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에 일어난 버스 사고로 13년동안 코마 상태에 빠져있던 서리(신혜선)
그리고 자신 때문에 서리가 버스 사고를 당했다는죄책감에 서리를 떠나려고 하는 우진(양세종)
아마 처음은 화실 다녀오던 길이었던 것 같아
어디서 작은 종소리 같은 게 들렸어
올려다봤더니 육교 위에 네가 있었어
아마 네 키링 소리였나 봐
궁금했어 그 위에서 뭘 하고 있는 건지
그 후로도 동네에서 우연히 널 몇 번 더 봤어
궁금해졌어 뭘 그렇게 맨날 보고 다니길래 자꾸 물벼락을 맞는 건지
신발은 대체 왜 짝짝이로 신고 다니는 건지
어깨에 그 물음표 안마기는 또 뭔지
어디 사는지 학교는 어딘지 이름은 뭔지
궁금한게 많아졌던 것 같아
혹시 또 만나지지 않을까 우연히 또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상하게 자꾸 니가 기다려졌어
너랑 친해지고 싶었어
그러다 그렇게 궁금했던 니 이름을 알게됐어
수미, 노수미
이름만 안 것만 해도 엄청 기뻤던 것 같아
바보같이 그게 니 진짜 이름이 아니라는 것도 모르고
그림주면서 친구가 되자고 할 생각이었어
언제든 만나면 주려고 매일 그 그림 갖고 다녔었어
그러다 진짜 널 다시 만났어
그 날, 버스에서
널 잡았어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리라고
근데 니 친구가 탔고 갑자기 부끄러워졌어
그래서 도망치듯 내려버렸어 바보같이
그렇게 주고싶던 그림도 못 주고
내릴 때 딸려왔는지 화구통에 니 키링이 달려있었어
다시 용기내고 싶어졌어
이거 돌려주면서 친구가 되자고 친해지고 싶다고 꼭 말하려고
다시 널 쫓아서 달려갔어
그런데 사고가 났어
바로 내 눈 앞에서
내가 널 붙잡는 바람에 니가 타고있던 그 버스가
너무 미안했고 너무 슬펐고 너무 마음이 아파서 죽을 것 같은데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도망쳐버렸어 비겁하게
근데 갑자기 내 방에 어떤 여자가 나타났어
죽은 줄 알았던 니가 그렇게 내 앞에 다시 나타났어
13년만에
너무 늦게 알았지만 고마웠어
살아줘서
근데 어떻게 해도 변하지 않아
니 인생 송두리째 망가뜨린 사람..나야.
감히 니 옆에 있을 자격 없다고 생각했어
미안해 나쁜 꿈 꾸게 해서
미안해 니 인생 망가뜨려서
나만 아니었으면 13년이란 시간 뺏기지도
바이올린 못 하게 되지도
외삼촌, 외숙모도 그렇게 소중한 집도
다 잃어버렸을 일 없었을 텐데
니 열여덟, 니 스물 뺏어간 사람
니 나이 낯설고 어렵게 만든 사람
니 인생 송두리째 망가뜨린 사람 나야
미안해 좋아해서
미안해 친해지고 싶어해서
미안해 니 시간 뺏어버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