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여행사'에서 연출한 장면은 <나의 아저씨>에서도 논란이 됐던 장면이다. 무차별적 폭력을 행사하는 이광일(장기용)에게 "너 나 좋아하지?"라고 묻고, 박동훈(이선균)에게 "내 뒤통수 한 대만 때려줄래요?"라고 말하는 이지안은 애정과 폭력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듯했고, 이는 데이트 폭력을 연상케 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코빅>은 이 장면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단지 인기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희화화 했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박나래를 비롯한 여성 코미디언들의 처지다. 박나래는 MBC <나 혼자 산다> 등 리얼버라이어티 예능에 출연해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유쾌한 싱글 여성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늘 '예쁘지 않은 여자'라는 캐릭터에 한정 돼 외모 지상주의를 이용한 개그만 선보인다는 점이다.
이건 박나래만의 잘못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소수자를 비하하고) 외모를 비하하는 개그에 대한 문제의식 없는 제작진의 나태한 인식에 화살을 돌려야 한다.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과거에 비해 사랑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방송 시간, 아이디어 부족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사회적 의식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는 수준 낮은 개그의 질이 그 첫 번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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