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7일, 부산 서면에서 거행한 '부산 청년학생 긴급 거리행진'에
비록 '청년 학생'은 아니지만(청년 학생이고 싶은!)
늘 컴퓨터 앞에서만 분노하고, 컴퓨터 앞에서만 헛된 목소리를 높이는
'키보드 워리어' 짓거리에 지친 나머지
이렇게라도 직접 행동에 나서야만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할 거 같다는 '이기심'에 이끌려
동참하기로 결심했다.
그런 마음으로 찾아간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에선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불과하지만)
집회 장소인 서면 NC 백화점 앞에 오후 7시 30분 무렵 도착했지만
오가는 사람으로만 분주한 일상적 거리 풍경이 펼쳐졌을 뿐
별다른 움직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늘 거리 행진은 이렇게 무산하나 싶어서
아쉬움이 마구 치솟던 저녁 7시 35분 무렵
갑자기 평온한 거리 풍경을 깨뜨리는 어느 청년의 요란한 함성 소리를 시작으로
뜬금없이 '최순실 정권' 퇴진 집회가 펼쳐졌다.
처음엔 행진 참가자들을 따라다니며
일종의 '관찰자' 역할만 하려고 했다.
그랬는데, 30대에서 50대 사이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남자 몇 명이
집회 동향에 대해 일반 경찰과 계속해서 이야기 나누는 걸
곁에서 들을 수 있었다.
"현재 인원은 대략 100여 명 안팎으로 보입니다"
"그 가운데 학생이 90명, '늘 보던 노동계 인사'가 10명 정도네요"
이런 이야기를 근처에서 듣고 있으려니
이들이 부산 지역 집회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것만 해도 적잖게 반감이 들었는데
이날 거리 행진에 일반 시민은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는 듯
확언하는 표현과 태도가 심하게 거슬렸다.
그래서 내 앞에 있던 50대 중반 정도로 보이던 사복 경찰(이 분명한)에게
"여기 일반 시민 하나 참가합니다"
하는 말을 손가락질까지 하면서 강조한 뒤에
곧바로 거리 행진에 동참했다.
그리하여 서면 도심 한복판을
"박근혜(최순실)는 퇴진하라"
"박근혜(최순실)는 하야하라"
이렇게 일반 대중의 성난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거리 행진에 함께하였다.
이날 거리 행진 때문에 차량 정체가 적잖이 발생했지만
경적을 울리며 항의하는 운전자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거리 행진에 함께 동행하지 않았지만
박수와 환호와 사진 촬영으로 힘을 실어주는 사람들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이날 집회는 시민들의 호응 속에서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건 그만큼 얼굴 마담 박근혜를 내세운
최순실과 정윤회를 비롯한 문고리3인방 정권에 대한 반감이
부산 시민들 속에도 엄청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