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들으면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작게 웃고 말거든 근데 아무 말도 못하는 내가 제일 슬퍼 진짜로 이 감정을 아는 익인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엄마아빠 부모로써 최악이었어 어릴 때부터 정말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어 드라마에 나올 법한 집이었는데 그냥 뭐 흔한 알콜 중독자에 폭력에 찢어지게 가난하고 엄마는 무관심에 아빠한테 받은 폭력을 우리한테 다시 풀었어 말하자면 대물림과도 같은 거지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나였고 아빠는 집을 싫어했어 근데 이런 집에서 자랐다고 추억이 없겠니 아빠는 술만 안 먹으면 좋은 아빠였고 딸바보 행세를 했어 엄마도 우울하지만 않으면 친구같은 엄마였어 둘도 없는 내 친구이자 내가 감싸야할 엄마 같이 울고 웃고 자기 전에 꺄르르 장난치고 아빠가 동화책도 읽어주고 맛있는 것도 다같이 모여 먹고 그랬지 죽으나 사나 내 가족이니까 너네도 아무리 물고 뜯고 싸워도 내 가족이라 돈을 준대도 아예 손절하고 살고 이런 거 못하겠는 사람 많을 거야 내가 그랬어 근데 클수록 이건 아니다 싶더라 내가 이 가족을 붙들고 살면 언젠가 곪아 터지겠더라 겨우 먼지만한 희망 끌어안고 서로가 죽기 전엔 이해를 하겠지 하면서 살면 다같이 자살하는 행위같더라 그래서 그걸 깨닫고 난 뒤로는 사소한 것부터 정을 뗐어 엄마의 감정호소에 더이상 토닥여주지 못하고 조용히 듣다 자리를 뜨고 어딘가 힘들어보이는 날엔 과감히 외면하기도 했어 아빠가 술을 안 마신 날에도 나는 마주하지 않았어 우리딸하고 다가와도 선을 그었더니 이젠 좀 많이 어색해 어느날은 아빠가 술 먹고 주정은 안 부리고 식탁에 앉아서 내가 요즘 꼭 남 같다고 하더라 맞는 말이라 씁쓸했어 나는 집안에서 충분히 차가워졌고 냉정해졌고 누가 보면 공감능력 없는 사람이라 할 걸 내가 살기 위해서는 이렇게 하는게 맞는 건데 막상 하고 나니까 너무 공허해 그래도 이 삭막한 세상에 이것도 가족이라고 의지하면서 붙든 건데 나한텐 더이상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이제 나는 엄마아빠한테 동정도 안하는 구나 엄마아빠가 죽는다면 어떡하지 벌벌 떨지도 않구나 엄마아빠가 받는 상처에 대한 죄책감이 안 드는구나 싶어 그래서 너무 슬퍼 내 어린 시절을 몽땅 누군가에게 파는 것 같아 나의 행복한 가족의 순간도 따뜻함도 전부 그래서 너무 슬퍼 울고 싶어 나는 집에 돈도 없어서 따로 대학 안가고 바로 취업해가지고 이른 나이에 올해 따로 독립하는데 정말 그때면 다 보내야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