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C 엔터테인먼트(이하 FNC)가 씨엔블루, FT아일랜드, AOA의 기획사라는 것을 알던 사람들은 얼마나 됐을까. 하지만 이제 모두가 안다. FNC에는 유재석이 있다. 지난 16일, FNC는 정형돈과의 계약 사실을 알린 지 일주일 만에 유재석의 영입을 공식적으로 발표했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FNC와 유재석의 이름이 하루 종일 올라 있었다. 심지어 27일에는 노홍철과 김용만의 영입 소식도 알려졌다. FNC의 시가 총액은 15일 종가 기준 2,629억 원에서 무려 900억 원 정도 급상승해 현재는 3,521억 원에 달한다. 여전히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나 YG 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시가 총액에는 한참 모자란 수치다. 그러나 인지도와 시가 총액으로만 따지자면 지금 FNC는 SM, YG 바로 그다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FNC에 SM의 EXO, YG의 빅뱅처럼 완전히 ‘No.1’이라 할 만한 뮤지션 팀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대중에게는 god부터 수지까지 스타로 만든 JYP 엔터테인먼트가 더 친숙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FNC에는 유재석과 정형돈, 노홍철, 김용만을 비롯해 송은이, 이국주, 문세윤 등 예능인들, 이동건과 이다해 같은 배우들이 함께 있다. 지난 4월에는 KBS [후아유-학교 2015]로 드라마를 첫 단독 제작하기도 했다. 유재석 영입 전에도 FNC는 음악, 예능, 드라마를 함께 제작할 수 있는 자금과 인프라를 가진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였다. 이 싸움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한두 명의 스타가 아니라 많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제작 규모와 시스템이다. 오래전부터 SM은 자회사 SM C&C를 설립해 배우와 예능인 매니지먼트, 콘텐츠 제작을 겸하고 있고, YG는 차승원과 최지우 등 배우들을 대거 영입하는 것과 동시에 모델 전문 에이전시였던 케이플러스를 인수했다. 윤종신이 대표로 있는 미스틱 엔터테인먼트도 조영철 프로듀서가 지휘하고 가인이 소속된 에이팝, 많은 배우를 보유하고 있던 가족액터스를 인수·합병했다.
가수가 앨범 활동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수익과 생명력은 한계가 분명하다. 아이돌이 연기 또는 예능을 하는 건 가욋일이라기보다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다. 소속사에 이름 있는 배우와 예능인들이 있다면 문제는 한층 수월하게 해결된다. SM은 SM C&C에서 제작한 드라마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에 샤이니의 민호와 f(x)의 설리, 당시 신인이었던 EXO 멤버들을 출연시켰고, 현재는 자사 소속 강호동을 중심으로 KBS [우리동네 예체능]을 제작 중이다. 비스트와 포미닛이 소속된 큐브 엔터테인먼트(이하 큐브)는 모회사 IHQ와 힘을 합쳐 C&M, 티브로드, HCN 가입자라면 시청 가능한 K-POP 전문채널 ‘큐브 TV’를 론칭하기도 했다. 이미 대형 기획사들은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모든 인력을 갖춰놓았다. 큐브처럼 언제든지 나름의 방송국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 회사들이 K-POP 열풍과 함께 오랜 시간에 걸쳐 닦아놓은 해외 인프라는 이런 시너지를 바깥에서도 가능케 한다. FNC는 보도자료를 통해 “유재석이 출연 중인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FNC는 중국 쪽에 탄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유재석의 해외 활동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 대형 기획사가 되려면 음악, 드라마, 예능을 하나로 묶고, 그 콘텐츠를 해외에서까지 통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몇 년 후면 우리는 영화, 애니메이션, TV, 음악 제작을 모두 아우르는 미국의 종합 엔터테인먼트사 워너 브러더스처럼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탄생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울림 엔터테인먼트와 스타쉽 엔터테인먼트는 인피니트와 씨스타라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냈지만, 각자 SM C&C와 로엔 엔터테인먼트의 레이블 또는 자회사가 되는 쪽을 선택했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에도 자본과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규모의 경제’가, 아니, ‘돈이 돈을 낳는’ 구조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넉넉한 자본으로 안정적인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제작되고 유통된 콘텐츠는 다시 더 많은 수익을 가져온다. 가수 한 팀이나 노래 한 곡이 ‘대박’을 쳐서 힘 있는 기획사가 되는 시대는 진작에 저물었다. 한 기획사 관계자의 말은 지금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한다. “올해를 마지막 기회라 보고 있어요. 작은 기획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별로 없죠. 대형 기획사로 들어가서 레이블이 되는 게 가장 좋고, 그렇지 못할 경우 인디 레이블로 남거나 살아남는 것 자체가 힘들어질 거예요.” 대형 기획사의 기준은 과거와 달라졌고, 이제 그 자리에 들어갈 기회는 많지 않다. 각각의 회사들에게 선택의 순간이 된 것이다. 애초에 게임에 뛰어들 수도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회사들, 규모는 작지만 괜찮은 패를 손에 쥐고 있는 회사들, 그리고 마지막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몸풀기를 마친 회사들. 모두에게 운명을 가를 시간이 왔다.
글. 황효진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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