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 매기기 좋아하는 일본에서 3대 기타리스트를 뽑을 때 꼭 빠지지 않는 인물이 있다.
호테이 토모야스 (布袋寅泰)
썩 잘 생기진 않았으나 "미남이 아닌 편이 음악에는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지닌 분이시다.
잘 모르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노래 들으면 다 아실 거다.
'무릎팍도사 그거'하면 다 아는 킬빌 OST의 작곡가시다.
영화에도 가끔 출연한 바 있어 본래 본인 영화 OST로 만들었다가 뻑간 쿠엔틴 타란티노가 채간 곡이다.
'사무리아 픽션'이라는 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 되어 방한한 적도 있는데,
그 때 호테이는 어떤 편지를 받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된다.
어린 시절의 그는 제법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났다.
무역상을 하는 아버지와 미스 홋카이도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무럭무럭 자라던 그는
항상 아버지를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비록 일 때문에 내내 일본 바깥에 있긴 했지만 그에게는 자랑스런 아버지였다.
그리고 왜 자신의 성이 어머니의 성씨인 '호테이'인 지를 궁금하게 여기던 찰나
아버지가 일본 국적이 없는 한국인임을 알게 된다.
본인의 정체성에 혼란을 가졌던 당시의 기억으로 만들었다는 곡 "IDENTITY"
그렇게 정체성이 헷갈렸을 지는 몰라도,
호테이의 가정은 그가 고등학생 때까지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여전히 부유하기도 했고, 호테이 또한 기타라는 악기를 발견해 한창 락스피릿을 키워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그런 그에게 "기타로는 먹고 살 수 없다"며 핀잔을 주곤 했지만,
호테이는 꿈을 놓지 않았다.
그러던 고등학생 시절,
(즉, 그가 장발을 고수하다 선생님한테 야지 먹고 학교를 뛰쳐나온 시절)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게 된다.
아버지는 양국을 번갈아 가며 한국용과 일본용, 두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한국 가족과, 일본에서는 일본 가족과 생활하며 지내다가
사업이 어려워지자 한국 가정을 택하고 도망치듯 떠난 것이다.
일본에서 진 빚 또한 모두 어머니의 이름이었던 탓에,
가족은 순식간에 으리으리하던 저택에서 길거리로 나앉게 된다.
호테이는 순식간에 편부모 가정의 장손이 되고 만다.
으레 이런 처지가 되면, 키우던 꿈을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하기 마련이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아버지를 향한 원망과 증오와 함께,
외려 도쿄로 날아가 락스타가 되겠다며 맨몸으로 부딪힐 결심을 한다.
지역 콘테스트에서 만났던 보컬 히무로 쿄스케의 연락으로 함께 BOØWY라는 밴드를 결성한다.
(1집 당시의 BOOWY)
BOOWY(보위)의 1, 2집은, 락스타가 되고 싶다는 그의 소망과 다르게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둔다.
1집 이후 두 명의 멤버가 나가고, 과격한 가사와 소속사 문제 등이 겹치며 무명생활을 벗어나지 못 한다.
그 시기 호테이가 했던 고생은 무명시절의 무용담으로 유명한 god의 그것과 필적하는데,
아무것도 없는 하숙집에서 급할 때는 목욕탕의 공중전화를 사용하고,
굶는 일도 예사여서 식당 옆자리의 남은 음식을 주워먹고,
관객 많다는 지방까지 가서 공연하면 개런티 준다길래 있는 돈 다 쓰고 내려갔더니 개런티를 술과 야채로 받아 집까지 갈 차표를 못 살 지경에 처하는 등 (드러머 마코토의 비상금으로 사태를 해결했다고 한다)
온갖 위기는 다 겪고 공연장이란 공연장은 모두 돌아다니며 몸뚱이 하나로 이름을 알렸다.
그렇게 발매한 3집부터 그들의 포텐이 뒤늦게 폭발한다.
현 배경음악 Dreamin'을 비롯해,
주옥 같은 명곡들을 숨 쉬듯 쏟아내며
밴드활동 6년간 판매량 1500만장
최초로 한 해 오리콘 1위 앨범을 세 장 배출한 남자 아티스트
비틀즈 이후 최초로 해체 20년이 지난 뒤에도 오리콘 1위 기록을 세운 아티스트
등의 전설적인 기록을 남긴다.
보위의 음악은 일본의 록 대중화를 불러왔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90년대에 이름을 알리게 된 라르크 앙 시엘, GLAY 등이 모두 보위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하면 설명이 쉬울 것이다.
그렇게 호테이는,
기타 회사에서 본인의 시그네처 기타를 제작해주자, 감격에 겨워 펑펑 울기도 하며 고대하던 락스타가 된다.
마침 아버지로부터 "당뇨병 합병증에 걸려 시력을 잃고 있다. 볼 수 없게 되기 전에 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지만,
그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상대로 끝까지 아버지를 보지 않겠다고 버텼다.
"아버지 만나면 의절할 거다"라는 말까지 스스럼 없이 하며, 이제는 용서해 주자는 가족을 뜯어말렸다.
보위는 짧고 굵은 전성기를 맞이한 후 1987년에 해체했다.
도쿄돔 최초의 2일 공연이었던 보위의 마지막 콘서트는, 예매 개시와 함께 전화망이 터져버리는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하며 순식간에 9만 5천석 매진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또 한 번 달성한다.
보위는 그렇게 화려한 마무리와 함께 퇴장하고, 전설로 사라진다.
호테이는 이후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나갔고, 만인의 동경을 받는 기타리스트가 된다.
상술한 킬빌 OST를 비롯해,
새로 결성한 COMPLEX 활동을 비롯해,
솔로활동 또한 활발히 이어나간다.
기억에서 아버지는 잊혀졌고, 그렇게 2000년 첫 방한 때까지만 해도 아버지 때문에 울게 될 줄은 몰랐던 그였다.
'사무라이 픽션'을 위해 방한한 그는,
아버지가 자신을 버리고 택했던 한국 가족을 만나게 되고,
그 자리에서 편지를 전달 받게 된다.
아버지는 일본의 가족들을 버린 것을 늘 후회했으며, 내내 보고 싶어하셨다.
1992년 합병증 악화로 돌아가실 때까지,
보위의 모든 기사와 영상을 소장하고 호테이와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 긁어모아 자랑스러워 하셨다.
눈이 멀기 전에 호테이를 보고 싶어하던 소망을 이루지 못한 아버지는,
눈이 먼 뒤에도 아들의 마지막 콘서트는 꼭 가봐야겠다며
어떻게든 표를 구해 아들의 도쿄돔 마지막 콘서트를 함께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건 상관 없었다.
아들의 기타소리, 그것 하나만으로 아버지에게는 충분했던 모양이었다.
그 편지를 본 호테이는 한참을 울고,
평생 용서하지 않을 줄 알았던 아버지의 묘소를 방문하여
아버지를 용서한다고 말한다.
20년이 지나서야 이루어진 아버지와 아들의 화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