든 무거운 병들이 짠- 하며 부딪쳤다. 둘은 꺾는 거 없이 단숨에 절반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어떡해 누나. 나 알쓰야..."





"끕, 어, 뭐라고? 얼마나 알쓰야?"





"응, 얼마냐면 나 지금 머리가 아플라 그래."





관자놀이 부근을 짚는 재민을 보며 나무가 깔깔거렸다. 빨리 마시면 빨리 취하는 거라고 천천히 마시면 된다며 재민을 꼬드겼다. 재민이 입술을 삐죽이며 위아래로 깊게 머리를 끄덕거렸다. 그렇게 한 병이 순식간에 동났다.





"배부르다. 치킨 시켰어?"





"아 맞다. 시키다 말았어."





"잘했어. 배불러서 못 먹어."





재민은 졸린 지, 눈이 반절 풀려서는 자꾸 멍을 때렸다. 턱을 괴고 꾸벅꾸벅 조는 걸 보고 이때다. 싶어 나무는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헤어지고 난 뒤 나재민의 핸드폰 바탕 화면은 어떨지 궁금하다. 어느 쪽으로도 속상해질 것만 같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재민의 핸드폰으로 눈길이 갔다.





"재민아, 동영상 하나를 보냈으니 확인해보렴."





"잉? 뭔 동영상?"





"응~ 재밌는 거."





"재밌는 거~ 그래~ 어디 보자. 재미 없으면 책임 져."





재민이 나무를 째리다가 정체 모를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핸드폰 잠금을 풀었다. 나무가 가까이 붙어서 목을 빼고 엿봤다. 소맥 여덟 잔째에 넘어가 재롱을 부리는 그때 그 강나무가 아직도 화면 가득하였다. 마음이 미어졌다. 넌 어쩜 이래. 재민이 넋을 놓고 있다가 나무와 화면 속 나무를 번갈아 보더니 말했다.





"누나. 미안해. 근데 난 강나무가 정말 좋더라."





"왜 그래."





"그러니까. 너의 무관심 어디쯤 껴있는 게 난데. 그런 주제에."





"무슨 소리야. 나 너 좋아한다니까. 확신이 안 들어서 그랬어. 내 마음이 그리고 네 마음이."





재민이 무겁고 더운 입바람을 길게 불었다. 앞머리가 붕붕 날았다가 가라앉았다. 옆으로 픽 쓰러지려는 재민의 머리를 재빠르게 어깨로 받았다.







"그래도 있잖아, 누나가 보고 싶다고 해서 좋았어."





"응. 좋았다니 다행이다."





"누나. 오늘이 꿈 같아서 그러는데. 증명 하나만 해주라."





어깨에 기대 있던 재민이 나무를 올려다보며 애닳은 목소리로 말했다.





"꽉 안아봐도 돼?"





"너 안 취했지."





"응. 안 취했어. 술 취한 연기가 좀 늘었지?"





"영악해."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 줄 수 있잖아. 어려운 거 아니잖아."





"빈 마음을 냅다 준 거면 어떡해. 난 아직 몰라. 상처받으면 어떡해."





"그렇다면 당연히 상처받겠지. 근데 괜찮아. 누가 그랬는데, 눈에 넣어 안 아픈 사과 없지만, 엄살은 좀 부려도 감내할 수 있는 조각이 있대."





이젠 찌릿찌릿 통증이 오는 게 습관이 된 가슴이 있다. 재민이 뜨거운 심장 위에 손을 겹쳐 올렸다. 나무가 바르르 떨고 있는 재민의 까만 속눈썹을 내려다봤다. 난 너의 작은 그늘이 이유 없이 좋았지. 지금도.





"누나. 어차피 생채기는 나는 것 같아. 그걸 따지면 사랑은 언제 해. 난 그렇게 생각해."





"재민아."





어차피 긁힌다. 담담한 척 말해놓고 재민은 불안에 떨었다. 두려움이라는 포장에 싸여 순간순간 초조하게 일그러지던 표정이 일러주고 있었다.

다 비운 병맥주 오백 미리 만큼의 진심은 겁이었다.











"재민아, 키스도 괜찮아."







나무에게 기대어 있는 자세가 뻐근해질 즈음이었다. 정신이 번쩍 드는 말이었다. 아까 한 말은 취소하고 싶을 정도로 진정 꿈결 같은 한마디였다.

재민이 상체를 일으켜 밑이 붉어진 눈으로 나무를 쳐다봤다.





"네 말이 맞아. 그리고 믿어. 꾸준히 말하지만 나 너 좋아해. 너야말로 왜."





재민이 자기 입술로 움직이던 입을 막았으므로 나무의 말은 도중에 끊겼다.

흥분해서인지 공기가 더워졌다. 감정이 벅차올라서 숨도 따라 찼다.

입맞춤과 웃음이 입술과 입술 사이에서 오갔다.

나무가 재민의 상체를 껴안으며 넘어트렸다. 바닥에 깔린 재민이 몸을 뒤집어 러그 위로 나무를 눕혔다. 재민이 숨을 색색 내쉬고 있는 나무를 애정 어린 눈으로 내려다봤다. 나무가 부끄러워하며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 손을 잡아내려 붙잡고는 또 뚫어져라 바라봤다.





"나 이 표정 알아."





"...너 예전에 삿포로에서도."





"알아. 사랑하고 싶은 표정이야."





"응. 사랑해."





"밀린 대답이 많아, 강나무. 사랑한단 말만 팔만 번 정도 하면 될 것 같아."





"넌 정말 변함없이 싸가지 없구,"





"치."





그래서 좋은 재민아 사랑해.





나무가 재민의 목을 감싸 안았다. 조금의 틈도 용납되지 않았다. 

따뜻한 집안에서는 눈치 못 챌 쌀쌀한 바람이 늦은 밤 휘-휘- 불었다. 비처럼 꽃잎이 많이 떨어졌다. 어둔 새벽을 내내 밝혀 줄 가로등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바닥에 꽃잎들이 누군가의 연출처럼 예뻐 보이는 건 그놈의 습관이 사랑이기 때문이라고 우겨보자.  

 

 

 

 

 

 

 

 

 

 

 

 

 

 

 

 

 

 

 

 

 

 

 

 

 

 

 

 

 

 

 

 

 

 

 

 

부랴부랴 완결 냅니다...또 언제 올 수 있을 지 모르겠네용 ㅠㅠ 오탈자 띄어쓰기 등등 오류들은 차근차근 짬내서 들어와 고칠게용!! 만우절 기념 찾아왔습니다 ㅎㅎㅎ 하지만 거짓말 아니고 진짜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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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일단 만우절이니 막화 만우절이라 생각하고 읽으러 달달쓰는 간다간다뿅간다는 선댓
5년 전
독자3
아닛...@ 마지막에 아앗..☆
5년 전
독자5
역시 문달님 해피엔딩 베리귯,,, 재민이랑 나무 이제 행쇼하는거냐며,,(치킨먹는중이라 주접을 못떨ㄲ)
5년 전
문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모야 재민이랑 나무도 치킨 결국 못 먹었는뎅 달달쓰만 치킨 먹기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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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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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문달
좋-아
5년 전
독자6
문달님 이번 글도 너무 잘읽었어요~~ 저는 문달님 너무 사랑해요 문달님 글도 너무 사랑해요ㅠㅠㅠ 문달님 글의 해피엔딩도 너무 사랑해요ㅠㅠㅠㅠㅠ 제가 문달님이 예전에 쓰신 글들도 종종 복습하는데요 전부 완전 제 취향저격이에요ㅠㅠ 항상 감사해요!❤️
5년 전
독자7
어머어머 얘쫌봐라ㅠㅜㅜㅜㅠ 문달님...오늘 만우절...아시죠...?
5년 전
독자8
8ㅅ8입니당 나잼 세계최고 좋다.. 재민이는 견뎌냈네요 한달동안 나무도 잘 견뎌냈구 긴 터널을 나 드디어 나무가 재민이를 봐주네요 너무 조아....
5년 전
독자9
사랑해요 작가님 ❤️❤️❤️❤️❤️❤️
5년 전
독자10
마지막 단락이 너무 이쁜 것 같아요 ㅎㅎ 여러 번 읽게 돼요 ㅎㅎ 너무너무 잘 읽었습니다 행벅하네여!!
5년 전
독자11
마지막 단락이 너무 이쁜것 같아요 ㅎㅎ 여러번 읽게 되요 ㅎㅎ 정말 행벅하네여!!!
5년 전
독자12
거짓말.....또 오실꺼면서 거짓마알........자까님
5년 전
비회원186.29
작가님ㅠㅠㅠ사랑합니다♡♡♡♡♡
5년 전
독자13
라나입니다!ㅠㅠㅠㅠ 마지막 역시 해피였네요ㅠㅠㅠㅠㅠ 그래서 저도 너무 해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무랑 재민이 너무 예쁘게 끝나서 더 해피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14
뒷얘기 궁금하댜 작가님 외전써주세노 ㅠㅠㅠㅠ사랑합니다 ㅠㅠㅠㅠ
5년 전
독자15
스트로니입니다~!악 둘이 너무 예쁘다구요ㅠㅠㅠ맘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연애,,사랑 저도 하고싶네요;_; 완결까지 읽으면서 사랑스럽고 좋았던 문장들이 되게 많았었는데 뭔가 또하나의 사랑을 글로 느껴본거 같아요 이제 또 하나의 글이 안녕이라니ㅠ 보내주긴 항상 아쉽지만 여전히 습관이 사랑인 재민이와 여주는 행복하게 살테니까요:)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시간날때 종종 들러주세요 문달님 히히 오늘 하루 마무리 잘하시구요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당💚
5년 전
독자16
너무귀여워요 써주셔서감사합니다
5년 전
비회원46.168
다음 작품 때까지 기다릴게요 오늘 내용 넘....벚꽃많이 피는 요새에 어울려요 흐흑ㅠㅠㅠㅠ사랑합니다 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17
와..뭔가 재민이가 연예인으로 나와서 더 공감가고 그런 글이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마지막에 너무 몽글몽글하고 좋아요ㅠㅠㅠ감사해여 작가님
5년 전
독자18
ㅜㅜㅜㅜㅜㅜㅜㅜㅡㅜ쟉가님 천재만재ㅜㅜㅜ너무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해여ㅜㅜㅜㅜ꽉 닫힌 해피엔딩 감사합니다👍❤
5년 전
독자19
마지막까지 완벽하네요,,,다음작품도 엄청버티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ㅔ
4년 전
독자20
작가님 ㅠㅠㅠㅠ 다시 정주행하러 왔는데 1화랑 마지막화만 있네유유ㅠㅠㅠㅠ 눈물 나지만 저에겐 최고의 작품이었다는거..❤️❤️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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