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삶을 망친 갈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갈망에 사로잡힌 날 이후로 비로소 진짜 삶이 시작된 것도 같았다.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기억 속의 시간은 거꾸로, 점점 더 빠르게 먼 곳까지 흘러갔다. 그 여름, 달려오는 자전거 소리에 고개를 돌린 오후까지.
눈을 찌르던 조각난 햇빛 사이로 자전거를 탄 레일라가 달려와 그를 스쳐 지나간다. 놀라 돌아본 그 아이의 눈이 동그래진 순간에 자전거가 쓰러진다. 관성을 따라 회전하는 자전거 바퀴의 소리 사이로 마티어스는 제 가슴이 뛰는 소리를 듣는다. 요란하지 않지만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꼭 가슴속에서 부드러운 물살이 일듯이 뛰던 그 심장의 박동 소리를.
넘어져 엉망이 된 아이의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는 사이에 자전거 바퀴 소리가 멈춘다. 바람에 흔들리는 무성한 나뭇잎의 물결은 더욱 선명해진다. 가늘게 찌푸린 눈을 들어 그를 보는 레일라의 눈동자에는 영원한 여름의 숲이 담겨 있다.
'레일라.'
이름을 불러 본다. 다 자란 여자가 되어 나타난 그 아이가 준 당혹감이 사라진 자리에는 햇볕에 달구어진 한여름의 강물 같은 나른한 온기가 남는다. 그 물살에 몸을 맡기듯 손을 내민다. 망설이던 레일라가 그 손을 잡는다. 마주 선 그들 사이로 청량한 바람이 불어 지나간다. 어쩐지 허탈해진 그가 피식 웃자 숨죽여 바라보던 레일라도 살며시 미소 짓는다. 아름다운 웃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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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화 대부분을 대사도 거의 없는데 남주 회상만으로 꽉 채움...
그리고 레전드 회차가 되었지ㅋㅋㅋㅋㅋ
이 소설 자체가 그렇긴 하지만 이 화는 읽는동안 영화처럼 장면이 스쳐지나가는 느낌을 유독 많이 받아서 제일 좋아하는 회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