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참다 도저히 잠이 안 와서 글 씁니다. 제목 그대로예요. 저희 집에 들어와서 사는 시누랑 제 남편 관계가 의심이 됩니다. 전 20대 후반, 남편은 30대 초반이고요, 시누는 고등학생이에요. 시누 어렸을 때 부모님 두 분 다 돌아가셨다고 들었고, 저희 부모님이나 저나 그런 건 별로 신경 안 썼습니다. 사소한 것에 배려가 깃들어있는 거 보고 아 이 사람이다 싶어서 결혼 결심하게 됐고요, 저희 부모님도 좋은 사람인 것 같다고 흔쾌히 허락해주셨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결혼식 때부터 이상했던 것 같아요. 남편 정장 보러 갈 때도 시누가 항상 따라갔었고요. (제 드레스 보러 갈 때도 같이 갔었어요.) 식장 보러 갈 때도 같이 갔습니다. 꿈이 웨딩플래너라고 주변에 결혼하는 사람 있으면 꼭 같이 가보고 싶었다고 남편한테 말했었더라고요. 제 남편이 원래 착하고 둔하고 곰같은 성격인 데다가... 하나뿐인 가족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쩔쩔매는데 제가 또 뭐라고 하겠어요. 그냥 대충 넘겼습니다.
결혼하고 작은 전세집 하나 얻어 사는데, 한 두 달 지나니까 남편이 조심스레 말 꺼내더라고요. 자기 동생이 이 주변 학교 다니게 됐는데 원래 살던 데랑 너무 멀다고.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만이라도 우리 집에서 살 수 없냐고 그랬습니다. 시누이라고 해도 아직 너무 어리고... 저랑도 10살 가까이 차이나니까 그냥 들어오라고 했어요. 제가 책을 정말 좋아해서 저희 안방이랑 서재가 있었거든요. 서재 있는 책들 다 다른 방으로 조금씩 옮기고 그 방 내줬습니다.
심지어 저희 시누 정말 저희 잘 따라요. 남편한테는 아빠, 저한테는 엄마라고 하면서 잘 따라주고요, 자기는 시누짓 하는 게 너무 꼴뵈기 싫었다고 저 요리할 때마다 엄마~ 하면서 나와 조금씩 도와줍니다. 친구들이랑 놀러갈 땐 용돈 부족하다고 애교도 부려요. 처음엔 어린 동생, 아니면 조금 큰 딸 생긴 것 같아서 정말 좋았습니다.
근데 같이 살다보니까 조금 이상하더라고요. 아무리 둘이 의지하며 살았어도 그렇지. 애가 저렇게 컸는데...? 싶은 것도 있어서요. 자기 이번에 향수 바꿨다고 남편 끌어안고 향 맡아보라고 한 것도 조금 그렇고, 자기 전에 남편한테 굿나잇 키스 해달라는 것도 그렇고요... (이마에 뽀뽀하고 볼에 뽀뽀하고 아주 난리가 납니다.) 저랑 부엌에 있어도 앞치마 리본 매달라고 꼭 남편한테 갑니다. 도와주려고 해도 엄마는 아무것도 하지 마요~ 이러고 지나쳐버려요. 그리고 저만 빼고 자꾸 둘이 놀러다니고, 밥 먹으러 가요. 그거에 대해서 말하면 그거 질투야? 귀엽다. 이러면서 흐지부지 넘어가버리는 게 일상이고요... 솔직히 둘이 서로 엄청 의지하고 있다는 거 알고, 애랑 남편이랑 10살 넘게 차이나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정신병이라도 걸렸나 생각해봤으니까요... 근데 진짜 저는 남편이 좋아서 결혼한 거지, 제 시누이랑 살고 싶어서 결혼한 건 아니잖아요.
어제도 악몽 꿨다고 저희 침실로 들어오길래 성질이 나서 제가 방 나가서 소파에서 잤네요... 남편은 제가 나가도 눈치 없이 쿨쿨 자고요. 10살은 어린 시누이랑 남편 사이 의심하는 제가 더 이상한 걸까요? 제가 이상한 거라면 저 가족의 화목함 깨지지 않게 제가 나가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생각이 많아지는 아침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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