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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손 놓고 있던 사이..피해자 아버지가 범인 자백 받아내
[앵커]
오늘(17일) 뉴스룸은 새로운 코너를 진행합니다. 바로 '사건플러스'입니다. 매주 목요일, 한 사건에 대한 심층 취재를 통해 감춰진 이면을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첫 번째 순서는 지난 5월에 있었던 여성 해군 대위의 자살 사건입니다. 당시 해군은 'A 대위가 목을 매 자살했다'며 '상관이었던 B 대령을 성폭행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JTBC 취재 결과, A 대위 죽음과 극적인 가해자 체포까지 과정에는 아픈 진실과 우리 군의 부조리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B 대령으로부터 자백을 받아낸 사람이 바로 피해자의 아버지였습니다.
사건플러스, 김지아 기자입니다.
[기자]
[A씨 아버지 : 숨겨질 줄 알고 왔지?]
[가해자 B씨 : 그렇지 않습니다.]
[A씨 아버지 : 그러면? 밝히려고 했어? 안 그랬으면 그냥 지나갔지?]
[A씨 아버지 : 이 양반이 성폭행 했다고 시인도 했고, 이놈이 범인이에요 이놈이. 제대로 수사해서 의혹 없이 현행범으로 데려가요.]
지난 5월 해군은 여성 대위 A씨가 자살했고, 이 대위를 성폭행한 대령 B씨를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성폭행 혐의가 인정돼 가해자인 B씨를 구속하기로 했다는 짧은 브리핑도 내놨습니다.
자살한지 한 달도 되지않아 속전속결로 이루어진 수사와 발표였습니다.
저희는 두 달여간 숨진 A씨의 가족과 친구에게 이야기를 듣고, 재판 과정을 취재했습니다.
그 결과, 해군의 발표와는 전혀 다른 사실들을 확인했습니다.
해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주변의 한 빌라입니다.
숨진 A씨의 아버지는 딸이 해군본부로 발령 받자 올해 초 이곳을 계약했습니다.
[A 대위 아버지 : 관사가 너무 곰팡이도 피었고 있을 수 없는 방이라 그래서 저희 어머니 적금을 깨 가지고 (집 계약을) 했어요.]
지난 5월 24일 오후 5시 30분, 아버지는 해군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딸이 출근하지 않았는데, 연락온 게 없느냐는 겁니다.
불길한 예감에 달려온 딸의 집 앞에는 사람들이 몰려있었습니다.
[A 대위 아버지 : 저쪽에 저기. 우체국 앞에 사람들이, 병장들이 많았어요.]
딸에게는 더이상 온기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A 대위 아버지 : 도저히 내가 두 눈으로 보지를 못하겠더라고…]
아버지는 왜 자신의 딸이 죽었는지 해군에 물었지만 '자살했다'는 설명 뿐 어떤 답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군이 손 놓고 있던 사이 아버지는 마치 수사관처럼 딸의 지난 행적을 쫓았습니다.
[A 대위 아버지 : 저는 정신도 없고 그 상황에 딸 친구가 생각나더라고요. '아버님 어딥니까' 하더라고. '지금 원룸에 들어왔는데' 했더니 '그놈이 성폭행했대요']
딸이 군대 상관인 B씨에게 오랫동안 성폭행을 당했다는 얘기였습니다.
아버지는 B씨를 미친듯이 찾았습니다.
[A 대위 아버지 : 엘리베이터를 다 봉해놨어요. 제가 내려가면서 어떤 기분으로 내려갔는지 생각이 안 납니다. 이 계단이 그때 당시에 저한테는 엄청나게 길게 느껴졌고요.]
결국 군중 속에서 B씨를 만난 아버지.
[A 대위 아버지 (현장에서 직접 녹음) : 성폭행한 거 맞지? (예.) 분명히 맞지? (예.) 당신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어. (면목없습니다.) 면목없다고 될 일이야?]
뒤늦게 찾아온 경찰은 사실을 확인한 후 B 씨를 체포했습니다.
27살 A씨는 목포와 연평도에서 근무하며 두 차례나 표창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계룡대 해군 본부로 발령받아 기뻐했던 A씨.
이런 A씨가 다섯 달만에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A씨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취재했습니다.
올해 2월 A씨는 가해자 B씨를 포함해 3명과 함께 진해로 출장을 갔습니다.
네 사람은 A씨의 방에 모여 술자리를 가졌고, A씨는 가장 상관이었던 B씨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괴로워하던 A씨는 석 달 뒤 대학 친구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A 대위 친구 : 5월 초쯤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다는 걸 알았어요. 요새 많이 힘들다고. '평생 너한테 이걸 얘기할 수 있을까' 하더라고요. 상관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당시 모텔에서) 다들 나가고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니까…]
B씨는 물증이 나오자 다음날 A씨에게 용서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괴로워하는 A씨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해주겠다'며 접근해 추가로 성폭행을 이어갔습니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