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하다가 보고 싶어 하다가
마침내 마주하고도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면
그게 우정이니
계속 붙어있을 수 없는 매일이 지옥처럼 느껴지고
미세하게 남아있는 잔상으로 다시금 보고 싶어 울기 바쁘다면
그건 사랑일까 우정일까
넌 어때
나를 한낱 손톱만한 달만큼 마주한 걸로 만족해?
그렇다면 이제 정말 넌 나를 곧은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 거겠지.
있잖아 나도 도저히 그만두고 싶어서
내 시선이
자꾸만 사랑이라고 엇나가려고 할 때면
매번 우정으로 반듯하게 바꾸어 놓고 나서야 너에게 닿게 해.
매일을 그렇게 고쳐와서 이제 좀 나도 너를 친구로, 똑바로 보나 싶었다.
몇 년을 그렇게 말도 안되게, 시들 줄도 모르는 모든 감각이 이건 사랑이라고, 사랑이기 그 지 없다고 외치는 걸 부정하느라 육신이 엉망진창이 되는 것도 모르는 체하며 자해했다.
그래서인지 시기 좋게 매 계절마다 한 번씩 너를 만나고 난 후,
또 다시 보지 못하는 날이 지속되는 다른 날들에는
이게 사랑인가?
라며 애써 외면해온 질문이 기다렸다는 듯 더욱 날카롭게 갈아져 나와
덕지덕지 고쳐놓았던 마음을 다시금 너덜하게 가르면
솟구치는 너와,
모든 사진, 대화, 추억이 한데 뒤엉켜 있는
새카만 타래도 덩달아 구역질 나도록 떠오르기 시작했기에
나는 그 모든 것을 막을 새도 없이 눈물로 게워내기 바빴고,
그런 흐린 날들이 모이고 모이면 결국 그 회색 빛은 나의 온 계절이 되기 십상이었어.
그런데도 가끔 날 헷갈리게 하는 니 목소리와 이기적인 문장에,
너도 지금 쯤이면 이런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우스운 기대도 한 번씩 걸어보지만
넌지시 떠보는 농담조차도, 벌게진 나를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도
너무도 평온한 너를 고작 내 사심으로 망쳐놓기 싫어서 억지로 삼키고 삼켜낸지 오래다.
나는 이토록
예전 그 때의 나처럼 널 당당하게 좋아할 수 없고,
사랑 할 수 없어.
내 유치하고 초라한 마음을 전하고 우리가 애써 기워온 우정을 터뜨리는 것보다,
너의 모든 상처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너를 오래 볼 수 있는 게 나에겐 더 중요하기에.
그렇게 내 오롯한 마음을 죽이고 죽이면서 가장 순수하게 사랑했던 방식을 영원히 잃어버렸고,
이제 사랑이 옳은 거라 생각지도 못한다.
가장 죽여야 하는 것.
그래, 나는 사실 너무 잘 알아
내가 너를 보는 시선을 매일 우정으로 가장하기 바쁘다는 걸. 그걸 알면서도 난 우정으로 똑바로 보고 있다고 세뇌하고 있다는 걸.
좋아해서 미안해
대신 니가 이 사실을 영원히 모르게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