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pann.nate.com/talk/330984890
안녕하세요 저는 서른 다섯의 한 남자입니다.
제가 주변사람에게는 말 못할 고민이 있어서 아는 동생에게 아이디를 빌려서 글 써봅니다.
결혼을 생각하는 터라 결혼하신 분들이나 결혼에 대한 생각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듣고자 이곳에 적으니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서울의 5손가락 안에 드는 대학을 졸업하고 재학기간 동안 교환학생으로 유학, 졸업 전 인턴을 거쳐 대기업에
입사해 대리를 달았습니다. 제 주변의 대다수의 사람들이 저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고 부모님도 은퇴하셨지만 연금 등
준비가 되어있으십니다.
저는 3천 후반대의 외제차, 8천 만원 정도의 제 돈과 3천 정도의 부모님의 돈, 나머지는 전부 대출인 은행돈이 합쳐진 제 명의의 3억대 아파트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표준같이 살아왔고, 살고있고, 살아갈 사람이지요.
그런데 제 인생에서 여자친구만이 너무도 특이합니다.
여자친구는 회사 근처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아주 소문난 미인이었습니다.
재작년 여름 처음 만났는데 하루에도 몇 번, 매일매일 선물 싸들고 찾아가고 제 인생 통틀어 가장 많이 헌신한 여자입니다.
간신히 처음 밥을 먹는데만 세 달, 사귀는 것은 작년 7월부터 였으니 정말 쉽지 않았고, 그만큼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금은 저에게 여자친구가 마음을 많이 열었고 저를 많이 좋아해줍니다.
그런데 그녀를 알아갈 수록 너무 특이한 점이 많이 보여서 걱정이 생깁니다. 결혼할 여자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지만
여자친구는 처음부터 계속 독신만을 고집하고 있고요.
여자친구는 올해 32살입니다. 그런데 일단 직업이 없습니다.
19살 때부터 쇼핑몰 모델로 일하다가 친구랑 동업으로 쇼핑몰을 했고, 27살 때 친구는 쇼핑몰을 계속 하고 본인은
자기몫의 돈만 빼서 그만뒀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27살 이후에도 회사를 제대로 다닌 적도 없고 어떤 일을 꾸준히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여자친구가 너무 걱정되서 진심어리게 손을 잡고 일을 하라고 설득도 해보고, 너가 하고 싶은 걸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며칠을 같은 주제로 몇 시간씩 얘기하다가 알아낸 것을 적어보겠습니다.
2억 정도의 돈이 있다는것(쇼핑몰 정리후)
각종 아르바이트를 번갈아하며 80~100 정도 벌어서 쓸 거 쓰고 나름 국민연금이며 보험이며 넣고 있다는 것
본인은 앞으로도 쭉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 것이고 나이가 더 들어서 아르바이트가 힘들어지면 편의점 등
소액 창업이 가능한 가게를 열어서 살 것이라는 것
가족이 어머니와 여자친구 둘 뿐이기 때문에 결혼 생각이 없고, 본인이 죽으면 어머니에게 2억, 어머니의 보험 또한
그렇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말을 종합해보면 여자친구는 27살에 사회생활에서 은퇴한 것입니다.
여자친구는 나이에 비해서 아주 젊고 예쁘기 때문에 작은 회사라도 면접을 본다면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것이고
지금이라도 자격증 같은 걸 준비한다면 충분히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인데 본인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칼같이
얘기합니다.
여자친구는 실제로 생활비를 거의 쓰지 않긴 합니다. 취미 생활도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해 보는 것이고,
공원 산책을 하거나 요양병원 등에 봉사활동 가는 것이 전부입니다.
뭐랄까 보고 있으면 70대 할머니 같다고 해야할까요?
옷도 계절 별로 3~4벌을 돌려서 입는 것 같고 전혀 꾸미지 않습니다.
여자친구 어머니 또한 그러하시다고 하고 아주 검소합니다. 그런 면이 좋은 것도 있지만 아직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열심히 돈도 벌고 사회생활도 할 나이인데요.
또 결혼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저를 아주 많이 좋아해주는데 저와 평생을 함께 하고 싶지 않냐고 하면 그럴 생각 없다고
선을 긋습니다. 여자친구는 아주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어서 안정적인 가정을 알려주고 싶고 저에게 기대었으면 좋겠는데
본인에게 짊어질 또다른 책임이 생기는 것이 싫다고 정색합니다.
여자친구가 말하는 책임이란 새로운 가족-저희 부모님과 제 형제, 자식 등을 말하는 것인데 아직 나이도 젊은데
무조건 편한 것만 찾는 여자친구가 너무 이기적으로 보입니다.
저를 사랑하지만 책임지는 것은 싫어서 결혼은 하지 못하겠다니...
미련스러워보이기도 합니다. 여자친구가 조금만 더 배웠으면 좋았을텐데 싶기도 하구요..(대학 안갔습니다)
저는 빨리 결혼해서 서로 모은 돈으로 대출금도 갚고 여자친구도 작은 회사에 취업한다면 무난한 가정을 꾸려서
잘 살 수 있을 거 같은데 무엇이 겁나는지 모르겠습니다.
회사 생활(인간관계, 사회생활)이 무섭다고 아르바이트를 거의 평생 업으로 삼겠다는 모습도 황당하구요.
무엇보다 가장 큰 것은 너무 본인 부모님께 헌신적이라는 것입니다.
가족이 단 둘이니 그럴만하다 싶다가도 도를 넘어선 듯 보입니다.
여자친구의 어머니는 현재 일은 하시지 않고 계시고 노후 준비는 크게 되어있지 않고, 지방 아파트(2억대)가 전부이신 거
같아요. 그래서 여자친구는 본인이 어머니를 모셔야겠다는 생각이 큰 거 같구요.
하지만 백 얼마 벌어서 부모님과 둘이 산다는 게 가능하긴 한 가요?
또 가능하다고 쳐도 여자친구가 미련스럽게 희생하는 게 답답해보입니다.
조금 더 나이들면 본인이 하는 아르바이트가 다른 사람들에게 떳떳해지지도 못할 거고, 안정적인 삶에서 벗어나
누가봐도 어긋난 삶을 살텐데 왜이리 고집스러운 것일까요
자기의 행복을 포기하고 어머니를 모시고 힘겹게 살려고 하는 바보같은 모습을 어떻게 안아주고 설득해야 할까요
혹은 제가 짊어질까봐 저에게 미안해서 자꾸 거절하는 것일까요?
보통 사람들하고 생각이 너무 달라서 저를 혼란스럽게 하는 여자친구...
저는 올해 안에 빨리 결혼하고 싶은데.. 심란한 마음에 새벽까지 잠을 못이루다가 글 적어봅니다.
부디 조언 한 마디씩 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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