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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랑둥이ll조회 749l 1
이 글은 3년 전 (2020/6/06) 게시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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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사람을 먹고 자란다 | 인스티즈


박형준, 겨울 아침

 

 

 

뜰에 부려놓은 톱밥 속에

어미 개가 강아지를 낳았다

햇살이 터오자 어미 개는

아직 눈도 뜨지 못하고

다리에 힘이 없어 비틀거리는 새끼들을

혀로 세웠다

톱밥 속에 어미 개가

강아지를 낳은 겨울 아침

이쪽으로 쓰러지려 하면

저쪽으로 핥는 어미 개의

등허리에 서리가 반짝였다

, 서리에서 김이 나고 있다







 시간은 사람을 먹고 자란다 | 인스티즈


이은규, 별들의 시차

 

 

 

그가 음독(飮毒)하며 중얼거렸다는 말

인간은 원하는 것을 진실이라고 상상한다

 

천문학자가 아니었으며

심지어 정치를 했다는 이력으로 한 죽음을 이해할 필요는 없고

 

눈이 아프도록 흩뿌려진 별 아래

당신의 몸속 세포와

궤도를 도는 행성의 수가 일치할 거라는 상상이 길다

 

저 별이 보입니까

저기 붉은 별 말입니까

 

조용한 물음과 되물음의

시차 아래

점점 수축되어 핵으로만 반짝이던

한 점 별이 하얗게 사라지는 중이다

 

어둠을 찢느라 지쳐버린 별빛은

우리의 눈꺼풀 위로 불시착한 소식들

뒤늦게 도착한 전언처럼

우리는 별의 지금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을 마주할 수 있을 뿐

 

어떤 죽음은 이력을 지우면서 완성되고

사라지는 별들이 꼬리를 그리는 건

그 속에 담긴 질문이 너무 무거워서일지도 모른다

 

불가능하게 무거운 저 별, 별들







 시간은 사람을 먹고 자란다 | 인스티즈


이정록, 물뿌리개 꼭지처럼

 

 

 

물뿌리개 파란 통에

한가득 물을 받으며 생각한다

이렇듯 묵직해져야겠다고

좀 흘러넘쳐도 좋겠다고

 

지친 꽃나무에

흠뻑 물을 주며 마음먹는다

시나브로 가벼워져야겠다고

텅 비어도 괜찮겠다고

 

물뿌리개 젖은 통에

다시금 물을 받으며 끄덕인다

물뿌리개 꼭지처럼

고개 숙여 인사해야겠다고

 

하지만 한겨울

물뿌리개는 얼음 일가에 갇혔다

눈길 손길 걸어 잠그고

주뼛주뼛, 출렁대기만 한 까닭이다

 

얼음덩이 웅크린 채

어금니 목탁이나 두드리리라

꼭지에 끼인 얼음 뼈

가장 늦게 녹으리라







 시간은 사람을 먹고 자란다 | 인스티즈


고영민, 목련에 기대어

 

 

 

활짝 핀 목련꽃을 표현하고 싶어

온종일 목련나무 밑을 서성였네

하지만 봄에 면해 있는 목련꽃을 다 표현할 수 없네

 

목련꽃을 쓰는 동안 목련꽃은 지고

목련꽃을 말해보는 동안

목련꽃은 목련꽃을 건너

캄캄한 제 방()에 들어

천천히

귀가 멀고 눈이 멀고

 

휘어드는 햇살 따라

목련꽃 그림자가 한번쯤 내 얼굴을 더듬을 때

목련꽃은 어디로 가는 걸까

 

이 봄 내내 나는 목련꽃을 쓸 수도

말할 수도 없이

그저 꽃 다음에 올 것들에 대해

막막히 생각해 보는데

 

목련꽃은 먼 징검다리 같은 그 꽃잎을 지나

적막의 환한 문턱을 지나

어디로 가고

말라버린 그림자만 후두둑

검게 져내리는가







 시간은 사람을 먹고 자란다 | 인스티즈


정진혁, 시간은 사람을 먹고 자란다

 

 

 

시간이 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오래 입어 해진 스웨터를 걸치고

팔순이 넘은 어머니가

613분에 저녁을 달게 먹었다

어머니는 늘 시간을 먹고 사는 줄 알았는데

이제 어머니는 시간의 먹잇감이 되었다

시간은 이미 귀를 먹어치웠다

삐걱거리는 나무 의자에 앉은

왼쪽 발목 관절을 먹는 시간의 입가에

어머니가 먹은 시간이 줄줄 흘러내렸다

시간은 사람을 먹어 작아지게 한다

기억을 먹어버리고

안경 너머 짓무른 눈에는 끈끈한 침을 발라놓았다

이 빠져 흉한 사기그릇처럼

군데군데 이빨마저 먹어치웠다

시간 앞에 먹이거리로 던져진 육신

어머니는 이제 손목에 시계를 차지 않았다

오늘도 어머니는 613분에 저녁을 달게 먹었다

기다렸다는 듯

시간은 어머니 오른쪽 무릎 관절에 입을 대었다

먹히던 시간이

무서운 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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