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영화를 보러 용산역에 갔어 영화 시작시간에 딱 맞춰 출발한 거라 시간이 빠듯해서 지하철 내리자마자 뛰어갔는데 개찰구쪽에서 시각장애인 한 분이 막대기?(미안 정확한 명칭을 모르겠다)같은거로 휘적휘적 하면서 길을 못찾으시더라구.. 근데 사람들 분명 봤을텐데 그냥 무시하고 자기 갈 길만 가더라 .. 사정상 급한 일이 있을 수도 있고 여유가 없을 수도 있겠지 근데 한 명도 빠짐없이 그 분을 도와줄 여유가 없이 바쁜 사람들이었을까? 아무튼 그래서 내가 도와드리려고 어디가세요? 하니까 무슨 역에 간다면서 역 이름을 폰에 찍어서 보여주시더라구 말씀도 제대로 못하셨어 좀 어눌?하게 하셔서 발음을 못알아듣겠더라고 내가 잘 못알아들으니까 폰에 적어서 보여주셨어 나는 처음들어보는 역이길래 인터넷 검색해서 몇호선인지 확인하고 그 열차 타는데로 같이 손잡고 내려갔어 근데 내려가는 길에 그 분이 그러시더라 자기는 도움을 줄 만한 직원이 필요하다고 나는 그냥 길가던 사람이니까 그 분을 끝까지 목적지에 책임지고 안내해주지를 못하잖아 그러면서 그렇게 자기를 케어해줄 안내원 분은 없냐고 그러시는데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안 보이더라고.. 내가 몇달전에 도쿄를 갔었는데 거긴 지하철에 직원이 널려서 모르는 거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었고 휠체어 타신 분들 계시면 그 분들이 먼저 와서 도움드리고 그랬거든. 그거 보고 되게 놀랐던 기억이 나면서 나는 그 분께 해드릴 수 있는 말이 "지금 여기는 안 계시는 거 같아요" 밖에 없다는게 부끄럽더라구 결국 인터넷으로 역 번호로 전화해서 구구절절 설명하니까 그제서야 직원이 내려온대 .. 만약에 내가 도움을 드리지 않았더라면 또다른 사람이 손을 건낼 때까지 그 분은 계속 헤매셨겠지? 그 분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계속 말하는데 뭔가 찡하더라.. 그 분을 무심코 지나친 사람들이 무조건 잘못됐다기 보다는 우리나라가 소수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다는게 슬펐어.. 개개인이 오늘의 나처럼 행동할 순 없어 영화는 그냥 앞에 몇 분 못보면 되니까 큰 일이 아니지만 예를들어 중요한 면접을 보러가는 일 이런 건 미룰 수가 없으니까 나였어도 그냥 지나쳤을거야 그래서 더더욱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책임지고 그들을 케어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게 많이 부족한 거 같아. 그런 사람들은 극소수인데 인건비를 써가며 그런 걸 만드는건 낭비라고 생각하는걸까..? 사실 장애인 분들이 아니더라도 여행객이라던가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으신 노인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잖아. 젊은 나도 가끔은 복잡한 곳 가면 헤매는 마당인데ㅜㅜ 그냥 오늘 좀 많은 걸 느껴서 주저리주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