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VS 2
이번엔 둘입니다
잘 살던 두 남자 중 여시가 타락시키고 싶은 사람을 고르세여!
1.
여시는 재상의 무남독녀 외동딸임
여시를 보석과 같이 아끼는 아버지 덕에 어릴때부터
왕궁 문턱을 제 집 드나들듯 넘어다녔음
여시는 왕의 두 아들과 함께 자라나다시피 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왕자 중 하나와 여시가 결혼할거라고 수근댔음
"어디 가?"
"태자전하를 뵈러요."
"....넌 늘 형만 찾는구나."
저를 졸졸 쫓아오던 둘째왕자는
일견 가련하게 보이는 얼굴을 했음
하지만 여시는 모르는 척 했음
저는 왕비가 되고 싶었으니까
여시는 제 아버지를 살살 꼬드겨 첫째 왕자와 저의 약혼을 부추겼음
일이 꼬이기 시작한 건
첫째 왕자가 뜻밖에도 거센 반대를 하고 나섰을 때였음
그는 평민 여자와 사랑하는 사이였음
"언제까지 이럴 거야?"
식음을 전폐하고 앓아누운 여시에게 지디가 찾아왔음
"형을 정말 좋아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는 안타까운 듯 여시의 머리카락을 매만졌고
여시는 매몰차게 손을 뿌리쳤음
"넌 안 돼."
"......"
"넌 왕이 될 수 없잖아."
여시는 돌아누웠고
지디는 아무 말 없이 여시의 등을 내려다보았음
"......."
한참 그가 저를 내려다보는 것을 느끼면서도
여시는 절대 뒤돌아보지 않았음
얼마 뒤 급작스러운 사고로 국왕이 죽었고
첫째 왕자가 왕위를 물려받는건 당연스러운 순서였음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여시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음
도시 전체가 시끄러웠고
그 소리는 저의 집 안에서도 나고 있었음
비명소리가 점점 제 방 앞으로 가까워지고 있었음
"...!!!"
문이 열리는 동시에
한 무리의 기사들이 쏟아져 들어왔고
선두에는 지디가 있었음
붉은 옷처럼 보일 만큼 피를 적신 채
지디가 손짓하자
한 기사가 조심스럽게 왕관을 들고 왔음
조금 전까지 그의 형의 머리에 올려져 있던 왕관이었음
"이리 와."
여시는 떠밀리다시피 그의 앞에 섰음
새파랗게 질린 여시를 물끄러미 보던 지디가
기사의 손에서 왕관을 들어올렸음
"어때,"
머리를 짓누르는 왕관의 무게를 느끼며
여시는 기절할 듯이 떨었음
"왕의 여자가 된 기분은?"
제 턱을 들어올리는 손에서
코를 찌르는 죽음의 냄새가 났음
2.
여시가 매주 일요일마다 나가는 신전에는
"또 뵙습니다."
젊은 사제가 하나 있음
이런 신전에서 보기에는 너무 젊고 잘생긴 터라
유부녀부터 어린 소녀까지 모두 그에게 관심을 가졌으나
사제는 돌처럼 무덤덤했음
사제를 유혹하려다 실패한 친구들이 분해 어쩔줄 모르는 앞에서
여시는 자신만만하게 내기를 걸었음
"요새 자주 뵙네요."
"....예."
그는 지독히도 말이 없었음
처음에는 쉬울 거라고 생각했으나
생각처럼 되지 않았음
실수인 척 안겨보고
은근하게 유혹하는 눈길을 보내봐도
사제는 무심하고 차가웠음
"사제님, 오늘 저녁에는...."
"미사가 있습니다."
그는 목례하고 자리를 떠 버렸음
여시는 황당한 나머지 움직일 생각도 못 했음
재미로 시작한 내기가
점차 오기로 변해갔음
그러던 어느 날
예배가 끝난 뒤 사제를 찾아 헤메던 여시는
몇 번 밀회를 가졌던 남자와 마주쳤음
매달리는 남자를 떨치려 애쓰던 여시는
남자가 갑자기 난감한 기색을 하더니 슬슬 자리를 피하는 것을 보고
뒤를 돌아봤음
"......"
사제는 여시를 흘끗 내려다보고
돌아서서 가 버렸음
여시는 사제를 쫓아 기도실로 들어갔음
그는 여시를 본체만체하며 자리를 정돈했고
오기가 생긴 여시는 실수인 척
의식에 쓰고 남은 잔을 제 가슴에 엎질렀음
"어머!"
그가 여시를 돌아봤음
속을 알 수 없는 시선이
여시가 부산히 닦아내는 체 하며 움직이는 손에 머물렀음
"....닦을 것을 드리겠습니다."
여시는 사제에게로 은근히 몸을 기울였음
"아, 사제님..."
여시는 음염하게 웃었고
사제의 눈은 여시의 파닥이는 속눈썹에 머물렀음
여시의 손이 사제의 팔을 살짝 잡았음
"......."
이 와중에도 무덤덤한 표정에 속으로 욕설을 퍼붓던 찰나
"아!"
여시는 한 순간에 벽으로 밀어붙여졌음
"축하해."
이마가 맞닿을 정도로 얼굴이 가까워졌고
숨결이 입술에 닿았음
그리고
"내기에서 이긴 거 말이야."
물어뜯는 것 같은 입맞춤이 퍼부어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