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티즈 글잡담 F https://www.instiz.net/writing/9129004 Written By 궁금하면500원 준희의 상담이 끝나고 함께 카페에 도착했을때 걸려온 전화였다. 음료를 기다리던 재현은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다가 휴대폰을 들었다. "대대장님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상을 치뤄야하는 상황이라서요." 재현의 앞에 앉아있던 준희 또한 당황스러운 눈치였다. 영호에게 할머님이 어떤 의미인지 사실 누구보다 잘 알았다.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라떼를 빨대로 뒤적이던 준희가 재현을 바라보았다. 무거운 표정으로 시선을 컵에 고정시킨 준희를 재현이 바라보았다. "왜 그러고 있어" "아니야 아무것도.." "지금 고민하고 있구나" "뭐를?" "장례식장 가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 컵에 꽂혀있던 시선이 재현을 향했다. 정재현은 눈치가 아주 빨랐다. 무언가를 구태여 숨기려하면 그걸 캐치했다. "어디까지나 너의 선택인데, 가는게 좋지 않을까.." "응..." "언제 갈거야?" "나도 엄마한테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 아마 내일이랑 발인 가지 않을까 싶어" "그럼 일단 가자. 집에 가서 전화할게." / 처음 입은 검은 원피스가 조금 낯설었던 준희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살폈다. 그만큼 누군가의 결혼도, 장례도 준희에게는 아주 생소했다. 단정한 검은 구두를 신고, 머리를 묶었다. 장례식장으로 들어서는 준희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리고 준희의 옆에서 함께 걸어가는 재현의 발걸음도 꽤나 무거웠다. 들어가니 영호의 고모님과 아버님이 서 계셨다. 두분께 인사를 드리고 준희는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했고, 재현이 먼저 들어갔다. 화장실에 갔다가 나오는 준희의 팔을 누가 잡아 당겨 안았다. ".......... 영호오빠?" 자신보다 한참 작은 준희에게 안긴 영호는, 그렇게 한참을 눈물을 쏟아냈다. 재현은 화장실에 간다고 했던 준희가 한참이 지나도 오지 않자, 신발을 신고 나와서 준희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재현의 눈에 보인 것은, 영호 품에 안겨있는 준희. 표정이 싸늘하게 굳은 재현이 장례식장 밖으로 나갔다. 재현은 사실 흡연자가 아니였다. 담배냄새라면 질색을 하면서 싫어하는 사람들 중 하나였는데, 군대를 가면서 담배를 배운 케이스였다. 평상시엔 크게 담배에 대한 갈망이 크지는 않았지만, 종종 스트레스를 받을때면 피곤했다. 방금 그 모습을 두 눈으로 본 재현은, 웬지 오늘은 담배를 펴야할 것 같단 생각이 들어 밖으로 향했다. 자켓 주머니 안에 숨겨놓은 담배 곽을 꺼내들었다. 익숙하게 담배 한 개피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이해할 수 없었다. 준희를 차놓고 준희에게 안겨서 우는 영호의 마음도, 선뜻 품을 내어준 준희도. 숨을 내뱉을 때마다 입 안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복잡했다. 선뜻 여자친구라고 할 수도 없는 입장이였고, 그렇다고 친형 같은 영호의 등에 칼을 꽂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담배 꽁초가 바닥에 하나, 둘 씩 쌓여갔다. "재현아" 익숙한 목소리에 재현이 담배를 발로 밟아 껐다. "다 봤어" "뭐가?" "시치미 떼지 마. 너 담배피는 거 다 봤다고." "아...." "왜 폈어" "어?" "왜 폈냐고" "아니야 아무것도" "너 스트레스 받을 때 아니면 담배 안 피잖아." 준희는 재현을 너무 잘 알았다. "영호오빠랑 나 같이 있는거 봐서 그래?" "........................" "재현아. 오해가 쌓이면 안될 것 같아서 말 하는거야. 화장실 갔다가 나오는데 어떤 남자가 내 팔을 확 잡아 당기더라고. 꼼짝없이 그 사람에게 안긴 꼴이 되었는데, 영호오빠였어. 근데 나한테 안겨서 한참을 울더라고." "....................응" "걱정하지마" 걱정하지 말라고 말은 했지만 준희는 사실 기분이 묘했다. 헤어진 남자친구, 그에게 일어난 힘든 일, 그리고 내 앞에서만 약해지는 모습. 그 모든 것들이 사실 준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응" 그리고, 재현은 준희의 표정에 섞인 미묘한 감정을 알아챘다. 아직 매듭을 지어놓지 못한 감정들이였다. 준희의 몫이라고 생각해서 남겨 놨는데 준희는 감정에 서툰 사람이였다. 무언가를 정면으로 마주하기 보단 회피하기 급급했다. 그리고 그 회피 하려는 모습이 다시금 재현의 눈에 포착이 되었다. / 몇분 전, 영호는 준희를 안아버렸다. 아니, 자신보다 키가 꽤 작은 준희에게 안겼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지. 연애를 하던 시절의 준희는 영호가 안아줘도 뻣뻣하게 굴었다. 그런데 지금의 준희는, 너무 자연스럽게 팔을 풀어 영호의 허리를 감쌌다. 준희는 변했다. 그리고 영호는 어렴풋이 깨달았다. 누군가가 준희를 자신이 사랑해줬던 이상으로 사랑해주고 있구나.. 한참을 준희의 품에 안겨 울던 영호는 준희에게서 빠져나와 사과를 했다. "미안해" "아니야" 조금 빨개진 눈으로 다시 장례식장으로 들어가는 영호를 준희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렇게 넓던 등이 오늘따라 이상하게 작아보인다고 느끼며. - 시간이 있을때 파바바박 올리는 중이에요! ㅠ,ㅠ 영호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조금 고민중이랍니다..ㅎㅅ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