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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8년 전 (2017/11/18) 게시물이에요







너는 어서 나를 밟고 더욱 아름다운 미사여구가 되어 줘 | 인스티즈









세상의 모든 칠흑을 데려와도 견줄 수 없는 내 어둠에서
너는 유일한 빛이 되어 줘.
그렇지, 나의 태양인 그대야.


내가 잘못한 거야? 너를 내게로 가두면 안 되는 거야?
너는 달의 선녀, 나는 그런 너를 욕심낸 몽롱한 나무꾼.


이상하다.
나는 너를 지키려 한 것 뿐인데,
너는 왜 갈수록 빛을 잃어?


서덕준, 달의 궁전










그늘 속에서도 너의 그림자를 헤아려 보는 일이 숨처럼 가쁘다.

내게는 비밀스러운 두 번째 생일.


꿈보다 채도가 낮아진 너의 얼굴과
네게 당도하지 못한 낱장의 편 허물어진다.


너는 건조하기만 하지,
나는 너의 체온과 부서지는 웃음이 날씨가 되는
다섯 번째 계절에서
무작정 마음만 우거지고 있는데.


서덕준, 다섯 번째 계절










네가 원한다면 나는
수천수만의 별들을 짜 맞추어
너만의 궁전을 지어줄 수 있어


나의 핏줄로 악보를 짓고
너를 쏙 빼닮은 꽃을 음표로 삼은
당신만의 웅장한 연주를 기대해도 좋아


말만 해, 이번엔 뭐가 필요해?


내 마음?
아니면 내 목숨?


서덕준, 직녀 교향곡










너를 생각하면 우주 어딘가에서 별이 태어난다 폭우가 나에게만 내린다

지금 당장 천둥이라도 껴안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너와 나 사이에 놓인 길의 모래를 전부 셀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름만 읊어도 세상의 모든 것들이 눈물겨워진다 그리움이 분주해진다

나에게 다녀가는 모든 것들이 전부 너의 언어 너의 온도 너의 웃음과 악수였다

지금 생각하니 그게 모두 사랑으로 말미암아 사랑으로 저무는 것들이었다.


서덕준, 자목련 색을 닮은 너에게










너의 숨을 사랑해. 바람의 한올 한올이 내 목숨보다 촘촘해.
물병에는 없던 파도가 일고
귓바퀴에서는 너의 선율이 보폭을 빠르게 해.


내 마음의 피복이 벗겨지지. 그대로 들키는 나.
달이 지는 속도로 아름다워지는 너.


서덕준, 달이 지는 속도










아픈 마음과 광활한 외로움은 잠시 뒤로할게.
세상에 당신 하나 남을 때까지 철없이 빛나기만 할게.


나 아닌 아침과 오후를 사랑해도 좋아,
밤이면 내가 너를 쫓아갈게.


서덕준, 달의 이야기










노트에는 네가 눈물보다 빠른 속도로 번져나가고 나는 너의 밑줄이 되지,
너는 어서 나를 밟고 더욱 아름다운 미사여구가 되어 줘


노트 속 고결한 문장들이 너와 나의 꿈 사이에 다리를 놓아줄 거야
잠시만 기다려 줄 수 있겠어?
달의 커튼이 휘황거리는 이 새벽, 너를 따라 얼른 꿈으로 달려 들어갈게
해가 뜨기 전까지 너와 내가 주인공인 노트 속 그 비밀정원에서 만나.


서덕준, 노트 속 비밀정원










호흡이 네모나다.
원고지 칸칸에 적히는 자음과 모음.
우주만 한 너를 잉크로 빚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네 이름 첫 자음인 ㅂ을 적으면
별, 바람, 밤하늘, 봄비 같은 것들이 문장 위로 떠다닌다.
무슨 말을 쓸까, 너는 무슨 단어가 필요할까.
내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낱말을 너에게 주겠다.
원고지에 나를 다 쓰겠다.


우표에 가만히 입을 맞춘다.
이 편지를 받는다면 너 또한 우표 위로 가만히 입을 맞춰 줘.


호흡이 네모나다.
우주만 한 너를 잉크로 빚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원고지 칸칸에 적히는 너의 두 번째 이름은 우주, 전부.


서덕준, 우주행 러브레터










깊은 밤 해가 뜨고 땅 위로는 은하수가 흐르고
너와 나 사이에 기다란 무지개가 떠야 비로소 만날 수 있는 우리


그래, 그러자
두 눈을 잃어도 너에게 닿을 수 있는 내가 미더워지면
우리 그때는 꼭 다시 만나자.


서덕준, 우주 끝에는 보물이 있다










마음 한구석이 찢어졌구나.
아픈데도 말 한 마디 없었어?
삶이 그보다도 아팠나 보다.
이리 와, 따뜻한 문장에 그은 밑줄을 가져다가
다친 마음을 꿰매어 줄게.


울음이 새벽보다 이르게 시작되는 날이 많아졌어.
무엇이 이렇게 너를 강이 되어 흐르게 하니
우는 일이 죄가 되지 않도록
네가 울음을 쏟는 동안
나는 녹음된 빗소리가 될게.
내가 더 젖을게.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는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덕준, 따뜻한 문장










당신의 말에는 음표가 있습니다.
나는 그 잔잔한 음계에 발을 내딛죠.


나의 박동은 빛나는 가루로 깨어지고
당신을 향한 마음은 폭죽의 파열음보다 높습니다.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만의 악보,
나 밖에 연주할 수 없죠.


당신과 나의 말들이 화음이 되고
악보의 오선지처럼 두 손을 맞잡을 때
비로소 우리의 연주가 시작됩니다.


서덕준, 우리 둘만의 음악회









좋은 새벽 보내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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