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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3년 전 (2020/10/21) 게시물이에요

스포주의 말하기도 지침

왜 아직도 비숲을 보지 않으셨습니까 ㅠ ㅠ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미방은 뇌절 동재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얘는 시즌2의 이연재지만

아무튼 이연재는 대체 왜 그럴까? 그 유명한 여적여 대사부터... 왜 이렇게 극 중 내내 밉상이었던 걸까?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이연재는 비밀의 숲 극중 국내 최고 기업 한조의 고명딸이다. 위에 배다른 오빠인 이성재가 있지만 배가 달라서인지 사이는 그다지 좋지 못하다.

재벌가 자제답게 어떤 상황에서도 기품있고자 하는 그녀는,
시청자들 눈에는 사실 <별로 사랑스럽지 않은 여캐>다.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한여진에게 뜬금없이 "여자의 적은 여자라던데?" 하는 시대착오적인 도발을 날리고,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남편이 바람났다는 상대를 어떻게든 보려고 몰래 중환자실에까지 다녀간다.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재벌집 귀한 막내딸이 아쉬울 게 뭐 있다고. 남편이 의심스러우면 그냥 남편을 갈구면 될텐데, 남편한테는 그러지도 못한다.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외도가 의심스러워 죽겠는 남편 앞에서 아닌척 연기까지 한다. 행복한 척. 사랑하는 척.



남편과 바람난 상대는 미워죽겠고 쌍방과실, 같이 바람났을 자기 남편은 미워하질 못한다.




가진 것도 많은 재벌집의 귀한 막내딸이 대체 뭐가 부족해서 장인어른 앞에서 벌벌 기는 데다 외도까지 의심되는데 화도 한 번 제대로 못내고 절절 매며 질투나 하고 있는 걸까.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둘은 연애 결혼을 했다.




이창준이 부장검사이던 시절, 그는 한조가의 장남을 구속한다. 이연재의 배다른 오빠, 이윤범의 장남, 한조 사장 이성재다.

사이 좋지 않았던 제 배다른 오빠가 구속이라니. 그저 한조 눈에 들어보려고 안달인 법조인들이 얼마나 널리고 깔렸는지를 아는데, 어느 대단한 인간이 한조가의 장남을 구속해 재판장에까지 세웠을까.

그 대단한 인간의 낯짝도 볼겸, 이연재는 재판 방청에 참여했다. 그리고 거기서 이창준을 봤다.


빽도 없고 돈도 없고 변변찮은 집안 출신도 아닌 그저 일개 검사가, 감히 한조를 상대로 맞짱을 뜨고 있는 걸 보고 이연재는, 반했다. 주눅 들지 않고 재판을 이어가는 모습과 그 남다른 신념이 이연재에게도 남다르게 다가왔다.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그래서 이연재는 집안끼리 약속되어있던 정략 약혼도 깨버렸다. 정략결혼이 싫었던 건 아니다. 외려 그와는 잘 사귀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창준이 너무 셌다. 그래서 이연재는 약혼을 깼다.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당연히 아버지인 이윤범은 반대했다. 어디 내 아들을 구속시킨 검사와 연애질을 하냐고 난리가 났다. 게다가 집안끼리 맺은 약혼까지 깼으니 얻은 것 없이 잃은 것만 많은 연애였다. 이 일로 이윤범은 두고두고 이창준은 갈궜다. 그런 이윤범의 숱한 방해와 괴롭힘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는 이창준과 애비 말은 곧 죽어도 안 듣는 고집 센 막내딸 이연재는 결혼했다.

이 결혼은 사회에 쇼킹한 화젯거리를 낳았다.

한조가의 장남을 구속시켰던 검사와 한조가의 차녀가 결혼하다니. 아침드라마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이 연애담에, 덩달아 찬물도 끼얹어졌다.

이창준, 저 친구, 소신있고 신념있는 검사인 줄 알았는데.
지가 별 수 있겠어? 개천에서 용 나봐야 그냥 개천 출신 검사인데, 든든한 빽을 문 거지.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그렇게 소신있고 신념있던 이창준 검사가 무너졌다.

이창준은 이제 완벽히 한조의 개가 되어, 장인어른 앞에 굴복하는 비리검사가 됐다.

이연재는 이걸 마냥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심지가 파랗고 굳어서 사랑하게 된 사람인데, 그 사람을 본인이 망치고 있는 격이었다.

그 사이, 시간은 흘렀고 이창준은 함께한 지 10년도 더 된 은사를 제 손으로 배신하고 낙마시켰다.

이윤범은 별 볼 일 없다며 밟고 밟았던 사위 이창준을, 이제야 좀 써먹을만 하다며 개취급을 일삼았다.

아버지가, 남편을, 물들이는 꼴이 싫었다. 그러나 이연재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아버지의 검은 돈으로 호위호식하며 사는 재벌가 차녀 이연재는 그저 그 인지부조화를 견디는 게 본인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그리고 당연하게도, 남편을 내내 못살게 굴고 못마땅하게 보는 아버지 이윤범을 이연재가 좋아할 리 없다.




"이 서방도 바라는 바야. 넌 네 남편이 야망도 없는 사람 같니?"

"...주무세요."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괜찮다. 다 엉망이지만 그래도 괜찮다. 우린 사랑해서 결혼한 거니까. 내가 당신한테 반했던 이유, 당신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켰던 소신과 신념 정의, 뭐 그런 거 다 버리고 우리는 사랑을 선택했으니까. 그래도 우리는 함께 있으니까. 그렇게 위안 삼은 결혼생활이었다.



그런데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남편에게 여자가 생긴 모양이었다. 안다. 진지한 관계는 아닐 거다. 설마 그러겠어? 듣자하니 어리다는데. 그냥 가지고 노는 거겠지.

시대착오적인 발언이 끊이지 않는 아버지 말처럼 남자들이 밖으로 도는 거, 그런 거 그냥 봐줘야 하나 싶기도 했고. 이해해보려고도 했다.

이제는 나이가 들고 볼품없어진 본인과 달리 남편과 바람이 났다는 그 여자는 "젊고 예쁘다"고 했으니까.

그러나 이때부터 자제할 수 없는 질투가 들끓기 시작한 거다. 왜? 남편이 바람이 나서? 그 여자 애가 자기와 달리 젊고 예뻐서?


다 틀렸다.

이연재가 가장 견디지 못하는 부분이자, 가장 불안한 부분은 남편의 마음이 온전히 그 여자에게로 돌아섰을까봐.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이연재는 이창준이 어떻게 망가졌는지를 안다.

소신없으면 시체였고 정의없으면 껍데기에 불과했던 그 푸르던 남자가 어떻게 제 날개와 절개를 꺾었는지 안다.

이창준이 사랑에 빠지면, 제 신념도 소신도 꺾는 사람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게 이연재였다. 그렇게 사랑해왔으니까.

그래서 겁이 났다. 정말로 이창준이 그 여자 애를 사랑할까봐.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그래서 재벌집 막내따님의 고귀하고 우아한, 그 가식적임은 여기서 산산조각이 난다.

무슨 말에도 흔들리지 않고 웃으면서 넘기던 이연재의 포커페이스는 이연재의 약점이 이창준임을 깨달은 한여진과 황시목에게 무차별적으로 공격받아 무너진다.



"김가영이라고. 그 학생 사진이에요. 참 젊고 예뻐요."

"검사장님께 들었습니다. 검사장님이 그때 좀 취하셨을 때라...... 사모님께서 먼저 반하셨다고요."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한 평생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 시대착오적인 아비에게 여자는~ 남자는~ 하는 소리만 듣고 산 걸 티내듯 이연재는 그런 식으로 밖에 공격하지 못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던데. 황 검사한테 예쁜 아가씨들 소개시켜줘야겠네.

바로 거기서 특임팀에게 자기 약점이 들킨 줄은 모르고.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포커페이스가 무너진 이연재는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사람을 시켜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그 여자의 상태와 위치를 캐오라는 지시를 내리고 포악하게 화를 내고, 자신에게 마음이 뜬 것 같은 남편 때문에 온종일 불안에 휩싸인다.





결국은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이연재는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짓을 하기 시작한다.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그간 외도가 의심돼도 꼭 참고 해바라기처럼 방긋방긋 웃으며 화를 억누르고 참고 사랑스런 아내를 연기하던 걸 다 집어치우고 이창준에게 찾아가 따진다.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당신 이혼 준비해? 나랑 이혼해서 위자료 얼마나 가져갈 수 있나, 그거 따져보는 거야 지금? 여자애 깨어났다니까 딴 맘 생기니?


이연재는 그간 참을만큼 참았고, 한 번 화나면 보는 사람이 다 아찔하도록 무서운 냉기를 뿜는다. 남편에게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아니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쏴붙일 결심을 하고 이창준을 찾아간 거다.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그러나 그녀는 남편이 "우린 처음부터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 한 마디에 K.O.가 되어버리고 만다. 금세 눈물이 차오르고 말문이 막힌다.

"우리가....처음부터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거야....? 당신 왜 그래? 대체......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거야...."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우는 자신을 달래주지도, 그렇다고 구구절절한 변명조차 늘어놓지 않고 우리 만남이 애초부터 잘못됐다는, 가슴에 크나큰 쐐기를 박는 남편의 말에 뭐 하나 제대로 된 반박조차 못하고 이연재는 무너진다.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그 젊고 예쁘다는 여자애 낯짝, 그래 남편이 바람났다는 그 낯짝이나 한 번 보겠다고 치졸하게 몰래 숨어가며 중환자실에 다녀갔었다. 그 일로 특임팀이 출국 조치를 취하든, 살인 용의자로 소환을 하든, 그런 건 이연재한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무섭지도 않았다. 우스웠지.

그렇지만,

"남편한텐 안 돼요."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이창준에게만큼은 알려지고 싶지 않았다.

바닥까지 무너질대로 무너진 당신 와이프가, 당신이 요즘 푹 빠져있다는 그 여자애를 보러갔다고, 그런 걸 들키고 싶지 않았다.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15회 내내 걸쳐진 의심이었다. 정확히는 한 10회쯤 되는 의심이었고 극중 시간으로 따지자면 두 달 남짓에 가까운 시간동안 불안에 떨었던 이연재다.

그날 아침까지도 아무나 못 들어간다던 청와대까지 찾아가, 남편 일터에서 이혼이 어쩌고 위자료 어쩌고 하다가 울음까지 터뜨렸던 일이 무색하게,

이연재는 이창준의 말 한 마디에 그냥 눈처럼 녹아버렸다.

비행기표를 주면서 딸하고 있으라는 남편 말에, 큰 의심도 하지 않고. 첫만남을 회상하는 남편이 그때 당신에게 어떻게 반했는지 술술 몇 마디 해주면 물에 녹는 설탕처럼 응어리 하나없이 그렇게 솔솔 녹았다.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그래야 마땅했다.

사회의 온갖 눈초리와 손가락질을 견뎌내고, 성난 아버지의 숱한 괴롭힘과 협박을, 방해를 이겨내고, 남편이라는 사람을 망쳐가면서까지 쟁취해낸 사랑이었다. 이건 그깟 풋내기 장난같은 사랑이 흔들어놓을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그렇게 사랑해서 평소 하지 않던 남편의 행동을 의심없이 넘기고, 그냥 어물쩍 넘기는 게 분명한 수상한 짓들도 모두 대수롭지 않게 응한다.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이연재한테는 그냥 이창준만 있으면 되니까.


그 돌아버린 사랑 때문에 온갖 시대착오적인 말과 행동을 일삼은 불편하고 짜증나는 캐릭터 이연재는,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캐릭터다. 그러나 그럴지언정, 남편 이창준과는 끝까지 사랑했다.

[비밀의숲] 이연재는 왜 그럴까? | 인스티즈

그래서 결국은 벌을 받는다.

사람을 망쳐가면서까지 사랑한 벌을 톡톡히 받는 거다.

미국행 비행기에서 내려, 휴대폰의 전원을 켜고 이연재가 가장 먼저 전해 들었을 소식은 다름아닌, 제 남편 이창준의 자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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