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원래 다 사이좋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인데 코로나 시작하고나서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했어. 밖에 나갔다와서 손 안 씻는다고 내가 잔소리 하는 걸로 시작해서 마스크를 코가 노출되게 쓰는 것 까지 지적했었거든. 이것 다 코로나 본격적으로 심각해지기 전 이야기야. 어쨌든 사소할지 몰라도 잘못하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문제니까 그때부터 많이 조심했던 것 같아. 사실 저때까지는 문제랄 것도 없었는데 다들 사소하게 본인들의 의무를 안 지키니까 (갔다와서 문 고리란 고리, 옷이란 옷은 다 만지오 손 씻기, 마스크 안 쓰고 쓰레기 버리러 가기 등등) 그게 내 안에서 쌓이기 시작한 것 같아. 거기에 더불어 형제는 운동하러, 친구들 만나러 홍대 나가고, 부모님은 일 약속이라면서 새벽 까지 술 마시다가 걸어서 들어오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주기적으로 만나던 모임을 아직도 나가셔(지정된 집에서 모임). 위에 나열한 것들 전부 다 최근 일이야. 다들 사회적 거리두기에 노력하고 있는 와중에 이러고 있는 내 가족이 부끄럽고 원망스럽고 정말 너무 마음 아파. 난 이런 일이 일어날 때 마다 앞에 앉히고 사회적 거리 두기의 중요성,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방식, 마스크도 무적이 아니라는 거 등등 설명해주고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하거든. 그럼 나한테 미안하다 그러고 똑같은 일을 반복해. 그럼 난 또 앞에 앉히고 했던 말을 또 해. 저번에는 내가 너무 답답하고 속상해서 종이에다가 길게 코로나를 더욱 경계해야 하는 이유들을 (기사들 참고해서) 적었어. 그랬더니 나 보고 정신 이상자래. 나를 진심으로 이상한 사람 처럼 보고 있었어. 내가 한 자 한 자 종이에 저걸 적었을 생각하니까 소름 돋는데. 옆에 있던 가족들 다 반박 안 하더라. 동조한 거겠지. 이 일이 일어난 다음 날 나한테 진심으로 너 이상하다 라는 소리를 하길래 울컥해서 화장실에 틀어박혀서 끅끅 울었어. 방이 없거든. 내가 스무살이나 먹고 변기 옆에 앉아서 통곡할 줄은 몰랐지. 이번에 대학 첫 학기가 이렇게 엉망된것도 억울하고 혹여 가족이 코로나 걸릴까 노심초사한 마당에 기본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 하라고 했다고 미친사람 취급 받는게 너무 서럽더라.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근데 난 이제 뭘 해야 할 지 모르겠어. 내 말은 절대 안 듣고 정성 담아서 쓴 종이도 거들떠 보지도 않아. 가족의 외부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야. 내가 잘못한걸까? 어떻게 해야하는 지 알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