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 창문은 에메랄드빛 초록색이다. 서슬퍼런 창가엔 그 날에 베여 떨어지는 빗물이 뚝뚝 흐르고 축축하게 젖어 또 하나의 세계가 찰랑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시야는 새벽녘 두통에 눈을 뜬 이의 시선처럼 위태롭고 흐릿하다. 신경질적으로 색색거리는 구멍 난 허파엔 무거운 불순물이 채워지고, 그 무게는 무너진 건물 아래에서 맨손으로 간신히 들어올린 콘크리트만큼 무겁다. 녹슨 쇠냄새가 희석되어 풍기는 오후, 질퍽하게 물러터진 회의감이 깨질 듯한 머리에 흐르는 뇌수 같은 날. 오늘은 비가 오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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