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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564l 5
이 글은 4년 전 (2020/2/22) 게시물이에요

언니 나는 요새 불행해지는 일을 아주 혐오해요 정말 그것만큼 쓸데없는 낭비도 찾기 힘들거든 죽고 싶다는 말은 정말 죽기 직전에 온힘을 다해서 해야 하는 말이거든 단순히 장난성으로 툭툭 죽고 싶다 가볍게 뱉을 게 절대 아니거든 입 밖으로 내뱉은 건 꼭 지켜야 하거든 죽고 싶다라고 말하면 정말 죽어야 하거든 그런 최후의 각오도 안 되어 있는 상태로 어떻게 죽고 싶다고 죽고 싶다고 발악이니 절규니 다 불행을 모방하는 건지 언니 언니 언니 요즘 우울을 동경하는 사람이 많아요 다들 어설프게 흉내를 내 자기 인생을 힘껏 비관해 최대한 쿨해지려고 노력해 우스워요 나는 서점에 가면 그 사람들이 택할 법한 책을 피해서 걷고는 하는데 언니 무식한 것들은 정말 다 죽었으면 좋겠어요 어제는 샤워를 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사람에게 희망을 갖지 않는 인권 운동이라는 게 가능한 문장인가? 사실 나는 아직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언니 전처럼 지하철 출구를 울며 나오지 않아요 정신과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내 가독성은 안쓰러워졌잖아요 이제 언어를 잃을까 봐 두려워서 울지 않는다고요 내 가슴에 무언가 꽉 막힌 것 같은데 이게 지금의 날 지탱해 주는 것 같은데 내가 더 똑똑해지고 전과 같은 가독성을 갖게 된다면 그래서 더 많은 글을 읽고 감정을 배우게 된다면 아주 첨예한 자기반성으로 그 꽉 막힌 무언가를 꺼낼 수 있을 것 같은데 후련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후련해지는 동시에 언어를 영영 잃지 않을까? 나는 느린 식물화를 겪는 중이 아닌가? 뛰는 심장을 해부하겠노라 열심히 칼질을 하던 무식한 나와 황소개구리 그 황소개구리 영혼이 손등 위에서 뛰어노는 기분을 느끼면서 저런 생각을 그러니까 했다고요 언니 그런 시절이 나에게 있었어요 엘리베이터 거울에서 내 다리가 동동 떠 있었어요 집 도어락을 치고 들어가면 내 시체가 등에 매달려 있었어요 하루가 전쟁이었고 나는 안쓰러운 패잔병!이었지만 아무도 나에게 따뜻한 인사를 해 주지 않았어요 외로워서 죽고 싶을 적에 나는 언니를 만나게 돼서 언니를 실컷 이용해 먹은 거야 다정을 학습하고 슬픔을 학습하고 폭력적이지 않음을 학습한 거야 지금은 언니가 그때 보여 줬던 태도가 우습기도 하지만 언니 나는 이제 정말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다니까요 사라지고 싶은 건 여전하지만 사람들 사이에 끼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니까요 하지만 날 닮은 사람을 보면 죽이고 싶은 마음을 못 참겠어 그때와는 다르게 날 경멸의 눈빛으로 보면 안 돼요 나도 같이 죽을 거거든 이게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거든 장난으로 내뱉는 게 아니야 정말 죽을 각오가 되어 있어요 합리적인 살인이나 죽음이 과연 있을까? 언니 나는 생각이 너무 피곤해 도무지 멈추지를 않아 사실미쳐버리겠어생각좀그만하고싶어 나도 가벼워질래 한심한 사람은 곁에 두지 않을래 그거 정말 증오스러워 토 나와 부럽고 역겨워서 더러워 부럽다는 감정을 느끼는 내가 사실은 언니! 나는 내일부터 생각을 관두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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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자1
혹시 네가 쓴 글이니? 글을 읽고 사랑에 빠진다는 게 이런 걸까 싶어
이 게시판 많이 들락날락 했지만 너는 내가 읽은 글 중에 가장... 좋아 앞으로도 글을 써줘 이 글을 읽게 해줘서 고마워

4년 전
낭자2
안녕 난 가끔 이 글이 생각나서 읽고 가
어제는 독자로써 글이 너무 공감가서 울려고 오고 오늘은 작가로써 네 재능이 부러워서 질투하려고 온다.
글 정말 잘 썼고 잘 읽었어 글 써줘서 고마워.
니가 쓴 글이 누구에게나 사랑받길 바라면서 다음에 또 올게

3년 전
글쓴낭자
안녕 잘 지내니? 저 글은 내가 한참 힘들었을 때 응어리를 분출하듯 썼던 글인데 공감이 간다니... 한편으로는 위로되고 한편으로는 네가 걱정된다 내년부터는 저 글이 초라해 보이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고마워 여기를 찾아 줘서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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