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nstiz.net/name/35171768 연하닝 X시라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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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즈위버 TalesWeaver OST : "Reminiscence" Piano cover 피아노 커버 들으면서 씀.
신입생 환영회가 있는 금요일이 되었음. 닝은 알바 대타까지 구하고 동아리 사람들이 있는 술집으로 갔지. 제일 먼저 보이는 사람은 다름 아닌 시라부였음. 워낙 꼼꼼한 시라부라 명단을 만들어서 1차 회식에 온 사람을 체크하고 있었지. 참가비는 나중에 계좌 이체로 해도 되고 지금 현금으로 천 엔 줘도 돼. 시라부의 말에 어떻게든 연락을 하고 싶어서 닝은 나중에 계좌이체로 한다고 말 한 후 안으로 들어갔어. 라부의 자리가 어딘지 모르겠지만 술 마시다보면 자리 바뀔테니 그냥 아무 곳이나 앉았음. 코딩동아리라 그런지 공대생이 대부분이었고 그 중에는 닝과 친하지 않은 같은 과 동기들도 있었음. 말을 걸까 말까 고민하던 닝은 결국 켄마에게 폭풍 문자를 했음.
[켄마나동아리회식왔는데진짜어색해죽을거같아살려줘]
[띄어쓰기 좀 Plz]
[ㅜㅜ같은 과 동기 애들도 있는데 나랑 같은 과 인 걸 모르는 거 같아 말을 안 걸어]
[...그건 아닐 걸.]
그런데 그 때 같은 과 동기들이 닝에게 말을 걸겠지. 저기...닝 맞죠? 남자 셋과 여자 둘이었음. 그들은 약간 겁에 질린 표정으로 닝에게 말을 걸었는데 닝이 그 표정을 보고 살짝 의아해하며 물었음.
"네. 맞는데 왜요?"
"아, 그. 닝상도 우리랑 같은 과 맞죠? 새터 때 말을 거의 못해서 우릴 모를 지 모르겠지만..."
"아뇨, 저도 알아요."
닝이 안다고 하자마자 다들 얼굴이 화색이 되더니 폭풍질문을 펼쳤음. 나이는 몇인지, 재수를 했는지 반수를 했는지. 정시로 들어왔는지 수시로 들어왔는지. 여고를 나왔는지 남녀공학을 나왔는지. 하나하나 대답해주다보니 시간이 가서 동아리 회원들이 다 자리에 앉은 듯 했음. 마지막으로 명단 확인과 돈 계산을 마친 라부가 앉자 회장이 우렁차게 외쳤음.
"자, 모두 우리 동아리에 온 걸 환영합니다! 자리는 이따가 선배 후배 섞어서 앉을 예정이니 불편하더라도 잠깐만 이렇게 앉읍시다! 다들 건배 한 번 하고 시작하죠! 성공을 기원하며 발전을 기원하며! 성ㄱ..!"
"자, 건배~~~!"
방금 회장이 한 건배사를 줄이면 굉장히 웃긴 건배사가 나올 것 같았는데, 다른 부원이 말을 끊는 바람에 다들 타이밍이 맞지 않게 건배를 했음. 과동기들과 닝은 서로를 바라보며 재밌다는 듯 웃었고 멀리서 닝을 훔쳐보던 라부도 작게 웃고 다른 부원들과 건배를 했음.
"아 자리 바꾸기 싫다."
"왜, 다른 사람들이랑도 친해져야지."
"겨우 닝이랑 말 텄는데 자리 바꾸면 ㅠㅠ"
"우린 같은 과니까, 자주 만날 수 있잖아."
"그치만 너, 항상 남자친구랑만 다니잖아. 이름이...코즈메 켄마였나?"
"엑, 나 켄마랑 사귀는 사이 아닌데."
"뭐야! 나는 당연히 너랑 그 사람이랑 사귀는 줄 알았어."
"하하, 아니야."
나는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라고 말하기엔 멀더라도 그 '좋아하는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었음. 그래서 닝은 말을 아끼기로 했음.
"그럼 닝! 앞으로 우리랑도 친하게 지내자. 우리과 유명인이랑 말 섞은 것도 정말 영광이긴 하지만."
"유명인?"
"뭐야, 설마 몰랐다곤 하지마."
같은 과 여자애가 닝에게 귓속말로 말을 이었음. 너, 예쁘다고 엄청 유명하잖아. 근데 다른 사람들이랑 말도 안 하고 잘 웃지도 않아서 얼음 공주...라고 하던데.
"아 잠깐만. 진짜 토나와 ㅋㅋㅋㅋㅋ 난 그런 별명이랑 안 어울려."
이런 식으로 닝하고 과 동기랑 친해지고 있는데 저 멀리서 라부가 언짢게 닝 쳐다보고 있겠지. 닝 옆에 앉아 있는 여자애들은 그렇다 치고, 닝 앞에 앉아서 닝만 빤히 쳐다보고 남자애 셋이 걸렸음. 물론 자기가 어떻게 할 지위는 아니었지만 압박을 넣을만한 지위는 되었음. 라부는 회장의 다리를 툭툭 걷어차더니 말했음.
"이제 자리 바꿀 때 된 거 같은데."
"아, 그래! 일단 동아리 임원들 주축으로 6개 테이블로 나뉘여서..."
"그건 알아서 하시고, 나는 저 테이블로 들어갈게요."
"어? 야 라부!"
라부가 닝 옆에 털썩 앉았음. 닝은 누가 자기 옆에 앉길래 무심코 바라보다가 당황해서 얼굴 빨개지겠지. 시라부는 그런 닝에게 시선도 안 주고 남자애들한테 말할 거다. 자리 셔플 될 거 같으니까 그 쪽 셋은 다른 곳으로 이동해주세요. 남자애들은 아쉬운 듯 미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음. 그런데 그 셋 중 가장 훈훈하게 생긴 남자애가 닝에게 말하겠지.
"닝, 그럼 나중에 연락할 게!"
"어? 어 그래."
연락? 무슨 연락? 라부의 시선은 여전히 닝 쪽이 아닌 앞을 향해 있었지만 신경은 온통 저 남자애와 닝이었어. 사실 저 남자애는 1학년 과대고 닝이랑 켄마만 친목 톡에 없어서 초대한다는 얘기 였는데 라부는 또 단단히 오해 하겠지.
"또 시작이야?"
"네?"
"마음도 없는 사람 꼬시는 거. 또 시작 이냐고."
닝 옆에 앉아 있는 애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리 바꾸는 어수선한 소리에 라부가 한 말은 듣지도 못했음. 라부의 저 말을 들은 건 오직 닝 뿐. 닝은 황당함과 조금의 화, 그리고 자신의 과오가 생각나 얼굴이 붉어지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닝은 라부가 자기한테 말 걸어준 게, 자기 옆에 앉은 게 너무 좋아서 심장이 자꾸 뛰었음.
"그런 거... 아닌데요."
"내가 말 했을 텐데. 난 네 말 안 믿을 거라고."
"믿든 안 믿든 그건 선배 선택이지만, 전 일단 아니라고 말씀드렸어요."
닝은 라부가 좋은만큼, 쓸데 없는 오해 받기가 싫었음. 이대로라면 라부는 또 닝을 멀리 할 테니까. 겨우 물리적으로라도 가까워졌는데 그렇게 되면 그 땐 견딜 수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자리가 바뀌고, 닝은 라부한테 신경쓰느라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제대로 나누지 못했어. 라부도 닝한테 그 이후로 말 거는 일은 없었고. 그래서 닝은 혼자 술을 마시거나 건배할 때 풀잔으로 따라서 원 샷하곤 했음. 옆에서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는 라부에게 살짝 메롱 하는 것도 잊지 않았지. 그 때 담배 피러 간다는 사람들이 자리를 비웠고 닝과 라부 주변 테이블이 거의 비워졌어. 공대생은 담배 없음 못 산다더니 진짠가 보네... (편견 입니다.) 닝은 헤실헤실 웃으며 라부에게 물었지.
"선배는 담배 피러 안 가요?"
"...안 펴."
"엑, 왜요?"
"좋아하는 애가 담배를 싫어해서."
"아,그러시구나. 저도 담배 싫어하는데, 하하. 그 분이랑 저랑 똑같네요."
"..."
닝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음. 아까 과 동기 애들이 말해줬거든. 저기 있는 시라부 선배, 다른 선배들한테 들었는데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고 옷도 잘 입어서 인기도 많은데 여태 CC하는 꼴을 본 적이 없다고. 분명 다른 학교 사람이랑 사귀던가 아니면 다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게 틀림 없다면서. 솔직히 충격이었지만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음. 그야 그럴 게 닝이 라부를 마지막으로 본 건 2년 전이었으니까. 그런데 그걸 당사자 입으로 들으니 괜찮은 척 할 수가 없었음. 술기운도 제대로 올라왔고, 무엇보다 닝은 아직도 시라부를 많이 좋아했으니까.
"선배, 저 먼저 갈게요."
"뭐?"
"더 마시면 집에 못 갈 것 같아서요. 막차 시간도 있고."
"...그래."
조심히 들어가라는 말은 바라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섭섭한 건 참을 수 없었음. 돈은 나중에 계좌 이체로 보낸다고 했으니 내일 보내면 되겠지 뭐. 닝이 혼자 터덜터덜 느린 걸음으로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음. 버스가 올 때까지 10분이나 남았겠다, 닝은 켄마에게 문자를 하려고 했음,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만 아니었으면.
"야."
"...선배?"
"너 이거 두고 갔어."
"...그 머플러 제 꺼 아닌데요."
라부였음. 닝의 것이 아닌 머플러를 들고 여기까지 뛰어온 것 같았음. 시라부는 뛰어오느라 앞머리가 조금 까져있었는데, 닝이 자기도 모르게 그 앞머리를 조금 매만졌음.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뛰어와요. 뭣하면 다음주에 학교에서 주거나 내 동기들한테 주면 되잖아요."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쉰 라부는 자기 머리를 정돈해주는 닝을 내려다봤음. 밤 벚꽃이 곧 닝의 얼굴로 쏟아질 것 같았음. 아직 벚꽃이 필 계절은 아니었는데 말이야.
"그리고 이거, 선배꺼잖아요."
닝은 시라부 손에 들려있는 머플러를 가져가 라부의 목에 둘렀음. 닝이 집에 가겠다고 한 후 안절부절 못하던 라부의 눈에 들어온 건 바닥에 떨어져 있던 머플러였음. 자기 것인지도 모른 채 닝에게 갈 빌미가 생겼다는 이유로 라부는 자리를 박차고 나왔음. 밖에서 담배 피던 동아리 회장이 어디 가냐고 묻는 것도 무시한 채 라부는 근처 버스 정류장으로 달렸음. 자기가 한 짓을 그제야 자각한 라부가 고개를 푹 숙였음.
"선배 많이 취했나보다. 이 머플러 고등학교 때부터 두르고 다녔던 거 잖아요."
"어, 취했나봐."
"적당히 마시고 들어가세요. 추우니까 머플러 단단히 하시고요."
"..."
"전 이만 갈게요. 버스 잠시 후에 온다고 하네요."
"...그래."
고개를 숙인 라부가 자책했음. 내가 왜 여기 왔지. 이 머플러라면 닝도 징하게 봤을 텐데. 뻔히 들킬 거짓말을 왜 한 거지.
그리고 그 때 버스가 떠나는 소리가 들렸음. 그제야 고개를 든 라부는 자기 눈 앞에 서 있는 닝을 보고 눈을 크게 떴음.
"선배, 이건 저 취해서 하는 말 아니고요. 진짜로 저 제정신인데요."
"어."
"선배 왜 왔어요 저한테?"
"말했잖아. 머플러 주려고 왔다고."
"...정말 그게 다예요?"
"그럼 내가 너한테 뭘 더 해야 하는데."
"하하, 아니에요. 역시 선배는 여전히 친절하네. 예전에도 그랬잖아요. 초코우유랑 바나나우유 싫어하면서 내가 주는 건 꼬박꼬박 다 가져가 줬잖아요."
그건 네가 좋아서 그랬던 건데.
닝의 눈에 고인 눈물을 못본 척 하며 시라부는 말을 삼켰음. 닝은 막차를 놓쳤다면서 택시를 잡았음. 닝을 태우고 떠난 택시를 한참이나 눈에 담던 라부가 그제야 몸을 돌려 술집으로 향했음. 핸드폰도, 지갑도 모두 술집에 있었으니까.
,,,,,닝들 늦게 와서 미안해용 ㅎ희흐히ㅡ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