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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광화문 곰' 고성일

한국 사채시장을 주름잡던 3인방 | 인스티즈



(통일 교육원부지 1만6878평을 흔쾌히 기부하신 송암 고성일님의 높고 푸른 뜻을 기립니다)


황해도 연백평야에서 태어난 고성일은 20대 초반에 광목 장사로 밑천을 모았고, 광복 직후 월남해 남대문시장에서 수입 염료상과 암달러상으로 큰 돈을 벌었다. 암달러상들은 미군 PX물품을 떼다 파는 소매상들을 상대로 하루에 1%가 넘는 비싼 이자를 붙여 돈을 빌려 주었다. 이들이 한국전쟁 이후 명동에 자리잡으면서 1세대 사채업자가 된다.



고성일은 60년대부터 서울과 수도권의 땅을 닥치는 대로 사 모았다. 이 때 복덕방 사이에서 '서울로 들어가려면 고성일의 땅을 안 밟을 수 없다' 라는 속담이 생겼다고 한다. XX시 땅 절반이 누구누구 땅이다 같은 표현의 원조인 셈



70년대부터는 건설사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는데, 그동안 쌓아두었던 막대한 현금을 이용해 주가를 말 그대로 가지고 놀았다. 고성일이 어떤 건설사 종목을 싸그리 매집해서 씨를 말려버리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뛰고, 그때 물량을 다 풀어버려서 이득을 챙기는 식. '광화문 곰' 이라는 별명이 생긴 것도 곰처럼 주식을 후려친다고 해서 붙은 것이다.



지금 하면 빼박 주가조작으로 잡혀갈 일이고, 그 전에 아무리 슈퍼개미라도 일개 개인이 상장사 주식을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지만, 이때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주식시장도 작았고, 관련 법령도 미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 사채시장을 주름잡던 3인방 | 인스티즈



1980년대 초반 강남 개발이 결정되면서 고성일은 한번 더 날아오른다.



고성일은 농지였던 강남의 땅을 아주 많이 가지고 있었고, 개발에 따른 토지 보상비로만 500억을 벌었다고 한다.



이 당시 은마아파트 한 채 분양가가 2천만원이었으니, 지금으로 따지면 최신식 아파트를 2500채나 살 수 있는 돈이다.



정점에 오른 고성일은 광화문 뒤쪽 세종빌딩에 세형상사라는 기업을 세우고 10여명의 직원들을 시켜 자신의 주식과 부동산을 관리하게 했다.



이 때 고성일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하루에 수백억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었다고 하며, 신군부를 포함해 정계의 각종 인사들과 커넥션이 있고, 고성일은 그들의 돈을 대신 관리해주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한국 사채시장을 주름잡던 3인방 | 인스티즈



그러나 고성일의 말년은 순탄치 못했다. 90년대에 이르면 대한민국 주식시장 규모도 제법 커져 더 이상 개인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고, 고성일의 투자수법도 불법으로 규정된 지 오래였다. 심지어는 유공(SK) 주식을 매집해 주가를 끌어올리려다 고성일의 투자를 예측한 다른 작전세력에 걸려들어 많은 돈을 잃기까지 했다.



1991년에는 한보철강에 대한 시세조작 혐의로 고발당했다, 다음 해에는 23개가 넘는 신용금고에서 제 3자 명의로 불법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결정타는 금융실명제였다. 주식시장에서 쫓겨난 고성일은 그렇게 대중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갔다.



'광화문 곰'이 마지막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97년 6월이다. 고성일은 자기 땅에 철망과 체육시설물을 설치한 강남구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승소해 1억원의 배상판결을 받아냈다. 그로부터 석 달 뒤 고성일은 생을 마감한다.



고성일은 80년대까지만 해도 엄청난 땅과 부를 가지고 있었지만, 죽기 직전에는 빚을 갚기 위해 노른자땅을 팔아야 할 정도로 빚에 쪼들렸고, 세금도 제대로 내지 못해 178억에 달하는 개인사상 최고 국세체납액을 기록했다.







2. '명동 백할머니' 백희엽

한국 사채시장을 주름잡던 3인방 | 인스티즈



"투기는 죽어나는 곳에서 벌이는 자선행위야. 이 말의 뜻을 제대로 해석하면 자네는 투자의 처음과 끝을 아는거네." >



백희엽은 평양 대지주의 딸로 태어났다. 6,25전쟁이 터지고 부산으로 월남한 백희엽은 얼마 안 되는 돈만 가지고 급하게 내려왔지만, 부산에서 페니실린과 마이신(항생제) 을 팔며 종잣돈을 만들었고 대구에서 군복 장사와 제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국 사채시장을 주름잡던 3인방 | 인스티즈



1958년 건국채권 가격이 20% 밑으로 떨어지는 국채파동이 일어나자 백희엽은 닥치는 대로 건국채권을 긁어모았고 큰 부를 만들었다. 이때부터 백희엽은 채권과 사채시장에 뛰어들어 명동 사채업계의 '큰손'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1960년대 후반, 주식 시장이 성장하면서 한국 금융이 채권 중심에서 주식 중심으로 넘어가자 백희엽도 주식 투자를 시작한다. 백희엽은 고성일과는 정반대로 전형적인 '우량주 투자'를 고집했다. 수익성이 좋아 보이는 기업 주식만 골라서 사들여 2, 3년을 묵힌 뒤 주가가 오르면 차익 실현에 나섰다.



70년대 초에는 삼보증권(현 대우증권) 주식을 10%나 보유한 2대 주주였고, 300억에서 400억이나 되는 자금을 굴렸다. 1970년 우리나라 증시 전체 시가총액이 970억원이었던 시절이었다.



명동 백할머니는 엄청난 돈을 보유한 갑부였지만 물욕이 없었는지 돈을 쓰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수입품과 사치품을 끔찍하게 싫어했고, 검소한 생활을 유지했다. 백희엽이 95년에 사망할 때 언론은 그녀의 실물자산이 200억대였다고 보도했다.

www.youtube.com/embed/KdC2uiKApsg


(1분 40초)



백할머니의 장남 박의송은 서울대를 나와 미국 MBA를 마치고 삼보증권 상무이사를 거쳐서 우풍상호신용금고 회장 자리에 올랐는데, 훗날 전설적인 공매도 사건으로 기억되는 '성도이엔지 공매도 사건'을 일으켰다가 회사를 말아먹었다.

 

 

한국 사채시장을 주름잡던 3인방 | 인스티즈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그녀의 제자였고,

한국 사채시장을 주름잡던 3인방 | 인스티즈
한국 사채시장을 주름잡던 3인방 | 인스티즈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백선엽 대장과 선인학원을 설립한 백인엽 중장이 그녀의 사촌이다.






3. '현금왕' 단사천

한국 사채시장을 주름잡던 3인방 | 인스티즈



단사천 회장은 1950년대부터 명동 사채시장을 휘어잡은 '큰 손'으로 꼽혔다. 사채업계에서 수많은 중소형 사채업자들을 거느린 전주로 군림하며 '지하의 재벌'이라고 불렀고, 그 이명에 걸맞게 삼성과 현대가 손을 벌릴 정도로 큰 돈을 손쉽게 조달한 사람이다.



그는 다른 큰손들과는 달리 오로지 사채업과 부동산에만 열중했고, 사채로 번 돈을 계속해서 사채업에 재투자해 종국에는 대기업 회장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을로 부리는 갑 중의 갑이 되었다.



1960년대 중반 단사천이 한 번에 빌려줄 수 있었던 현금량은 약 60억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 삼성그룹의 연간이익이 약 190억원이었는데, 단사천은 하루에 삼성그룹 연간 이익의 1/3에 달하는 자금을 빌려줄 정도의 재력가였다. 때문에 왕회장이라고 불리던 회장 중의 회장, 정주영 회장도 단사천에게 온 전화만큼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받았다고 전해진다.



1974년에는 재벌 회장님들을 제치고 종합소득세 납부 순위 7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1980년대에는 하루에 움직이는 자금의 규모가 3000억데 달했다고 한다.



IMF 이후 기업의 상호출자, 빚보증, 차입경영 등등이 제한되며 전통적인 명동 사채시장이 박살난 이후에도 전성기 시절 긁어모은 부동산 덕택에 그의 재산은 건재했다. 주식을 좀 해 봤다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해성산업이 바로 단사천 회장의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세워진 기업이다.

한국 사채시장을 주름잡던 3인방 | 인스티즈



단사천은 2001년에 사망했고 해성산업은 아들인 단사완에게 넘어갔다. 지금도 해성산업은 테헤란로에 있는 해성 1/2 빌딩을 비롯해 서울의 온갖 알짜배기 부동산들을 갖고 있다.

 

 

추천  1


 
그 많은 돈을 가진 부자도 그 부를 아직까지 누리고 있는건 현금왕 단사천의 자손뿐이네요.
유일하게 주식에 손을 대지 않은것도 특이하구요.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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