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리듬이 유행을 타기 시작한 것은 대략 1990년대 정도입니다. 그러나 바이오리듬 자체의 역사는 꽤 오래되어서 1906년 독일의 의사 빌헬름 프리츠가 그 시조인데요. 그가 환자의 병력카드를 보니 여러 증세가 일정한 주기로 나타나더란 거죠. 그래서 연구를 했더니 특정 인자가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는데 P인자는 23일, S인자는 28일 주기로 사이클을 타더라는 것입니다. 그 후 알프레드 텔쳐가 새로 지성의 33일 주기를 추가로 확인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100년이 넘게 여러 학자(?)들이 연구해온 결과이니 나름 과학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죄송하지만 큰 오해입니다. 이후 여러 연구(?)에 의해 38일 주기의 직감리듬, 43일 주기의 미적감각리듬, 48일 주기의 자각상태리듬, 53일 주기의 영적감각리듬이 더 추가되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지금은 조금 덜 합니다만 이 바이오리듬은 한때 굉장한 유행을 탔습니다. 각자의 생년월일을 넣어서 오늘의 상황이 어떤지 설명해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있었지요. 연예인들이 나와선 자신의 생년월일을 넣어보고 ‘아 어쩐지 오늘은 말이 잘 떠오르질 않았어’ 라든가 ‘오늘 컨디션이 좋은 이유가 이거군요.’ 등의 말을 했지요.
(당시 방송에서 바이오리듬이 쓰이던 양상은 요즘 MBTI가 방송에서 쓰이는 것과 아주 유사하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선 자신의 생년월일을 넣으면 그날의 바이오리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휴대폰에 자신의 바이오리듬을 측정하는 프로그램이 깔리기도 했고, 인터넷을 통해 프로그램을 다운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운동선수들은 자신의 바이오리듬을 체크해서 경기에 임했고, 감독이나 코치도 참고를 했지요.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8~90년대 신문, 대기업이나 의사들도 바이오리듬을 신뢰하고 인재채용이나 임상 등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전문가가 신뢰한다고 해서 반드시 과학적으로 완벽한 논리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더구나 더 우스운 것은 세 가지 주요 주기의 리듬이 모두 0이 되면 사망에 이른다는 주장입니다. 각기 주기가 23일, 28일, 33일이니 정확히 58년 3개월이 되면 세 가지 주기가 모두 0이 됩니다. 간단한 수학인데 23, 28, 33의 최소공배수가 21,252인 것이죠. 그냥 세 수를 곱해도 됩니다. 결국 태어난 날로부터 21,252일이 되면 사망하게 되는데 그걸 계산해보면 58년 3개월이 되는 겁니다. 물론 날까지 정확히 잡을 순 없는 것이 그사이 윤년이 몇 번 있는지는 태어난 해에 따라 다릅니다. 그래 봤자 하루나 이틀 정도 차이입니다만. 어찌 되었건 바이오리듬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60살이 되기 전에 죽게 된다니요? 평균 수명이 80에 가까워지는 오늘날 이보다 더 한 예언은 없는 것이죠. 과학이라는 | 박재용 저 MBTI도 시대가 지나면 바이오리듬 꼴 날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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