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극장에서 만날 수도 있겠지 너는 나를 모르고 나는 너를 모르는 채
각자의 손에 각자의 팝콘과 콜라를 들고 이제 어두운 실내로 들어갈 것이다.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는 채 의자를 찾아서 두리번거리지
각자의 연인에게 보호받으며 동공을 크게 열고 숨을 잠깐 멈추고
우리는 함께 영화를 볼 것이다 우리가 함께 본 적이 있는
어둠 속에서 사건들은 빛나고 얼굴의 그늘을 밝히고 우리가 잊힌 시간들을 생각하면서
팝콘 한 움큼 쥐려다 서로의 팝콘 통을 잘못 뒤적거리고 손이 엇갈릴 수도 있겠지
영화가 뭘 말하고자 했는지 모르는 채 깊이 없는 어둠으로부터
너와 나는 혼자 나올 것이다 두리번거리며 눈 깜빡이며
그때 너와 나는 텅 빈 극장의 내부를 보게 된다. 한 손에 빈 콜라병을 들고서
송승언/우리가 극장에서 만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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