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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묘해요ll조회 1848l
이 글은 8년 전 (2015/7/28) 게시물이에요




 

사람들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표범 

맹수지만 사람에게 길들여져
자기가 누군지 잊어버린
이제 더 이상 고개를 들 수 없겠네

무엇이 기억나는지
눈 밑으로 눈물이 흘러 생긴 삼각형
얼굴은 역삼각형

눈물과 얼굴이 만나
삼각형이 되어버린 표범

솔로 강아지

우리 강아지는 솔로다

약혼 신청을 해 온 수캐들은 많은데

엄마가 허락을 안 한다

솔로의 슬픔을 모르는 여자

인형을 사랑하게 되어 버린 우리 강아지

할아버지는 침이 묻은 인형을 버리려한다

정든다는 것을 모른다

강아지가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 있다

외로움이 납작하다

도깨비

어둠은 빛난다

긴 혓바닥을 내밀고

뿔을 어루만진다

왈왈 짖어댈 때마다

현실이 뒤집어진다

아름답게

부럽게

어둠은 무엇이든 다 만든다

그리고 모른 척한다

잔혹동시의 다른 시 | 인스티즈

오빠의 고추

오빠는 내 앞에서 벗고 다녀

고추가 내게 보여

어떡하지?

오빠는 어엿한 열두 살인데

십여 년 전 고추는

아직 철을 모르는 걸까?

이걸 시로 써도 되는 걸까? 시집에는

만으론 열 살이라 써야 되는 걸까?

눈 내리는 날 만난 남자 이야기

눈 내리는 날 만난

귀가 뾰족한 남자

말발굽을 가진 남자

턱에 염소수염이 달리고

머리카락이 말갈기인 남자

집엔 책밖에 없는 남자

이 남자 눈에 나는

어떻게 보일까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일까

눈 내리는 날에는

불멸의 사과

죽은 후 남들이 욕할까 봐

살아서 하고 싶던 것을 영원히 못할까 봐

내 사랑 일 순위 순둥이를 못 볼까 봐죽음이 두려워진다

사과를 먹다 숟가락으로 두드리며 염불을 외운다

나무아미 나무아미 나무아미타불

둥둥 사과가 북소리를 낸다

사과도 죽기 싫은가보다

먹히는 게 싫은가 보다

무궁화

분홍빛 레이스

투명한 피부 아래 보이는 가는 핏줄

눈이 높이 쌓아올린 모기알

각이 없어

행복해 보이지 않는 오각형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친구들과 내기를 했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말하기

티라노사우르스

지네

귀신, 천둥, 주사

내가 뭐라고 말했냐면

엄마

그러자 모두들 다같이

우리 엄마 우리 엄마

엄마라는 말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꿀맛

아무리 먹기 싫은 음식이라도

며칠을 굶어 봐

평소에는 손대기도 싫었던 음식마저

춤추며 입 안으로 들어올 거야

꿀맛이 무언지 알게 될 거야

배고픈 위에서 지식이 뇌로 올라갈거야

사춘기

아이는 빛에서 나와 계단으로 내려간다
한 칸마다 하나의 발자국
어둠 속으로 내려간다
얼굴도 손도 다리도 점점 어두워진다

겨울 선물




찬바람이 불어오네
겨울이야 겨울
겨울잠 자러 가던 토끼가
흰 앙고라 장갑을 주고 가네


꽁꽁 얼음이 어네
겨울이야 겨울
겨울 잠 자러 가던 박쥐가
까만 부츠를 주고 가네


콜록콜록 기침소리가 들리네
겨울이야 겨울
겨울 잠 자러 가던 무당벌레가
알록달록 목도리를 주고 가네




착한 오빠


오빠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었다 내 친구가 오빠의 머리카락을 한참 잡아당겼기 때문에 태권도 사범단이면서도 때리는 대신 말없이 참는 오빠 어떤 아이가 날 놀렸을 때 오빠는 그러지 말라고 말려 주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친구 앞이었기 때문에 남매란 무엇일까 가족이란 무엇일까 피가 섞인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플 때 같이 아프다는 것일까



내가 시를 잘 쓰는 이유


상처딱지가 떨어진 자리 
피가 맺힌다 

붉은 색을 보니 먹고 싶다 
살짝 혀를 댄다 

상큼한 쇠맛 
이래서 모기가 좋아하나? 

나는 모기도 아닌데 
순간 왜 피를 먹었을까 

몸속에 숨어 사는 피의 정체를 
알아보려면 
상처딱지를 뜯고 피를 맛보아야 한다 

모기처럼 열심히 피를 찾아야 한다 
모든 시에서는 피 냄새가 난다


 

 

잔혹동시의 다른 시 | 인스티즈

애가 천재같은데 학원 가기 싫은 날 빼고 동시가 아닌 시집으로 내는 것도 좋을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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