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빌린 책에 밑줄이 가득하다면 어떤 느낌일 것 같아요?”
직장인 이모(34)씨는 최근 동네의 한 구립도서관에서 사회학 도서를 빌렸다가 밑줄 범벅인 책에 기분만 상했다며 이같이 물었다. 그는 “도서관 책은 여러 사람이 함께 오랫동안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밑줄 긋기는 오로지 자기 편의만 생각한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는 주지 말자”고 부족한 시민의식을 지적했다.
13일 문화체육관광부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대학도서관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등이 설립운영 주체인 공공도서관은 2014년 930곳에서 △978곳(2015년) △1010곳(2016년) △1042곳(2017년) △1096곳(2018년)으로 매년 꾸준히 늘어났다. 도서관 증가에 발맞춰 지난해 국민 1인당 장서도 전년(2017년2.03권)보다 증가한 2.15권이다. 독서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미국의 2.4권(2017년 기준)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독서 환경 개선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시민의식 탓에 장서 훼손 등의 이용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눈에 띈다. 이에 이용객의 도서 취급 실태를 알아보고자 지난 11일, 일일 대출 400권에 장서 50만권 규모인 서울의 한 공공도서관을 방문했다.
◆밑줄 기본에 ‘형광펜’ 그리고 뜯긴 낱장까지…증명 어려워 ‘변상 규정’도 무용지물
도서관은 이날 훼손 사례로 경제역사 도서 다섯 권을 공개했다. 책장을 넘기니 샤프로 밑줄을 긋거나, 형광펜으로 군데군데 표시한 흔적이 눈에 띄었다. 한 역사 도서는 책장이 낱낱이 분리돼 정상적으로 넘길 수 없는 상태였고, 또 다른 책은 이용자가 흘린 커피 자국으로 책장이 쭈글쭈글했다.
A씨는 “도서관이 자체 집계한 올해의 ‘사용불가 도서’는 총 1만4933권”이라며 “형광펜 표기 등을 포함해 훼손오손(汚損)도서는 약 42%에 해당하는 6232권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나머지는 책 내용이 시의성을 벗어나는 등의 이용가치가 떨어진 도서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