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약간의 스포 주의 1. “죽고 싶어.” 자신을 끌어안고 자살을 예고하는 남자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랑한다는 말도 평생을 함께 살자는 말도 모두 가볍고 흔해진 남자가 선택한 말은 극단적이고 충격적이었다. “……죽고 싶어.” 너랑 함께 죽고 싶어. 죽으면 오히려 행복해질 거 같아. 2. “삐지셨어요?” “응. 너 그 새끼들이랑 한 테이블에 부대끼고 앉았을 거 아냐. 샐샐 눈웃음도 쳤을 거고. 와. 심지어 밤새 술도 처 마셨어? 우리 후배님은 왜 아무한테나 예쁘게 굴지? 듣는 영원이 기분 X같게?” “말 꺼낸 호현이가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3. “제가 만약 플라토닉을 원한다면요?” “다른 연애 상대를 찾는 게 좋을 거야.” “혹시 저랑 자는 거 상상해 본 적 있으세요? 계속 궁금했는데…….” “지금도 하고 있어.” “뭐라고요?” “넌 아까부터 알몸이야. 그리고 지금 막 나한테 박혔어.” 4. “윤이채는…. 최수겸의 평가로만 정의되는 인물이지.” 홈 바로 다가온 이채가 양손을 넓게 짚고 상체를 내밀었다. 수겸은 물끄러미 시선을 올릴 뿐, 놀라거나 물러서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을 향한 평가에는 항상 유통 기한이 있다는 게 내 생각인데.” “…….” “어때. 나는 아직 신선해?” 5. “사랑보다 증오가 더 오래 남는 법이지.” 그의 차가운 손가락이 내 뺨을 더듬었다가 입술을 눌렀다. “사랑이란 건 꽃 같은 거야. 피고 지면 그것으로 끝나지만, 증오는 오래 보존되는 법이거든. 사계절 내내 지속되겠지.” 때때로 사람을 절망의 끝으로 밀어 넣는 광기와 집착. 남자는 증오가 사랑의 가장 우아한 표현이라도 된다는 것처럼 말했다. “모르겠어?” 그리고. “너는 나를 사랑하고 있어.” 이 저주가 고백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