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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시대박ll조회 3182l
이 글은 1년 전 (2022/12/08) 게시물이에요

 

잊을 수 없는 순간, 분위기 적어보는 달글 | 인스티즈




서늘한 새벽 공기 마시면서 버스타고 등교했던 날

밤새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해뜨는거 보면서 기숙사 들어가던 날
차가운 안개때문에 공기가 축축했는데
시험범위 다 보고 들어가서 뿌듯하고 기분 좋았어

점심시간에 밥 다먹고 양치까지 다 끝내고
친구들이랑 나무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서 수다떨던 날

건조기 돌린 수건에서 나는 뽀송하고 따뜻한 느낌

어릴적 설에 시골 내려가면 꼭 함박눈이 내려서 온통 눈으로 덮였어
엄마랑 아무도 밟지않은 새하얀 눈을 뽀득뽀득 밟던 순간

아파트 1층에 살았을때 베란다 앞에 키큰 벚나무가 있었어
여름방학때 베란다 문열어두고 벚나무 그늘 아래
대나무 돗자리 위에서 방학숙제 했는데
돌돌돌 돌아가던 선풍기소리 맴맴맴 울어대는 매미소리
얼음이 잘그락 거리는 시원한 보리차 컵표면에 흐르던 물방울
더운 여름냄새 모든게 선명하게 기억나

아빠가 포대자루에 지푸라기 넣은 썰매 만들어줘서
동생이랑 복돌이랑 발가락 다 얼때까지 썰매 타고 놀던 날

중학교랑 이어져있던 산이 있었는데 그 산 바로 아래에 계단이 있었어
여름엔 산에서 흘러내려온 약숫물로 시냇가가 생겼고
겨울엔 산그늘때문에 눈이 느리게 녹았어
우리반이 그 계단이랑 제일 가까운 반이었는데
반친구들이랑 여름엔 맨발로 물장난치고 겨울엔 썰매탔어
여름이든 겨울이든 옷이 홀딱 다 젖을때까지 놀았는데
애들이랑 별것도 아닌것에 자지러지게 웃고 놀았었던 날들이 잊혀지지않아

욕조에 따뜻한 물 받아서 반신욕하고 때도 개운하게 밀고 나와서
손톱발톱 깎고 로션바르고 머리말리고 새로 세탁한 잠옷입고
포근한 이불에 눕는 순간

오래된 도서관에서 나는 책냄새 나무책장 냄새

쌀쌀한 가을비 내리던 날
수업 다 끝나고 기숙사 방에 돌아와서 젖은 옷 갈아입고
친구랑 따뜻한 코코아나 라떼 마시면서 얘기하던 날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가 향긋한 차랑 잘 어울렸어

친구들이랑 해외여행갔는데 갑자기 열나고 몸살나서
오전일정은 빠지고 나혼자 방에서 약먹고 쉬었어
바스락거리던 이불속에 파묻혀서 바깥풍경 구경하다가
또 스르륵 잠들었다가 일어나서 구름구경하고 그랬어
저녁쯤엔 좀 괜찮아져서 친구들이랑 만나기로하고 좀 일찍 나갔어
노래들으면서 강변걷고 노을지는것도 봤는데
빡빡했던 일정과는 다르게 여유롭고 한적한 느낌이라 좋았어

대학생때 밤마다 긱사 친구들이랑 학교 탐방하러
구석구석 돌아다니다가 별이 잘 보이는 곳을 발견했었어
캠퍼스의 가장 구석에 위치한 건물의 2층 공원이었는데
건물 뒤편은 산인데다가 외진 구석이라 밤엔 불빛이 전혀 없었거든
가로등이 있긴했는데 2층까지 빛이 올라오지 못할정도로 약했어
덕분에 정말 캄캄한 암흑 속에 있는 느낌이었고
밤하늘의 별은 마치 새카만 융단 위에 흩뿌려 놓은
작은 보석 알갱이처럼 반!짝!반!짝! 했어
여름엔 모기한테 뜯겨가면서 맥주마시고 놀았고
가을엔 감성적인 노래 틀어놓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눴어
나는 겨울 밤하늘이 가장 좋았어
날씨 때문인지 유독 별도 선명하고
하늘도 왠지 덜 새카맣고 시리고 푸른 느낌이라
겨울엔 가끔 혼자 울고싶을때 가서 울다가 별구경하고왔어

고2때 일주일에 한 번씩 조퇴증 끊고 병원을 다닌 적이 있는데
담당의 진료 스케줄에 맞춰서 목요일 오후에 다녀왔어
평일 오후라 거리도 지하철도 모두 한산했어
따뜻한 햇살에 온몸이 노곤노곤 나른한 느낌
창밖엔 무수한 풍경이 빠르게 지나가고
텅 빈 열차는 평소보다 더 크게 덜컹거려서
꼭 버려진 도시에 혼자 멀리 떠나는 기분
가끔은 진료가 끝나고 바로 돌아가지 않고
근처 카페가서 달달한 간식을 먹곤 했어
원래같았으면 교실에서 수업을 들어야 될 시간인데
돌아다녀도 괜찮은 그 시간이 달콤하고 소중했던 날들

매년 여름마다 엄마가 물들여 주던 봉숭아물
엄마랑 선선한 밤공기를 마시며 산책하다가
길가에 자란 봉선화 꽃과 잎을 한움큼 뜯어와
잎을 넣어야 색이 진하고 예쁘다는 말과 함께
따온 꽃과 잎을 한 데 모아 짓이기면 나던 풋내
내 손톱 크기에 맞춰 자른 비닐과 하얀 명주실
손톱 옆 살에는 물들면 안된다며
내 열손가락에 꼼꼼히 발라주던 엄마 크림냄새
모든 준비가 끝나면 바스락거리는 비닐을 손 끝에 대고
빻아놓은 봉선화를 손톱 크기에 맞게 뭉쳐서 올리곤
비닐을 곱게 차곡차곡 접어 명주실로 동동 감아서 묶어
밤새 뒤척이다 풀리지 않게 단단히
그러나 내가 답답해 하지 않을 정도로 느슨하게
엉뚱한 곳에 봉숭아물이 들지 않게
모든 과정을 하나부터 열까지 엄마가 해줬어
엄만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섬세하고 정갈한 손길로
나와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면서 했어
여름 밤에 우는 풀벌레 소리 개구리 소리
바스락거리는 비닐소리 나긋나긋 엄마 목소리
엄마 화장품 냄새 진한 봉선화 풋내
다음날 일어나면 주황빛으로 곱게 물들여져 있는 손가락들
단 한번도 빼놓지 않고 그해 첫눈을 보고 빠진 봉숭아물

여름비가 내리면 나던 물에 젖은 흙냄새 풀냄새 나무냄새

알록달록하게 물들어 떨어진 낙엽 더미 위를 걸을 때마다 나는
파삭파삭 낙엽 부서지는 소리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쑥쑥 들어가던 푹신푹신한 느낌
시원한 가을 바람 냄새
바람에 한없이 가벼이 날리는 낙엽
축축하게 젖어 바닥에 납작 붙어있는 낙엽



그냥 소소한것도 좋고 다 좋아
여시들이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은 어떤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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