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두환씨 혹은 다른 가족들과 5·18에 대해 이야기 한적이 있는가.
▲항상 같은 식으로 대답을 했다. 민주화운동이 아닌 폭동이고, 북한군 개입이 있었고, 우리 가족이 피해자다라고 일관되게 말을 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다보니 나도 세뇌가 됐고, 곧이곧대로 믿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5·18이 궁금해 물어보면 분위기가 불편해져서 대화 자체를 길게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할아버지 옛날 업적 이야기, 얼마나 힘들게 그 위치까지 왔는지 이야기 등을 했다.- 5·18에 대해 알게 된 시기는 언제인가.
▲초등학교때다. 뉴스에 우리 가족 이야기가 나오면 (주변)사람들이 하나같이 욕을 하고 (우리 가족이)죽어야된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그러다보니 5·18에 대해 궁금해졌지만, 당시에는 가족으로부터는 ‘폭동’이라는 식의 이야기밖에 듣지 못했다. 나 또한 이기적인 마음에 그대로 믿어버렸던 것 같다.-할아버지인 전두환과의 관계는 어땠나.
▲당시 할아버지는 집안에서 ‘신과 같은 존재’였다. 매주 일요일이면 무조건 할아버지 집에 온 가족이 모여야 했는데, 가족 뿐 아니라 사람들이 미어터져서 가깝게 지내진 못했다. 북한에서 김정일·김정은 찬양하듯 할아버지를 신격화했다. 나중에 할아버지가 조사를 받고 사람들 발길이 끊길 때 쯤 겨우 할아버지와 조금 친해졌는데, 그때도 5·18에 대해 물어보면 고개를 돌리거나 대답을 회피했다.-전두환을 학살자라고 규정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에 마약 조사를 받는데 증거를 물어보더라. 광주에서 (5·18피해자들은) 온 가족이 다 죽고, 억울한 마음으로 법정에 갔을 때 똑같은 이야기 들으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확한 근거가 없으니 이렇게 전씨 일가가 떳떳하게 살고 지내는 거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라도 사과를 드리려고 한다. 사과한다고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분들의 억울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려주고 싶다.-광주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감사하고, 죄송하고 책임감이 많이 느껴진다. 나에게 계란이나 돌을 던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소중한 자리를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http://m.kwangju.co.kr/article.php?aid=1680173100750602006추천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