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롯데 외국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가 야심차게 구비(?)한 징이 결국 관중석으로 쫓겨갔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10개구단과 함께 정한 ‘경기 중 선수단 행동 관련 지침’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팬 입장에서는 전에 없던 볼거리라 눈길이 가겠지만, 세심함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스트레일리는 지난 2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T와 정규시즌 홈경기를 앞두고 더그아웃에 사비로 구매한 징을 설치했다. 동료가 홈런을 치거나 득점할 때 풍악을 울려 기쁨을 주겠다는 순수한 의도로 마련했다. 실제로 이병규가 홈런을 쏘아 올렸을 때 롯데 더그아웃에서는 징 소리가 울려퍼졌다. 관중석이 아닌 더그아웃에서 풍물놀이에서나 들을 수 있는 징 소리가 울려퍼지자 1루 더그아웃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그러나 3루 더그아웃에 있던 KT 선수단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더그아웃에 응원도구를 들여와도 되는지 관련 규정을 찾아보는 등 불편한 기색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롯데 허문회 감독이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키움과 롯데의 경기에서 9회초 2사 1,3루 상황에서 1타점 적시타를 친 민병헌을 향해 ‘짝짝이’ 응원도구를 흔들고 있다. 박진업기자
[email protected] 상대 분위기와 상관없이 신나게 징을 치던 롯데 벤치는 급기야 7회초 수비 도중 주심의 제재를 받았다. KBO는 경기 중 선수단 행동 지침에 있는 ‘경기 중 심판이나 상대 선수단에 위화감이나 불쾌감을 주는 언행 금지’와 ‘과도한 환대행위 금지’ 등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해 더그아웃에서 징을 철수시키리라고 권고했지만, 허문회 감독이 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런 두 방 등을 포함해 5강 경쟁팀 중 하나인 KT를 압도하던 터라 승리의 부적처럼 여긴게 아니냐는, 승부의 세계에서는 있을법 한 해석도 나왔다. 이미 스트레일리가 선수단에 선물한 이른바 ‘짝짝이’(클래퍼)를 흔들어 대는 것도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터였다.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명학한 규정이 없는데다 상대팀이 정식으로 어필하지 않아 유야무야 넘어가고 있지만,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롯데와 맞붙은 팀 관계자는 “홈에서 롯데와 경기를 할 때에는 꽹과리나 빈 페트병 등으로 박수를 쳐야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들은 “한화 투수 박상원이 투구 과정에 괴성을 지르는 것에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어필한 게 허문회 감독이지 않았는가. 투수가 지르는 기합소리는 선수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행위이고, 더그아웃에서 울려퍼지는 징 소리나 클래퍼 소리는 괜찮다는 발상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성민규 롯데 신임 단장이 4일 사직야구장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email protected] 올스타전이나 시범경기 등 승패와 관계없는 상황이라면 문제될 게 없지만, 정규시즌 중에 더그아웃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문제가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지나치다는 얘기를 듣는 LA다저스도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 쓸데없는 소음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하물며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시카고 컵스에서 프런트로 일한 롯데 성민규 단장이 이를 용인했다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현장과 프런트간 소통 부재를 단적으로 드러낸 장면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롯데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관중 입장을 허용했을 때에도 소속팀 선수단만을 위해 1루 관중석만 오픈했다가 방역 당국의 따끔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사장과 단장, 감독 모두 초보라 시행착오를 겪을 수는 있지만 상대에 대한 배려나 세심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야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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