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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조회 539l
이 글은 3년 전 (2020/6/06) 게시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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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서럽게 떠나보낸다 | 인스티즈


김용락, 무꽃

 

 

 

봄날에

녹평 사무실에서 건너다 뵈는

뒷산비알의 노란 무꽃을 보면서

세상일에 너무 쉽게 화낸 자신을 뉘우친다

지켜보는 이 없이도

꽃들은 저리도 타오르는데

채마밭 같은 고향에서 튕겨 나와

도시 외곽을 전전하면서

누군가를 섣불리 사랑하고

또 성급히 아파한 마음의 골짜기엔

산새 소리가 남아 있다







 또 서럽게 떠나보낸다 | 인스티즈


김명자, 찔레꽃

 

 

 

언니야

찔레꽃 피었다

 

나물 캐던 밭 언덕

첫사랑 꼴머슴과 소원 빌던 당집 앞

눈찌 곱던 그 얼굴 희미해지는데

꽃은 어쩌자고 저리 곱게 피는지

 

언니야

저 눈물 꽃 피우려고

열일곱 봄밤에 그토록 울었나

차마 깨치지 못해 품고 간 첫사랑도

입고 간 삼베 적삼도

이제는 다 삭아졌겠지

 

언니야

찔레꽃 피었다







 또 서럽게 떠나보낸다 | 인스티즈


김영미, 비눗방울

 

 

 

나는 지금 막 독립한 바람

나의 방엔 모서리가 없다

투명한 벽지를 따라

바람이 바람을 실어 나르는 바깥의 시간

디딜 수 없는 아름다움을 건너

어느 눈동자에서 나는 가장 아프게 터질 것인가







 또 서럽게 떠나보낸다 | 인스티즈


박소란, 다음에

 

 

 

그러니까 나는

다음이라는 말과 연애하였지

다음에, 라고 당신이 말할 때 바로 그 다음이

나를 먹이고 달랬지 택시를 타고 가다 잠시 만난 세상의 저녁

길가 백반집에선 청국장 끓는 냄새가 감노랗게 번져나와 찬 목구멍을 적시고

다음에는 우리 저 집에 들어 함께 밥을 먹자고

함께 밥을 먹고 엉금엉금 푸성귀 돋아나는 들길을 걸어보자고 다음에는 꼭

당신이 말할 때 갓 지은 밥에 청국장 듬쑥한 한술 무연히 다가와

낮고 낮은 밥상을 차렸지 문 앞에 엉거주춤 선 나를 끌어다 앉혔지

당신은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바삐 멀어지는데

나는 그 자리 그대로 앉아 밥을 뜨고 국을 푸느라

길을 헤매곤 하였지 그럴 때마다 늘 다음이 와서

나를 데리고 갔지 당신보다 먼저 다음이

기약을 모르는 우리의 다음이

자꾸만 당신에게로 나를 데리고 갔지







 또 서럽게 떠나보낸다 | 인스티즈


나태주, 손님처럼

 

 

 

봄은 서럽지도 않게 왔다가

서럽지도 않게 간다

 

잔칫집에 왔다가

밥 한 그릇 얻어먹고

슬그머니 사라지는 손님처럼

떠나는 봄

 

봄을 아는 사람만 서럽게

봄을 맞이하고

또 서럽게 떠나보낸다

 

너와 나의 사랑도

그렇지 아니하랴

사랑아 너 갈 때 부디

울지 말고 가거라

 

손님처럼 왔으니 그저

손님처럼 떠나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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