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이스] 김어준 : 연립정부, 이건 새누리가 짠 판에 안철수가 이용되는 겁니다

지난 주 나온 키워드 중에 굉장히 중요한게 나왔어요. 저는 이렇게 빨리 나올줄 몰랐는데. 이번 대선의 방정식을 푸는데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가 나왔습니다. 뭐냐면, 연립정부라는 단어가 등장했어요. 제가 총선 끝나자마자 안철수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길은 새누리하고 함께 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는데, 그 의미가 설명되는 키워드예요.

연립정부 한 마디하자 조중동과 종편 등 모든 언론이 굉장히 크게 호응합니다. 이태규 국민의당 본부장이 처음 밝힌, 여당과도 연립정부가 가능하다는 뉴스를 다루기 전에, 왜 총선 전후 해서 새누리당이나, 보수 성향의 매체와 커뮤니티가 안철수를 미는가? 이 질문을 해야한다고 봐요. 왜 미느냐? 야권후보로 우뚝서서 새누리를 이기고 정권교체를 하라고? 결과적으로 새누리, 보수 세력에 득이 되라고 하는거죠.

1차적으로는 일단 야당이 갈라지라고 하는거죠. 그런데 '너무 밀어줬다'가 지난 총선의 결론이었잖아요. 그런데도 여전히 안철수, 국민의당에 대한 보수매체의 용인, 띄우기, 봐주기, 측면 지원은 계속된단 말이죠. 왜? 총선도 끝났는데? 그들의 결과적인 목표는 현 보수세력의 재집권하는거잖아요. 자기 생명을 연장하려는게 목표 아니에요? 이 대목에서 연립정부라는 시나리오가 등장하는거죠.

그런데 근본적인 문제는 뭐냐면, 첫번째, 국민의당이 호남을 베이스로 한다는 겁니다. 호남의 새누리에 대한 반감을 어떻게 할거냐는 거예요. 그게 가장 큰 딜레마거든요. 위에서 기획을 아무리 하더라도, 자신의 가장 큰 지지기반의 정치적 지향점이 다르다는 것.

저는 여기서부터 조중동과 종편의 기획이 작동한다고 봐요. 국민의당이 그 반감을 넘어서야한단 말이죠. 호남민심을 어떻게 할거야? 새누리당과 연대하라고 뽑아준거 아니잖아. 이 근본적인 허들이 있어요. 그걸 넘어서야 새누리당하고 손을 잡던지 말던지 하죠.

그런데, 지상파와 종편에서는 국민의당과 안철수가 주도한다는 뉴스와 시각을 계속 유포합니다. 사실 주도하지 않아요. 까고 싶으면 얼마든지 깔 수 있지만, 존재감이 커졌다, 주도한다, 국민의당이 끌어가고 있다, 이런 얘기를 진보매체가 아니라 보수매체에서 끊임없이 해요. 왜 이런 얘기를 할까? 그렇게 보이고 싶게 만드는거죠.

왜? 보수매체에서는 국민의당이 처음 연립정부론을 내세우자 종편에서는 여권에 대선주자가 없기 때문에 국민의당이 주도적으로 치고 나와서 연립정부론을 여당쪽에 던지는 것처럼 얘기를 합니다.

이건 이태규 본부장이 발언한 거예요. 이 사람은 안철수의 최측근이자, 그 이전에는 이명박의 최측근이었죠. 그런데 그 사람이 처음에 이 연립정부론을 던진거예요.

그러나 종편은 호남의 정치인들이 연립정부론을 제안한 것처럼 얘기를 많이 합니다. 기사를 내도 호남의 정치인 입으로 내요. 첫 발화자가 이들이 아니에요.

그 다음에 나오는게 'DJP 연합, 다시 한 번'. 이게 어떤 의미냐면, 연립정부론은 새누리에서 먼저 던지면 안 돼요. 그러면 큰 놈이 작은 놈을 먹는거잖아요. 이 연립정부론이 성립되려면 호남베이스에 국민의당이 먼저 제안하고, 국민의당이 이끌어가야 하는 거예요.

항상 호남주도 정권교체를 얘기하잖아요. 그러니까 모양새로는 기본적으로 국민의당이 주도해야하는 겁니다. 그래야 호남의 반감도 없는거죠. 국민의당이 판을 주도해서 연립정부를 제안하고, 안철수나 이태규같은 사람들이 아니라 호남의원들이 이걸 제안하고.

호남에서도 DJP연합에 대한 기억이 좋거든요. 충청에서는 나빠요. DJP연합이라는 워딩은 호남민심을 향해 던지는거예요. 충청에서는 DJP연합이란 배신당한 기억이예요. 당시 자민련을 지지했던 입장에서는 뒷통수맞은거거든요. 왜냐하면 JP가 DJ화 되었으니까. 그리고 나중에 총리, 장관도 됐지만 약속했던 내각제가 안 됐죠. 그래서 그 때 튀어나가서 자민련을 만들고, 크게 등장하게 된거란 말이죠. DJP 연합은 호남민심에는 먹히지만 충청민심에는 안 먹히는 얘기예요.

결국 DJP연합이란 말은 호남민심에게 '반감을 가지지 마라, 이건 DJP 연합이다.'

저는 차후 이게 어떤 식으로 발전해나갈 거라고 예상하냐면, '호남의 민주화 세력과 영남의 산업화 세력이 영호남을 통합하고,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가자, 미래로!' 이게 말도 안 되는 것 같죠? 이런 얘기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호남홀대론도 여기서 활용돼요. 국민의당에서 오래된 정치인들이 항상 하는 말이 뭡니까. 노무현 정권이 우리에게 해준게 뭐냐, 이거예요. 그리고 이정현이 순천에서 예산폭탄 얘기를 계속 합니다. 결론은 영남의 산업화 세력이 결국은 호남의 경제를 발전시킬 것이다, 이런 얘기가 계속 나올 것이란 거죠. 이해가 가시죠? 이런 구도가?

그런데 왜 저렇게 빨리 시작했을까요? 간을 보기 시작하는 거라고 봅니다. 간을 보면서 동시에 2가지 목적이 있는 것 같아요. 당장 총선 이후의 민심, 평가, 새누리당 폭망, 이런 뉴스들을 가리는 효과가 있고, 또 하나는 총선 이전부터 진행해왔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에 확고한 선을 그어버리고 싶은거죠. 이런 얘기를 이미 종편에서 하고 있어요. 1차 목표는 이겁니다.

2차 목표는 강력한 야권의 후보를 분열시킨 다음에 그 후보 하나를 우리가 흡수하겠다는거죠.

하지만 자기들이 흡수하는 것으로 보이면 안 되니까, '국민의당이 워낙 존재감이 커져, 스스로 판을 주도해가며, 새누리에게 제안을 던졌는데, 새누리가 힘이 약하니까 할 수 없이 받았다.' 마치 국민의당은 당연히 새누리에 제안을 던진거고, 새누리는 당연히 받을 수 있다는 듯이. 누구도 상상해보지 않았잖아.

 이건 새누리가 짠 판에 안철수가 이용되는 겁니다. 물론 본인은 그렇게 생각 안하겠지. 본인 다 주도한다고 생각하겠지. 모든 종편에서 안철수가 주도한다고 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안철수 대표의 지금 위상과 그 영향력은 보수의 용인과 허락, 간접 지원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어요. 본인은 그렇게 생각 안 하겠지만.

이 연립정부는 DJP 연합이 아니라 90년대의 3당 합당인 겁니다. 이건 새누리당과 안철수 개인 정치인과 그리고 호남의 오래된 정치인들이 연대하는 신 3당 합당이지, DJP 연합이 아니에요. 3당 합당으로 부산, 경남 지역에 야권이 완전히 무너졌거든요. 거기서 다시 9석 얻는데 30년이 걸렸어요.

그러니까 국민의당과 새누리의 연립 시나리오는 호남의 보수화를 베이스로 한 새누리의 영구집권 시나리오 중 하나예요. 저는 이 시나리오가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선봉장에 선 매체가 종편이에요. 4월 15일 방통위 보도자료를 보면, 한 마디로 종편의 방송점유율이 지상파의 3분의 1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거예요. 각종 통계가 있는데 종편을 평일 하루에 80만 명이 본다는 겁니다.

이건 미디어오늘의 자료인데 닐슨코리아 자료를 보도한거예요. 50대 이상 시청자 종편 시청 비율이 70%가 넘어요. 그리고 자기들끼리 '종편타임'이라고 부르는 시간이 있어요.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 시간에 종합시사프로그램이 다 집중되어 있어요.

그래서 '호남의 반문정서에 종편이 기여한 바가 있다', '호남홀대론을 종편이 유포했다', 이렇게 얘기하면 자신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느끼질 못해서 그 영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나 영향력 많습니다. 호남에 가서 노년층들에게 반문정서나 호남홀대론을 얘기하잖아요? 종편 오디오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자기가 그렇게 들었으니까.

호남주도 정권교체. 이게 국민의당에 있는 오래된 정치인들이 끊임없이 하는 얘기예요. 호남 주도, 사실 30~40석 밖에 안 되는데 어떻게 주도합니까? 하지만 주도한다고 계속 말하는거야. 그들이 제안했고, 그들이 주도해서 호남이 이런 연립정부를 제안해서, 호남이 새누리를 받아들여서 호남이 정권교체를 한다고 계속 말할 거라는 겁니다. 이게 시나리오 중 하나라는 거죠.

호남 주도, 안철수 주도, 안철수가 정국을 이끌어간다, 이 워딩이 주는 착시. 이것을 끊임없이 유포하는데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거죠.

국민의당은 법을 독자적으로 통과시킬 수도 없고, 임시국회도 소집할 수는 없지만, 원내에서는 박지원 원내대표의 화려함 등의 강력한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할 거예요. 그게 짜증날텐데, 힘이 세다고, 존재감이 있다고, 주도한다고, 조중동은 띄워준다는 거죠. 그게 걸리적거렸으면 공격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