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장애학생 가족 "가해학생 부모, 계속 무죄 주장… 더는 못 참아 고소"
"(어깨를 토닥이며) 성진아, 괜찮아. 괜찮다고. 입 다물어 봐."
"(입 다무는 게) 안 돼, 안 된다고. 아아, 아악! 안 된다고!"
화면 속의 김성진(가명·14)군은 괴로운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있다. 괴성을 지르며 펄쩍펄쩍 뛰었다. 성진이는 "입이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는다"며 고개를 뒤로 젖히고는 어찌할 줄 몰라 했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흐느꼈다. 아버지 김(43)씨는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아들을 껴안아도 보고 눕혀서 토닥이기도 했다. 하지만 찌그러진 아들 얼굴은 펴지지 않았고 발작 증세는 멈추지 않았다. 10여분간 촬영된 동영상 속 성진이는 마비된 입을 다물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탈진해 침대 위로 쓰러졌다.
◇학교폭력에 온 가족이 고통
동영상 속 성진이의 이상행동은 '외상(外傷)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이 내려졌다. 지적장애 2급인 김성진군은 지난해 경기도 가평의 A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 올해 3월까지 수개월간 학교 친구 19명으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해왔다.〈본지 5일자 A2면 참조〉 19명의 친구는 1학년이던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성진이의 엉덩이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렸다. 폭력에 시달리던 성진이는 구토와 불면 증세를 보였으며 이따금 헛소리를 해 정신과에서 약물치료도 받았다. 몸은 살이 빠져 야위어갔다.
동생의 이상행동을 세상에 공개한 사람은 성진이 누나 김우영(가명·16)양이다. 김양은 지난 21일 촬영한 동영상을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렸다. 우영양은 "장애를 갖고 있는 제 동생에게 닥친 학교폭력의 피해상황을 알리기 위해 동생의 이상행동 동영상을 공개했다"며 "장애학생이 피해 사실을 제대로 진술할 수 없다고 일부 가해학생 학부모들이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데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아버지 김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흐느꼈다. "용서하려고 했습니다. 19명의 학생이 우리 아이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징계가 너무 경미하다고 느꼈지만 참았습니다. 학생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이젠 못 참겠습니다. 억울하고 분통해서 잠도 안 옵니다. (동영상으로) 내 아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조금이라도 반성하지 않을까, 우리의 고통을 알아주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일부 가해학생 "억울하다" 주장
가해학생들은 지난 3월 25일 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3단계로 나눠 징계를 받았다. 주요 가해자 9명에게는 '학급 교체, 출석 정지 5일, 특별교육 5일, 서면 사과, 접촉 및 협박 금지', 5명에게는 '교내 봉사 5일, 특별교육 5일, 서면 사과, 접촉 및 협박 금지', 나머지 5명에게는 '교내 봉사 3일, 특별교육 5일, 서면 사과, 접촉 및 협박 금지'의 조치가 내려졌다.
그럼에도 아버지 김씨는 19일 가평경찰서에 가해학생 19명을 고소했다. 가해학생 학부모 중 일부가 "억울하다"며 학교 측에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B학생 측은 "(작년엔 때렸지만) 올해는 성진이를 폭행한 사실이 없는데 왜 학교생활기록부에 폭행 사실을 기록하느냐"고 했다. C학생 측은 "전혀 때린 적이 없다"고 했으며, D·E학생 측은 "교사의 강압조사로 아이들이 허위자백을 했다"고 밝혔다. 한 학부모는 "학교가 아이들이 어떤 사유로 징계를 받게 됐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2주 전 가해학생 학부모들과 학교 운영위원회 위원, 학부모회 회장 등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는데, 지난 3월 합의서를 쓰면서 학교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었던 결정을 일부 학부모가 뒤엎고 '잘못이 없다'고 주장해 더는 참을 수 없어 고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아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공개할 때 우리 가족은 세상의 마지막 끈을 잡는 심정이었다"고 했다.
가평 A중학교에서 수개월간 괴롭힘을 당해온 김성진군(큰 사진 오른쪽)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며 아버지(왼쪽)에게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는 동영상의 한 장면. 이 동영상은 김군 누나가 촬영했다. 작은 사진은 지난해 김군이 중학교 입학 직후 건강했을 때 촬영한 모습. 김군 아버지는 “집단 괴롭힘에 대한 학교 조사가 시작되면서 성진이가 구토와 불면 등 증세를 보이더니 급격히 야위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군 아버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