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도 모르게 개를 2마리나 키우고 계셨던 엄마
어느날.
개 키우는 사람들도 많고
TV에서 귀여운 개가 나와서
나도 갑자기 너무 개가 키우고 싶어졌다.
그래서 외출하시려는 엄마한테
잔뜩 교태를 부리며
"우리 개 키우면 안돼~?우웅~?" >
이라고 여쭤보았더니,
엄마가
본인은 이미 개를 키우고 있다고 하셨다.
그것도 두마리.
그래서 내가 깜짝 놀라서
"우리가 무슨 개를 키워?!
라고 반박했더니
우리 엄마.
"너랑 니 아빠가 술먹으면 개잖어."
라고 말씀하시고는
문을 닫고 나가셨다.
난 그렇게 한참을
현관 신발장 앞에서
멍하니 서있었다......
참고사진.
실제로 필자 활화산
술먹고 골뱅이 된 사진.
-_-
바지가운데 19금 스티커
오해없으시기를...
싼 거 아님.
라인이 너무 선명해서...-_-;
너무 야한 거 같아서 가릴려고
모자이크 처리도 해보았지만
역효과났음.-_-
아,암튼
아빠의 골뱅이 사진은 못 구함
-_-
2.마성의 눈동자 그리고 쩌는 감수성
어느날 엄마 일 좀 모처럼 도와주겠다고
거실로 나와서 밥을 푸었다.
증기에 피부관리도 되구.
그런데
밥푸다가 받침대 병아리랑 우연히 눈이 마주쳤는데...
갑자기 가슴 한편이 무거워졌고
잠시 주걱을 내려놓고
멍하니 서있었다.
저런 슬픈 눈빛은 처음이었다.
워낭소리 소 눈빛이었다.
왜 갑자기 죄책감이 들지...?
저건 그저 치킨집 받침대일뿐인데...
난 끝내 밥을 다 풀수가 없었고
밥을 푸다말고 주걱을 조용히 내려놓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갑자기 이러는
나도 내가 싫었다.
엄마는 갑자기 왜 그러냐고
너 혹시 조울증있니? 라고 하시며
무슨일이냐고 물으셨다.
그래서 진지하게 이유를 설명해드렸더니...
엄마가 깊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진심으로
미이라고 하셨다.
-_-
아무튼 슬픈 눈동자였다.
한동안 저 받침대를 쓰지 못할 것 같다...
그런데 이날 이후로 뭔가...
엄마가 말을 잘 안거신다.
근데 얼마 전에
아빠가 술취해서 던져서
저 병아리 아작났음.
-_-
3-1. 하이브리드 파워
어느날 내 방에서 무한도전을 보다가
하하가 하이브리드
으오오와!!!!!
하면서 변신하길래,
나도 모르게
진짜 무의식중에
으오오와!!!!!
하면서
하하 따라서 같이 변신하고 있는데...!!!!
제길.
엄마가 빨래 내놓을 거 없냐며
갑자기 방문을 열었다.
"빨래 내놓을 거 없니...?"
"으오...오......오...오...와...........어...없어...."
"그...그래."
"......"
변신하던 나를
엄마는 잠시 뭔가 슬픈 눈으로 바라보시더니
"하던 거 마저 해라."
라고 하시며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가주셨다.
그리고 밖에서 깊은 한숨소리가 들렸다.
난 무한도전이 다 끝났는데도
한참을 멍하니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고...
귀에서
'하던 거 마저 해라'
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환청처럼 계속 울려퍼졌다...
한동안
엄마랑
많이 어색해질 것 같다......
3-2. 이승철 노래 립싱크사태
그런데 우리엄마
그래도 그나마 위에 하이브리드 변신 앞에
저런 무던한 반응을 보이실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전에 비슷한 일이 겪으셨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한번 내가 이승철한테 완전 푹 빠져서
허구헌날 이승철 라이브 동영상을 보곤 했는데...
그의 노래가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정말 무의식중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책상에 있던 드라이빗을 마이크처럼 들고
이승철처럼 두눈을 감고
말리꽃 하이라이트를 따라부르고 있었다.
이 표정으로.
근데 내가 마치 이승철이 된 것마냥 표정은 따라하나
소리내서 따라부르면 그의 노래가 안들리니
립싱크하며 표정과 입모양만 따라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승철의 상징
가성 애드립 워우어어~ 까지 완벽하게 표정묘사 따라했고!
얼마나 몰입했는 지 노래는 이승철형이 불렀는데
내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승철형과 함께 앞에 관객을 보기 위해
감고있던 두눈을 지그시 떴다.
그런데 실제로 한명의 관객이 앞에 서 있었다.
엄마가 사과 든 쟁반을 들고 멍하니 서 계셨다......
"어...엄마..."
"......"
"어...어...언제부터 서있...서있었어...?"
"지쳐 쓰러지며~♪ 되돌아가는~♬ 부터..."
"......"
세상에서 제일 편한 존재
엄만데도
진심 뼛속까지 부끄러웠다.
더구나
이승철처럼
한쪽 귀를 손가락으로 막고 따라불렀다.
귀라도 안막았다면
그 정도로 엄마와 어색해지진 않았을 것이다...
-_-
앞서 이승철 사태덕분에
내 하이브리드 변신에
그나마 무던하실 수 있었던 것이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임으로...
아무튼
한동안
엄마랑 어색해진 건 어쩔 수 없었다...
4. 내 방바닥 털
또 며칠 뒤.
회사 쉬는 날.
쉬는 날 유일한 낙인
내 방 컴퓨터로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엄마있을 시 -잼난 동영상
*엄마없을 시 -야한 동...
아무튼 이날은
정말 안타깝게도
하루종일 엄마가 집에 계셔서
잼난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가 갑자기 노크도 안하시고 방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난 전혀 당황스럽지 않았다.
잼난 동영상을 보고 있었기에.
난 당당했다.
하지만 엄마의 매너에 적잖게 실망한 난
엄마께 살짝 잔소리를 해드렸다.
"아~ 엄마! 다 큰 아들방에 들어오실 때는 노크를 해야..."
"시끄러,새꺄!
아이고~ 무슨 방에서 이렇게 홀애비냄새가 나냐...?
안방에 페브리즈있으니까 가져다 좀 뿌려, 임마!"
"아악~진짜! 아까 뿌렸어!
근데 내 냄새가 이겼어!"
"그럼 냄새먹는 하마라도 뿌려!"
"저번에 뿌렸는데
하마가 먹혔어!"
"......"
엄마는 들고오신 걸레로 내 방을 닦으시려고 했다.
내가 조금 있다가 청소 싹 하겠다고 하지말라고 말렸지만
엄마는 니가 행여나! 하시며 마구 방을 닦으시는 거였다.
"아... 엄마! 내가 쫌 있다가 다 쓸고 싹 닦을게.
그냥 걸레 놓고 나가. 내가 좀 있다 진짜 청소할게.
나 지금 바빠."
"바빠서 컴퓨터 화면에 유재석 얼굴이 저렇게 있냐?"
KBS홈페이지에서 해피투게더 다시보기 하던 중이었다.
-_-
엄마는 내 만류에도
발이나 들라면서 방바닥을 툴툴대시며 닦으셨다.
"쓸진 않더래도 좀 걸레로 이렇게 닦기라도 해라.
물티슈로 컴퓨터라도 좀 닦고 좀!"
"알았어..."
그런데 엄마가 방바닥을 닦으시다가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각종 부위의 털들을
하나둘 대수롭지 않게 걸레로 모으시다가
책상의자 주변으로 유독 털의 빈도가 높아지니까
조금씩 얼굴이 어두워지셨다.
제...제길!
문제는 그 털이
내 머리털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남자분들은 알 것이다.
그 털의 존재를...
"너 무슨 털갈이 하니?"
"가...가을이잖아. 머...머리가 좀 빠져."
"니 머리털이 이렇게 꾸불거린다고?"
"나 개꼽슬이잖어."
"그래도 이 정도는..."
"그...그러면 다...다리털인가보지! 봐봐!"
엄마는 덤덤한데
난 괜시리 혼자 다급해져서
츄리닝바지를 확 위로 올려서
엄마에게 다리털을 보여드렸다.
다행히 하늘이 도왔다.
츄리닝 바지 올릴 때
마찰이 많이 일어났는 지
평소보다 더 꾸불꾸불해져 있었다.
언뜻 비슷했다.
휴우...
엄마는 알았다고 하시며
그렇게 걸레질을 대략 하시고는
내 방을 나가려고 하셨다.
그리고 난 다시 보고있었던 해피투게더를 다시 재생시켰다.
유재석이랑 박명수가 깨알개그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가 나가시면서 방문을 다 닫나 싶었는데...
엄마가 다시 방문을 열더니
"새끼. 다리털은."
이라고 하시더니
방문을 쾅 닫아버리셨다.
그렇게 닫혀진 방문을 보며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다.
컴퓨터에서는 유재석과 박명수가 뭐라고 막 개그를 치고 있었지만
귀에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엄마랑 앞으로
많이 어색해질 것 같다......
나가서 자취할까...?
여러분은
엄마랑 어색해지지 말고
친하게 지내세요.
이야기 끝.
글쓴이-활화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