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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이제노] 로맨틱 밀레니엄 | 인스티즈 

 

 

 

 

 

 

 

 

 

7년 안에 독립을 해야 결혼을 피할 수 있었다. 스물 셋 나에게는 가능할 줄 알았다. 7년. 한참 남았네. 그 안에 내가 못할까봐. 그런데 못하더라.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다달이 빠져나가는 각종 세금들 하며,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유흥비 하며, 교통비, 통신비, 학자금 빚 등등 버는 족족 여기저기 줄줄 새니까 갓 취업했을 때 부모님이 마련해준 반전세 원룸 부지하는 것 이상으로는 나아가지 못했다. 완벽한 내 집을 각종 잡다한 것들로 빽빽한 서울 땅 위에서 구하지 못했다. 이게 말이 되냐. 말이 되게 했네 내가. 그래도 아니겠지. 내 돈으로 벌어서 마련한 내 집은 없어도 일은 계속 하고 있고, 월세든 뭐든 미납 한번 된 적 없이 꼬박꼬박 잘 내고 있는데 괜찮지 않을까 하며 새해를 보내려고 여느 때와 같이 본가로 걸음했다. 가는 길에 엄마 아빠에게 줄 선물도 비싼 값을 치르고 샀건만. 

 

 

"앞자리 3으로 바뀐 딸랑구 왔딸랑딸랑~!!" 

 

 

분위기가 싸했다. 분명 보일러 빵빵하게 틀어놔서 바닥은 뜨근하고, 훈기가 돌아야 하는 1월 1일에 엄마랑 아빠 그리고 가운데 끼인 나 사이에는 알 수 없는 냉기가 흘렀다.  

 

 

"...질문." 

 

 

손을 들고 엄마 아빠와 한번씩 눈을 맞췄다. 

 

 

"여러분 아들은 어디갔어?" 

 

 

"성인 됐다고 친구들이랑 임진각 갔어." 

 

 

"제정신 아니네. 그러면 그 다음 질문. 분위기 왜이래?" 

 

 

"선 봐라." 

 

 

라며 아빠가 내놓은 건 정성스레 파일철에 끼워넣기까지 한 처음보는 남자 세 명의 신상 정보였다. 이번 일일 드라마 주인공이 나일 줄은 몰랐지. 상황 파악이 안돼서 허허허 웃으니까 엄마가 지금 웃음이 나오냐며 혼을 냈다.  

 

 

"여러분. 새해부터 이러기야? 1월 1일부터? 내가 선물도 사왔는데? 나 서럽게 해? 칠 년 전 말 그냥 한 소리 아니었어? 내가 거의 십 년 째 얘기 하잖아아- 결혼 안 한다고오!!" 

 

 

벌떡 일어나서 역정을 내니까 엄마가 목 아프니 앉으라고 화를 냈다. 기가 눌려서 바로 앉았지만 자존심이 상해서 씩씩 거리며 따졌다. 

 

 

"내가 몇 년 더 참고 일해볼게. 그러면 승진도 할 거고, 연봉도 오를거고, 내 몸뚱이 이런 남자들한테 의지 안 해도 나 스스로 건사할 수 있게 될 거라고. 물론 여러분 도움 없이! 그러니까 결혼 관해서는 이제 말 하지 말자." 

 

 

"그래. 근데 경험 삼아 한번 봐봐. 너 서른 먹을 때까지 연애도 한번 안 해봤잖아. 모솔로 살다가 죽을래? 연애는 해봐야지." 

 

 

엄마가 나긋한 톤으로 달랬다. 내가 숨길 수 있을 때까지 숨겨 보려고 했는데. 한숨이 나오네. 

 

 

"나 모솔 아니야. 대학 다닐 때 나쁜 놈 만나서 오지게 고생 해본 적 있어. " 

 

 

"아니 왜 만나도 나쁜 놈을 만나? 너 참 보는 눈 없다! 여기 이 세 명 다 괜찮으니까 한번 만나봐." 

 

 

자연스럽게 끼워파는 엄마의 술수에 넘어갈 뻔 했다. 손 머리 다 써가며 거절하고는 동생 방으로 도망쳤다. 내 방은 직장 다닌다고 자취를 시작한 뒤 창고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어휴 방공기 안좋아. 어휴 숫놈 냄새. 이노무 자식은 딸 치고 나서 환기를 안 시키는 거야 뭐야 온갖 냄새 다 섞였네. " 

 

 

올해 스무 살이 된 동생은 늦둥이로 나와는 열 살이나 차이가 난다. 보통 나이 차가 많이 나면 우애가 좋은 경우가 많던데 - 언제까지나 내 주변 기준이다.- 나와 내 동생은 피라도 안 보면 다행일 정도로 붙어 있으면 투닥거리기 바쁘다. 그래도 내가 업어키울 애기 시절에는 나름 예뻐해줬는데 크면서 싹수가 샛노래져서는 내가 이름만 불러도 짜증을 내더라. 가는 말이 고와도 오는 말이 사나운 관계였다. 아무튼 해가 바뀌고 영원히 교복을 입고 다닐 것만 같던 동생은 성인이 되었고, 영원히 이십 대일 것만 같던 나는 앞자리가 3으로 바뀌었다. 이새끼 언제 이렇게 컸지, 킁. 의자에 앉아 동생의 고등학교 졸업 앨범을 보며 유년을 회상하는데 엄마가 문을 열고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왜?" 

 

 

"딸. 셋 중에 누가 제일 마음에 들어? 직업 군인, 대치동 학원 강사, 고등학교 교사?" 

 

 

"아 나는 나랑 살거라고!" 

 

 

"누가 결혼하래? 사람만 좀 만나보라고!" 

 

 

"왜 화를 내! 고등학교 교사!" 

 

 

"그래~" 

 

 

그래. 과팅 소개팅은 받아봤어도 맞선은 드라마에서만 봤다. 경험 삼아 나가나 보자. 싶어서 외쳤다. 그랬으면 안됐는데. 나의 첫 1일을 내내 뚱한 상태로 보내기 싫어서 냅다 소리쳤다.  

 

 

 

 

 

 

 

 

 

 

 

 

 

 

 

 

 

 

 

 

 

 

제 첫인상 어때요?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하고싶었던 말은 '일애니 엄청 좋아하게 생겼어요. 야한 거요. 오덕 같아요. 머리도 덥수룩하고 면도는 제대로 하신 거 맞아요? 푸릇푸릇 하네요. 그리고 두툼해요. 전체적으로. 냄새는 안 나는데 냄새 날 것 같이 생겼어요. 한 줄 평으로는 존나 못생겼어요.' 많았지만 나는 생각보다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라는 걸 사회 생활을 하면서 느꼈다. 결국 착한 얼굴을 만들고서 "나쁘지 않네요." 라고 말하며 웃었다. 욕 다 뺐으니 이 정도면 저 사람한테는 칭찬이지.  

다행스럽게 여겨야 할 지 모르겠지만 꽤나 좋은 평이었는지 호탕하게 껄껄대는데 웃음 소리가 그냥 기분이 나빴다. 음식이 나왔는데 입맛이 없어서 깨작거리니까 그래서 날씬하신 거냐 그런데 어른들 앞에서는 그렇게 먹으면 안된다 복스럽게 먹어야 시댁에서 사랑 받는다 라고 씨부리더라. 아 이 새끼 가부장유교충이구나. 수업을 이끌어가는 교사답게 유려한 언변으로 끊임없이 말을 하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안 빻은 구석이 없어서 무슨 말을 지껄였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제 귀는 절구통이었습니다. 빻빻빻빻. 갈수록 표정 관리가 안돼서 내친김에 술 한 잔 하러 가지 않겠냐는 제안에 "네. 싫어요. 저는 먹은 게 소화가 안돼서 이만. 조심히 들어가시든가요. 왜 그 나이 먹을 때까지 결혼 못하고 계시는지 알겠네요." 라고 거절하고는 나왔다. 어땠냐고 묻는 엄마에게는 (차마 좆같았어) 라고는 말 못하고 기대감에 찬 눈에 대고 "으응..두 번은 하고싶지 않은 경험이었어." 하고는 에어팟을 귓구녕에 꽂고 누웠다. 나는 내가 확실히 의사 표현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고등 지식을 가진 고등학교 교사라는 놈은 지 입맛대로 해석했는지 그 뒤로도 계속 연락을 걸어왔다. 하다 못해 차단을 해놓으면 문자, 전화, 페메,다렉 등 다양한 수단을 골고루 이용했는데 대체 계정을 어떻게 다 찾아낸건지 소름이 돋는다. 

 

 

 

 

 

 

 

 

 

 

 

 

 

 

 

 

 

 

 

 

 

 

아침에 부지런한 성격은 아니라 출근하면서 편의점에 들려 에너지 바를 사먹고, 퇴근 후에는 도수 낮은 캔맥주 한 캔 사 마시는 게 소소한 낙이었다. 가끔 술 마시고 기분 좋아져서 혼코노를 달리기도 한다. 그럴 땐 다음 날 출근길이 고통이긴 하다. 아무튼 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편의점 알바생 때문인데 대체 어디 집 자제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인물이 훤해서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는 작은 힘이 되어준다. 역시 남자는 와꾸지. 일부러 캐내려고 한 건 아니고 단골이라 드나들다 보니 잘생긴 알바생이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밤 9시부터 아침 7시까지 일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마 이 친구도 내가 눈에 익을 것이다. 그래서 피폐한 몰골로는 절대 평일날 편의점에 가지 않는다. 내가 들어오면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미청년 때문에.  

어려 보이는데 이 주변 대학 다니는 학생이려나. 결혼을 할 거면 이런 어리고 잘생긴 애랑 하는 게 낫지. 키우는 맛도 나고(?) 새까만 흑심을 품은 채 편의점 가는 게 바로 나다... 서른 살 됐고요, 디자인 관련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결혼 압박에 시달리고 있고요... 

아, 조만간 질척거리는 맞선남을 고소할 생각 입니다. 

 

 

 

 

 

 

 

 

 

 

 

 

 

 

 

 

 

 

 

 

 

 

 

농담 섞어서 말한 것도 있지만 맞선남은 고소하고 싶은 마음을 먹게 하는 인간이었다. 하다 하다 내가 사는 동네 주변까지 올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미친놈한테 단단히 걸렸구나 싶어서 어떤 법에 이 새끼가 걸리는 지 알아보는 중이었다. 로펌 쪽 일하는 친구와 신랄하게 대화를 나누며 4캔 만원 행사 중인 캔맥을 골랐다. 

 

 

"존나 무섭다고 진짜. 맞선 한번 경험 해보자~ 싶어서 봤다가 웬 또라이한테 걸려가지고 법 걸고 넘어지게 생겼네. 야, 웃을 때가 아니야. 내가 좀 말을 유머러스하게 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이건 진짜 웃을 일 아니야." 

 

 

만원입니다~ 하고 애기(편의점 야간 알바생을 혼자서 속으로 부르는 애칭이다)가 웃으며 말했다. 눈웃음에 살살 녹는다. 개저웃음 지을뻔 한 걸 맞선남 욕을 하며 겨우 참았다. 진짜 육두문자를 뱉지는 않았지. 애기가 앞에 있는데. 

 

 

"내가 다시는 엄마 말 듣나 봐라. 야 너는 맞선 함부로 보지 마. 나오는 남자들 다 도태남들이야. 안녕히 계세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애기가 나한테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해줬어. 애기가 누군데. 있어. 우리 동네에 야간 알바하는 앤데 진짜 잘생겼어. 그거 모든 손님한테 다 하는 말이야. 아니까 조용히 넘어 가라. 

 

친구와 의식의 흐름에 충실한 대화를 하며 집으로 들어가는데 뒤가 쎄했다. 이 시간에. 아니겠지. 여성 안심 귀갓길 구역인데. 바닥에 대문짝만하게 써있는데.  

 

 

야 나 갑자기 뭔가 느낌이 안 좋은데. 좀 무서워. 헐 왜 무슨 일인데. 집 무사히 들어가면 다시 전화할게. 끊어봐. 

응.  

 

 

에어팟을 급히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고 공동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기 전에 주변을 경계하며 둘러봤다. 아무도 없이 고요한 동네였다. 멀리 작은 개가 앙칼지게 짖는 소리가 들렸다. 재빨리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간 순간 맞선남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았다. 

 

 

 

 

 

 

 

 

 

 

 

 

 

 

 

 

 

 

 

 

 

 

 

 

애기가 야간 알바를 안 하는 날에는 다른 편의점에 갔다. 애기가 있어서 시유에 가는 건데 시유-애기= 다른 편의점 뭐 있나 구경할 핑계라서. 냉장고에 캔맥은 있는데 안주 삼을만한 게 없어서 지앤스로 가는 길이었다. 골목 하나를 꺾으면 나오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직감으로 맞선남임을 알고 빠르게 걸었다. 어두운 골목길을 벗어나야 안심이 될 것 같아서였다. 늦은 밤에도 밝은 편의점 빛이 가까워질 때 마주보는 앞에서 누군가 걸어왔다. 남자라서 약간은 경계하며 지나가려는데 낯이 익었다.  

 

 

"어! 혹시! 시유 알바분 아니세요?" 

 

 

"어. 아아, 네. 안녕하세요." 

 

 

애기였다! 계산할 때 말고는 대화는 처음인데 익숙한 그 선한 미소에 마음이 놓여서 오버해서 아는 체를 했다.  

 

 

"이 근처 살아요?" 

 

 

"어...네! 혹시 지앤스 가는." 

 

 

"네. 맞아요. 하하." 

 

 

"왜 시유 안 가세요." 

 

 

"그야...엄...없으니까? 하하하하..." 

 

 

"저 없어서요?" 

 

 

이런 평범한 멘트 치며 평범하지 않은 얼굴로 웃어주는 거 좋은 반칙... 

애기는 더 할 말도 없고 반가운 척 장단도 다 맞춰줬으니 가던 길 가고싶어하는 눈치였는데 내가 싸그리 무시하고 이런 저런 말로 붙잡았다. 얼마나 착한지 아무 말을 해도 정성 들인 리액션으로 돌려주었다. 그래서 잠깐 잊고 있었는데 지금 뭐하냐는 듯이 호통 치는 벨 소리가 들려왔다. 또 다른 모르는 번호였다. 마음이 급해져서 애기의 팔소매를 붙잡고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죄송한데 혹시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어주시면 안될까요? 되게 어처구니 없고 이상할 수 있지만, 정말 사람 한 명 살린다 치고 딱 한번만, 얼굴 다 안 나와도 돼요, 남자 하관처럼 보이기만 하면 돼서요, 부탁드릴게요. 급한데 당장 제 주변에 남자가 없네요." 

 

 

애기는 착하게도 내 말을 끝까지 다 듣고는 알겠다며 응해주었다. 기쁘고 고마워서 횡설수설하며 카메라를 들었다.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아마 민망하지만 고마워 라는 뜻이었을 걸. 

잠깐 실례한다며 양해를 구하고 손깍지를 낀 채로 내 얼굴 옆에 갖다대었다. 각도를 틀어서 애기 하관만 슬쩍 보이게 찍으면 좀 연인같아 보일라나 하며 그간 품었던 사심 담아 여러 장 찍고는 까똑 사진을 바꿨다. 제발 떨어져 나가라는 나의 염원. 부작용은 남친이니? 선 봤던 남자랑 잘됐니? 라는 내용으로 엄마에게 연락이 오는 것. 일단 나중에 생각하기로 한다. 

 

 

"진짜 고마워요. 제가 처리해야 할 사람이 있는데 지금 남친이랑 같이 있다고 구라를 쳤더니 씨알도 안 먹히더라고요. 그래서 급조한 증거 사진이 필요했어요. 죄송해요. 사진은 바로 지울게요!" 

 

 

"괜찮아요. 수고하세요!" 

 

 

애기는 뒤에 (^^)이 붙을 법한 발랄한 말투로 인사를 하곤 가버렸다. 효과가 있긴 했는지 2주 가량은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약발이 오래 안 갔던 게 문제지. 

 

 

 

 

 

 

 

 

 

 

 

 

 

 

 

 

 

 

 

 

한번만 만나주세요. 그러면 다시는 연락 안 할게요. 

 

혼코노를 지르고 나오는 중에 받은 문자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재수가 없어서 원. 삭제를 해도 속에서 문자들이 니글니글 거렸다. 딸기 우유나 사 마셔야지. 시유에 들리니 애기가 안녕하세요 하고 새벽에도 활달한 모습으로 인사했다. 반가움은 뒤로 하고 쭈뼛거리며 카운터 앞에 서니까 투명한 얼굴에 물음표가 가득 떴다. 

 

 

"진짜 죄송한데...한번만 더 부탁드려요 될까요? 진짜 죄송해요. 빨리 찍을게요. 다정한 포즈로 연출 가능할까요? 무리, 무리면 그냥 같이 있는 사진이라도!" 

 

 

"어... 그런데 여기서 찍으면 좀 그렇지 않을까요? 저 유니폼도 입고 있는데." 

 

 

"그..렇긴 하죠...네. 아니 무리면 어쩔 수 없고요. 미안해요!" 

 

 

도망치려는데 애기가 유니폼을 벗으면서 말했다. 

 

 

"잠깐 문 잠그고 밖에 나가서 찍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점장님 씨씨티비 잘 안 돌려봐서 괜찮아요." 

 

 

결혼을 할거면 이런 애랑 해야겠다고 다짐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  

 

 

 

 

 

 

 

 

 

 

 

찍기 좋은 적당히 어둡고 가로등 빛이 있는 골목을 찾았다. 빌라 단지라서 골목 골목이 많다. 핸드폰을 벽에 기대놓고 아예 캡처를 할 생각으로 동영상으로 돌려놨다.  

최대한 애기 업무 시간을 뺏지 않기 위해 이것 저것 포즈들을 제안 해놓고 빠르게 자리 잡았다. 팔짱도 껴보고, 마주 보고 서있기도 하고, 나란히 서서 등 돌린 채 서기도 해봤는데 어쩐지 좋아하는 연예인한테 좋은 기회로 계 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좀 어색해 보이지 않을까요?" 

 

 

"헉 그래요? 어떡하지. 죄송해요." 

 

 

소재도 바닥나서 쭈그려 앉은 채로 마주보고 앉아 머리를 맞대고 끙끙대고 있는데 애기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냈다. 

 

 

"스킨쉽이 좀 자연스럽고 과감해야 할 것 같아요." 

 

"어...어디까지요?" 

 

 

과감...이라는 단어에 성인 10년차는 진땀이 났다. 이 어린 양에게 내가 감히. 나 지금 참고 있는데 내 안의 까만 녀석을. 나 혼자 설레발 치고 있는데 냉담해보이기까지 하는 얼굴로 애기가 말했다. 

 

 

"저는 이제노 라고 해요." 

 

 

"아...갑자기요." 

 

 

"이름은 알고 시작해야 할 거 같아서요. 더 늦기 전에." 

 

 

" 아 그러시구나." 

 

 

그래서 뭐 생각난 게 있냐고 물으려던 참이었다. 숨을 도로 삼켰다. 갑자기 훅 다가온 잘생김에 놀라 눈 깜빡이는 것도 잊었다. 여차 하면 닿을 정도로 가까운데 닿지는 않는 게 참 애가 탔다. 고개를 교묘하게 꺾어서 카메라엔 키스하는 것처럼 찍혔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얼굴에 열이 올랐다. 

 

 

" 이 정도면 괜찮은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요?" 

 

 

하고 조곤조곤 말하는데 불어오는 숨결이 너무 가깝고 간지러워서 자동 기립했다.  

 

 

"네! 감사해요!" 

 

 

그런데 일어날 때 가까운 거리 때문에 내 무릎에 치이기라도 했는지 악 소리를 내며 제노가 뒤로 자빠졌다.  

턱을 잡고 있길래 제대로 쳤구나 싶어 도로 앉아서 미안하다고 토닥였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내가 시간 까먹었으니까 그만큼 채워줄게요. 나 편의점 알바 1년 정도 한 적 있어요. 포스만 알려주면." 

 

 

"괜찮아요." 

 

 

"아니야 진짜! 해줄게요!" 

 

 

"허허...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더 감사합니다." 

 

 

 

나를 괴롭히는 남자를 처리하기 위해 다른 남자를 이용한다는 게 그닥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술김에 혼코노 갔다가 반 정신 놓은 상태로 홧김에 저지른 실수라 자르는 것도 완벽하게 해야 할 거 같아서. 뭐 이런 변명을 대며 같이 카운터에 섰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도 하면서. 어쩌다 보니 맞선 본 얘기까지 줄줄 꺼내주고. 

다 까놓고 수시로 찾아오는 정적 때마다 후회했다. 나 도대체 왜 이런 얘기를 안 지 얼마 안된 애한테 하고 있는거지 하면서. 

 

 

"누나... 누나라고 불러도 돼요?" 

 

 

양심은 나보다 어린 연예인한테 오빠라고 할 때 다 버린 줄 알았는데 숨어있었는지 콕콕 쑤시더라. 어디가서 절대 그 나이대로 안 보인단 소리 듣고 다니는데 앞자리 숫자가 2에서 3으로 바뀐 게 미묘하지만 커다랗게 느껴져서 스물 여섯 이라고 뻥을 쳤다. 

왜냐하면 배시시 웃는 세상 무해한 이 애기는 이제 스물이기 때문에. 

 

 

"...그래!" 

 

 

 

우리 집에도 스물이 있는데 그쪽은 철없고 한심한 꼬맹이고 이쪽은 순진하고 위험한 연하처럼 느껴지면 알아서 손목 헌납하는 게 좋을까. 

 

 

 

 

 

 

 

 

 

 

 

 

 

 

 

 

 

 

 

 

 

 

 

 

 

 

 

 

 

 

 

 

 

 

 

 

 

 

 

 

 

 

 

 

 

저 요새 연하 맛 들려서..네.... 새벽에 지금 늑김적인 늑김 타서 부랴부랴 쓴거라 정신 차리면 도망칠 수도 있을 것 같슴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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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제노...저두 애긔들 덕에 요즘 연하에 빠졌어요...현실에 없는 연하지만...이렇게라도..대리만족을...ㅠㅜㅡ
4년 전
독자2
자까님ㅜㅜㅜㅜ완전 글이 달달해요ㅠㅠㅠㅠㅠㅠ무슨 솜사탕인줄ㅠㅠㅠ달달하고 살살녹곺ㅍㅍㅍ퓨ㅠㅠㅠㅠㅠㅠㅠ필력은 쫀득하고ㅠㅠㅠㅠ
4년 전
독자3
헐....작가님...대박..저 지금 이 글 너무 좋아서 울고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역시 문달 작가님글은 너무 재밌어요!!!!!!
4년 전
독자4
어어억ㅠㅜㅠㅜㅜㅜㅠㅜㅜㅜㅠㅜㅜㅠㅜ우리애기 ㅠㅜㅜㅜㅜ작가님 짱짱맨뿡뿡...ㅠㅜㅜㅜㅜㅜ
4년 전
독자5
어어억 나도 제노같은 편의점 알바 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6
나... 나도 편의점 알바였다...!!! 나... 나도 거기 놀러갈래 시간 내가 채워줄게 옆에 앉아만 있어줘... 그래서 맞선남은 어떻게 치워야지 잘 치웠다고 소문이날까요... 진짜 왜저래ㅠㅠ
4년 전
독자7
왜 현실에는 편의점알바생이 제노가 아니고 맞선남 같은 쓰레기만 있을까,,,ㅠㅠ 그래도 제노라도 있어서 좋아^^ 그 소설 속에 저 좀 넣어주십쇼,,,,자까님 최고
4년 전
독자8
작가님!!!!!!!더..!더요!! 더!ㅠㅠㅠㅠㅜㄷ
4년 전
독자9
ㅠㅠㅠㅠㅠㅠ제노 사랑해.....ㅜㅜㅜㅜㅜㅜㅜㅠ 저도 요새 연하가 좋더라구여.... 제노... 진짜 아 너무 이쁜 애기다...
4년 전
독자10
와우 작가님 이거 너무 재밌는데요....? ㄹㅇ 오바적으로 넘 재밋어요 어떻게 하실건가요....... 계속 연재해주세요💚💚💚💚💚💚😊💚
4년 전
비회원27.232
와 너무 조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4년 전
비회원98.60
와ㅠㅠㅠㅠㅠㅠㅠㅠ이거그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미쳤어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4년 전
독자11
아 제노야ㅠㅠㅠㅠㅠㅠ 작가님 너무 좋아요 ㅠ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12
라나입니다.. 아 오바예요🤦‍♀️ 최근에 이렇게까지 두근거렸던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ㅋㅋㅋㅋㅋㅋ 왜 이렇게 두근거리죠..?🤦‍♀️
4년 전
독자13
연하남 최고ㅠㅠㅠㅠㅠㅠㅠ 정주행합니다ㅠㅠㅠㅠ
4년 전
독자14
악 작가님ㅠㅠㅠ 연하 제노ㅠㅠㅠㅠ 넘 쥬아요ㅠ 너모 달달구리하네여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15
제노ㅠㅠㅠㅠ귕뮤💚단단하게 이쁘고 귀여워 너뮤~~~~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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