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겠지만 그 일만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답답하고 잠도 오지 않아서... 조금이라도 가슴이 후련해지지 않을까 해서 눈팅하러 자주 오는 여기에 글을 써본다.
나는 지금 고등학생이지만 엄마의 불륜을 목격한 당시에는 너무 어려 그게 불륜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했어.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싫어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더라.
사실 그렇게 오래된 건 아닌데, 언제부터였나.
무의식 밑바닥에 잠겨있던 그때의 기억들이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르더니 날 괴롭히기 시작하더라.
처음엔 내가 잘못알고 있는 걸 거라고, 엄마가 그런 사람일리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던 거 같다.
근데 아무리 아닐 거라 아무리 우겨도 너무나 선명한 그때의 기억들과 갈수록 성에 대한 지식이 점점 많아지면서 결국 확신할 수밖에 없더라...
‘아, 엄마가 바람피운 게 맞구나.’ 하고.
그렇게 확신에 이르니까 젠가 한 조각을 잘못 뽑은 것처럼 내 안의 무언가가 힘없이 와르르 무너지더라.
엄마는 그 이전까지 나한테 어떤 슈퍼맨 같은 존재였던 것 같아.
옷이 땀에 절면 빨아주고, 아침마다 밥도 채려주고, 못 일어나면 깨워주고, 내가 잘못된 길로 빠질 거 같으면 화내고 꾸짖어 주고 그런 존재...
그런데 엄마가 아빠가 아닌 다른 남자와 자고 있는 그 기억이 엄마에 대한 나의 무엇인가를 부숴 버린 거 같다.
확실히 요즘 엄마를 보면 옛날의 엄마와 다르게 느껴진다.
엄마가 더 이상 슈퍼맨이 아니라 나와 같은 불완전한 존재로... 후...
나의 기억이 차라리 어린나이에 오해를 한 거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몇 번을 되씹어 생각해 봐도 그건 아니더라.
10년도 더 지난 일이라 모든 걸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때의 기억들이 부분적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엄마와 바람 핀 남자도 머릿속에 남아있어.
그 남자의 이름이나 생김새 같은 구체적인 건 기억에 남아있지 않지만.
분명한 건 아빠나 친척이 아닌 외부인이다. (아무리 내가 어렸어도 이건 진짜 확실하게 구분한 기억이 난다.)
언제부터 만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남자가 엄마대신 나랑 자주 놀아주고 돌봐줬던 것들이 파편적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아무튼... 지금부터 정말 과장하나 안보태고 딱 기억나는 것만 말해 본다.
언젠가 나랑 엄마랑 그리고 그 남자, 이렇게 셋이서 서울로 놀러간 적이 있었어.
전후 사정은 기억에 없지만, 그때 롯데월드로 놀러간 건 분명히 기억난다.
그때 남아있는 강렬한 기억중 하나가 ‘환상의 오디세이’ 공연을 본 것이었는데, 공연 중 뿜어져 나오는 불이 그게 뜨겁게 느껴져서 눈감고 얼굴을 돌렸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날 놀다가 근처 호텔 같은 곳에서 들어갔던 거까지 기억한다.
그리고 그날 밤, 잠을 자다가 도중에 깼는데.
옆에 엄마가 없는 걸 알고, 엄마를 찾기 위해 방밖으로 나왔어.
그리고... 엄마와 남자가 소파위에서 벌거벗은 채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걸 바로 눈앞에서 봤다... 후...
그게 뭘 의미하는 건지 당시에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너무나 또렷하고 선명하게 머릿속에 각인이 되더라.
엄마랑 남자는 내가 바로 옆에 와서 ‘엄마 뭐해?’라고 묻기 전 까지 내가 깬 걸 모르고 엉덩이를 흔들고 있었다.
그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을 난 어떤 기호와 연관 지어서 머릿속에 담은거로 기억하는데.
당시 tv에서 보던 만화 ‘짱구는 못 말려.’ 에 나오는 엉덩이춤을 엄마와 남자의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것과 연관 지어 이해하려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튼 내가 바로 옆에서 뭐하냐고 물으니까 그제 서야 엄마와 남자가 놀라서 벌떡 일어나더라.
그 뒤의 기억은 뭔가 안개처럼 흐릿한데.
어렴풋 기억나기론 엄마가 부랴부랴 나를 다시 눕히고 재웠던 거로 안다...
후...
현재 엄마는 내가 이걸 전혀 기억 못하고 있는 거로 아는 거 같다.
그도 그럴게 이미 10년도 훨씬 지난 일이고 당시 난 유치원생 정도로 너무 어린 나이였으니까. (나도 너무 까마득해 유치원 어느 때 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엄마와 남자가 소파위에서 알몸으로 엉덩이를 흔들던 게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고 부리부리 엉덩이춤으로 오래 기억에 남더라.
그것도 너무나 선명하게...
그 기억은 내가 고등학교 올라와 그게 뭐였는지 이해할 때 까지 지워지지 않고 인화된 사진처럼 내 머리에 남아있었다.
아... 진짜 쓰면서도 마음이 너무 복잡하다...
후...
문제는 이 기억이 다가 아니고... 그땐 몰랐어도 지금 생각해 보면 집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가령 남자가 우리 집에 있는 날엔 방문 잠그는 일이 많아지는 거.
이걸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건 평소와 다른 이질적인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엄마와 나만 있을 땐 집에서 문 잠그는 일 따윈 없었으니까.
몇 개 기억나는 걸 얘기하면,
그땐 내가 엄마가 없으면 잠을 못 자고 그랬다.
그래서 도중에 자다가 깨는 날은 엄마 찾으러 안방까지 가고 그랬는데.
평소엔 안방 문이 안 잠겨 있어서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었지만 남자가 우리 집에서 자고 가는 있는 날이면 꼭 문이 잠겨있었다.
엄마가 안방에서 자고 있을 텐데 안방문은 안 열리고, 어둠속에서 무서워서 ‘엄마! 엄마!’하고 울면 잠시 후 철컥 하고 방문이 열리면서 엄마가 허겁지겁 나를 달래주곤 그랬다...
그리고 또 하루는 내가 너무 오줌이 급해서 화장실 가려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문이 잠겨 있어서 누구 있냐고 그러니까 안에서 엄마가 자기 있다고 그러더라.
나랑 있을 때 잠그지도 않았던 화장실 문을 걸어 잠궜기 때문에 이때도 뭔가 이질감을 느꼈었는데,
내가 너무 급해서 ‘엄마 빨리!’라고 했고 엄마는 안에서 ‘알았어 잠시만 기다려.’ 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말 터지기 직전이라 엄마! 엄마! 라고 외쳤고, 엄마는 그제서야 후다닥 문을 열고 변기에 나를 앉혔다.
그런데 그때,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화장실 안에 엄마만이 아니라 남자도 같이 있었던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었다.
... 계속하는 말이지만 그 때는 왜 엄마가 남자가 집에 있는 날이면 문 잠그는 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까, 직접 보진 않았어도 이게 뭐였는지 대충 짐작이 가더라...
아... 진짜 이렇게 정리해 놓고 나니까 가슴 답답해 미치겠다.
엄마한테 내가 알고 있는 비밀을 고백하는 것을 상상해 본적도 있다.
엄마가 강하게 부정할까?
아니면 변명을 할까?
어쩌면 내가 잘못 기억하는 거라고 몰아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뭐가 됐든 엄마한테 말하기 전으로 돌아가지 못할까봐 무서워서 말을 못하겠더라.
내가 누리고 있는 이 평범한 일상이 그 말 한마디로 부셔져 버릴까봐...
그동안 뉴스나 혹은 말로만 들었던 이혼이야기가 우리 집에 현실화 되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들고...
또 속물스럽지만 입시 준비에 지장이 갈까봐 걱정도 되고...
그리고 뜬금없이 동생 걱정이 되더라.
혹시 ‘동생이 엄마가 바람피다 낳은 아이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물론 이건 너무 나간 추측인거 같은 게.
동생이 태어난 건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인데 내가 초등학교 입학한 이후 언제 부턴가 그 남자를 본 기억이 없으니까.
근데 내가 입을 잘못 놀리면 이게 집안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감이 오지 않더라...
동생은 무슨 죄고...
가끔 싸우긴 하지만, 나 공부한다고 애가 음료수도 사놓고 챙겨주려고 하는 거 보면 뭔가 기특하고 대견한데.
후... 모르겠다. 진짜.
지금까지 가족인 줄 알고 살았는데 아니라는 건 생각도 하기 싫고 미치겠고.
왠지 우리 집에서 나 혼자만 이 모든 걸 안고 가고 있는 거 같아서 너무 힘들다.
그리고 일하고 들어오는 아빠만 보면 도저히 죄스럽고 답답해서 참기 힘들다.
아빠가 무역쪽에 일하셔서 집에 진짜 가끔 들어오는데.
요즘 가족이 붕괴되는 악몽을 꾸면 그때마다 아빠가 꼭 나온다.
내가 집에 왔더니 사실은 안 아빠가 집 박살내고 엉엉 울고 있는 그런 꿈을 꿔.
그런 꿈을 꾸고 일어나면 등이 땀에 절어있고 무서워서 한동안 몸을 움직이지 못해.
근데 나중에 정신이 다시 맑아지면 꿈속의 아빠가 너무 불쌍하고 처량해 보이더라.
결국 난 겁쟁이라 엄마의 불륜에 대해 말하지 못했지만...
이거 때문에 요즘 너무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하고 공부가 손에 잡히질 않는다.
선생님한테 상담할 수도 없고...
하, 내일 학원가야 하는데 왜 이 시간까지 이걸 쓰고 있지.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없을 텐데...
진짜 답답하다...
이런 건 가슴 한 구석에 영영 묻어둬야 할 거 같은데...
그래도 너무 답답해 미치겠다...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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