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이 구불구불한 경사를 타고 이어진 달동네 끝자락에는
찬란한 도시보다 더 많은 별이 떳다.
쉽게 넘어가는 하루가 없었다.
가난은 그저 가난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에 쫓겨 사랑할 시간을 휘발시키고
관계의 단절과
자존심도 부끄러움도 없길 강요했다.
누군가는 꿈꾸지 않는 인생은 이미 죽은 생과 다름없으니
찬란한 꿈을 꾸라 말했지만
꿈에는 돈이 들었다.
그러함에도 너는
살아야만 한다고 말한다.
삶이 버둥거린다.
별이 뜨는 달동네 , 연홍
드물게 용이 난다던 개천은
언제부턴가 늪지대로 변해
용은 커녕 뱀 한마리 살기도 힘들어 보였다.
돈은 돈을 먹으며 컷고,
가난은 가난을 먹으며 제 몸을 불렸다.
낙인처럼 세습되던 가난에 사람들은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다독였지만
부의 무게에 따라 권리가 결정되었다.
세상은
천부적 인권과 평등을 외치며
죄질에 따라 법전(法典)을 폈으나
가지지 못한 게 가장 큰 죄였다.
의학의 발전과는 별개로
평범한 질병도 불치병으로 둔갑하는 횡포에
가슴을 치던
땟국물 묻은 아이의 부모는
대신 죽어 줄 수 없음에 목 놓아 울었다.
오늘은 먹고 싶은 걸 먹자고,
뭐가 제일 맛있냐는 질문에
치킨을 외치는 아이의 미소가 시리다.
가난 , 연홍
연아, 제 생을 끌어안고 떨어지는 별들은
대체로 크기가 작은 것들이래.
밀도와는 상관없이
작다는 이유 하나로 끌어내려져야 한다니
괜히 한숨을 짓다 멀건 하늘만 기웃거리며 올려다 봐.
어제도 별이 떨어졌어.
예전엔 별이 모래알처럼 많았다던데
은하수란 말이 무색할만큼 사라진 별들은 다 어디로 간걸까.
별이 떨어질때면 이곳에선 저마다 소원을 빌어.
연아, 그럴때면 나는 묻어놨던 꿈이 생각나.
묻 사람들은 현실이 벅차 꿈을 놓았다는 내게
꿈이 작았던 건 아니냐고 되묻곤 해.
나를 들여다 보는 가족들을
불안한 재능으로 외면하기는
힘들었다고 말하면 그저 변명만 되는걸까.
정말 단지, 그저 내 열정이 부족해서 였던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울고만 싶어져.
연아, 나는 이미 다 타버린 운석을
왜 버리지 못하고 끌어안고 있는 걸까.
별똥별 , 연홍
꿈에 당신의 부고를 들었다.
자살이라 했다.
사인(死因)은 손을 내저어 듣지 않았다.
무엇이 되었건 고통이 없었을리는 없으니까.
그 흔한 유언 한 줄 없었던 당신의 장례식엔
많은 사람들이 오갔지만 흐느낌 하나 없이 고요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고
예감이라도 했던 것 처럼 마음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국화를 들고 당신의 영정 앞에 서서
당장 다음달 생활비와 집세,
밀려있던 휴대폰 요금과
남은 쌀로 며칠을 버틸 수 있을지 생각했다.
국화를 내려놓으며 잠이 깼다.
으슥하게 내린 어둠에 가슴을 쓸어내림과 동시에
꿈 속에서 느끼지 못했던 꿈의 잔 감정들이
물밀 듯 쏟아졌다.
안도와 슬픔이 교차했으나
당신의 사진 앞에서
순수하게 슬퍼하지 못했던 내게
혐오만은 진하게 남았다.
꿈의 연장에 서 있는 듯 했다.
생활고 ,연홍
파랗게 번져오는 새벽빛에도
마음을 놓지 못하다 지쳐 잠들던 하루.
습관처럼 뱉어낸 한숨에
행여 가벼워 지기라도 할까
현실은 서둘러 그 무게를 더했다.
그네들은 열정을 가지면 안되는 일이 없다며
입이 부르트게 외쳐댔지만
견고한 현실 앞에서 꿈은 고개를 숙였다.
그저 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한거라며
손가락질을 해댔으나
그네들의 말은 꿈을 위해 죽으라는 것과 같았다.
소위 말하듯 꿈이 밥 먹여 주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현실이 당장 변할 순 없을테지만
다만 바라건데 조각난 날 들이 이어져
작은 걸음으로 그 길에 닿아 있길.
돌고 돌아 가는 길에 꿈을 놓아버리진 않길 바란다.
나와 같은 고민이 한창일 당신도, 나도. 부디.
의지 없는 요즘 젊은이들 , 연홍
다들 굿나잇 :)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