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암-
자꾸만 감기는 눈커풀에 크게 기지개를 한 번 하고 시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두꺼운 하드케이스의 전공책. 하얀 형광빛 아래서 지겹게 책만 본게 도대체 몇 시간째 인지. 어느새 피곤해진 눈가를 거칠게 쓰다듬으며 나는 여전히 비어있는 누나의 자리를 바라봤다.
'나 오늘 늦을꺼같은데ㅜㅜ상혁아 도서관 갈꺼면 내 자리도 좀 맡아줘ㅜㅜㅜ'
아침부터 도착한 카톡하나에 설레서는, 평소엔 오지도 않던 도서관에 앉아 누나가 오기를 기다리는 내가 우스워서 괜히 죄없는 볼펜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정작 오기로한 사람은 그림자도 안보이고, 알겠다고 간단하게 보낸 카톡에 대한 답장도 안보이고. 도대체 이 누나는 언제쯤 도착할 생각인지, 아니 오늘 오기는 오는거야? 울컥하고 올라오는 억울한 마음에 후- 하고 한숨만 쉬며 다시 핸드폰을 보지만 여전히 아무런 연락이 없다. 좋아하는 캔커피도 사놨는데....미지근해진 캔커피 표면에 맻힌 물방울을 손가락으로 닦다가 답답한 맘에 검지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바보누나, 언제와요. 지겨워죽겠어.
지잉-
'자리 어디에 맡아놨어?'
아, 드디어 왔다. 코트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에 급하게 핸드폰을 꺼내어 문자를 확인하자, 역시나 누나다. 왜이렇게 늦었...아니다, 아니다. 기다린거 티내지 말아야지.
'b열람실 213번.'
간단명료하게 문자를 보내놓고는 혼자 핸드폰을 보며 씩 웃었다. 빨리와요, 보고싶으니까. 라고 보내고 싶은 맘을 꾹 참으면서.
.
.
.
"혁아, 나 왔어. 늦었다."
화났어? 미안해- 하며 헤헤 웃는 누나는 내 앞에 자리를 잡고 커다란 가방에서 두꺼운 전공책들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자기몸만한 가방을 매고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나려는걸 참느라 내 얼굴은 더욱 굳어져 갔지만 미안해하는 누나의 표정을 보고있으려니 조금은 날카로워 보이는 내 얼굴이 고마울 지경이다.
아니 그런데 이 누나,
공부하러 오는 사람이 왜이렇게 치마가 짧아?
주위를 슥- 둘러보니 오른쪽도, 왼쪽도, 누나의 뒷자리까지도 다 남자다. 아니 근데 다리는 왜 꼬아? 정말 이 여자 안되겠네.
"누나- 이거."
동그란 안경 너머로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올려다보는 누나의 눈이 귀엽다.
그런 누나를 보며 나도 모르게 웃고 있다가 멋쩍은 마음에 에헴, 하고 기침을 한번 하고는 오늘 입고 나온 코트를 내밀었다.
"무릎, 덮으라고."
다른 자식들이 보면 안되니까.
제일 처음에 쓴거라 음 짧고 설레이지도 않는 것 같구ㅠㅠㅠ
그래도 글이 한상혁빨이네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