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리듬의 음악, 후줄근히 빛바랜 셔츠에 구겨진 반바지. 시간의 저편을 응시하는 시선. 삐딱하게 떨고 있는 두 다리가 연주하는 엇박의 기억. 붉게 지는 석양은 자신을 단 한 번도 잡지 못한 나를 비웃으며 저물어가고, 비겁한 밤이 나의 하루를 빼앗는다. 멍해진 감각으로 뭉개진 현재는 게으른 일요일처럼 무겁게 내려앉았다 순식간에 사라진다.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가 가져왔다 전해지지 못한 채 가라앉은 수많은 진심들 중 나의 것은 이미 누군가의 먹잇감이 되었고,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릴 진심은 외롭게 부식되어 간다. 나에게서 가장 멀고 가장 어울리지 않는 이곳은, 나를 쫓아오는 현실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쳐 도착한 버려진 낙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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