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길 우회도로

매일 출퇴근할 때 지나는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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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이기에 교통량도 별로 없고, 걸어다니는 사람은 더더욱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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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길 폭만큼은 쓸데없이 넓은, 시골이기에 있을 법한 우회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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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무렵부터 스물 일곱이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매일 같이 다니는 길이었기에, 그날도 별 생각 없이 차를 타고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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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할 때는 아무 일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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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퇴근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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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급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퇴근하게 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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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밤 11시 무렵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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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도 변변한 게 없는데다,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차도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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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걸어다니는 사람 같은 건 한명도 없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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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큰 사람 하나가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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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간에, 이런 어두운 길에서 산책이라도 하는건가, 특이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하며, 나는 파란불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차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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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잘 생각해보니 뭔가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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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동차용 신호에 걸려서 멈췄으니까, 보행자용 신호등은 파란불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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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 사람은 길을 건너지 않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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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탓에 눈을 부릅뜨고 그 사람을 살피자, 온 몸이 하얗다는 걸 그제야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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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옷을 입고 있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오로지 하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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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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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녀석, 양 팔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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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키가 크다고 할 정도가 아니라, 너무나도 가늘고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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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떠올려보면, 얼굴까지 새하얘서, 달걀귀신 같은 모양새였던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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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너무나도 나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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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는 순간, 나는 액셀을 힘껏 밟아 급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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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걸 본 건 처음이었기에, 한시라도 빨리 도망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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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미러에 비치는 흰 모습이 점점 작아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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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괴담 마냥 쫓아오거나 하는 낌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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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금 마음을 놓았지만, 몸은 계속 벌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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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거라도 하나 마셔야겠다 싶어, 우회도로변에 있는 세븐일레븐에 차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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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리자, 바로 옆에 있는 버스 정류소에 그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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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고 있는지 아닌지는 당최 알 수가 없었지만, 편의점 불빛 때문에 아까 전보다 더 선명하게 놈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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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양 팔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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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상반신만이, 좌우로 흔들흔들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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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다고, 직감적으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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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금방 내렸던 차에 다시 뛰쳐들어, 그대로 집까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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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듯 집에 도착하니, 어머니가 거실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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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라보고, 어머니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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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무슨 일 있었냐? 코피 나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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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를 흘린 건, 태어나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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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 탓인지, 너무나도 겁에 질려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저 우연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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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어찌 되었건, 그 길로는 두번 다시 다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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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그놈을 처음 본 교차로 조금 안쪽에는 계단이 있고, 그 위에는 사람 손길이 끊겨 풀이 무성한 신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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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 녀석은 그 신사와 관련된 존재였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