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우리가 “엑소 밖에 모르느냐”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한 팀 정도를 더 기억해야 한다면, 주목해야 할 팀에는 방탄소년단이 있다.
왜 많은 보이그룹들 중 방탄소년단인지 우리가 몰랐던 이들의 방대한 인기를 차례로 검증해보겠다.
#1. 음원 순위는 신경 안 써요. 우리 색깔이 먼저!
3년 차 보이그룹인 방탄소년단은 탄탄한 팬덤을 갖췄지만 음원에서 크게 강세를 보이는 팀은 아니다. 따라 부르기 곤란할 정도로 마니악한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힙합 아이돌 콘셉트였기 때문에 대중성에서는 확실히 손해였다. 불안할 법도 했지만 팀의 인지도를 알려할 할 활동 초기에 콘셉트 굳히기 전략을 묵묵하게 고수했다.
그래서 음원 순위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직전 활동곡인 ‘아이 니드 유(I need u)’에서는 반전에 가까운 두각을 드러냈다.
청춘 3부작의 첫 타이틀인 이 노래는 방탄소년단에게 음악방송 첫 1위를 안겼고, 대중적인 멜로디로 음원 시장에서도 반응을 끌어 모으며 인지도를 높였다. 집계는 주간 차트 기준이지만 실시간 차트에서는 무려 2위까지 치솟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팀의 색깔을 확실하게 잡은 뒤 1위 타이틀까지 거머쥐었으니 지금은 든든한 자신감과 추진력을 얻은 상황. ‘아이 니드 유’ 이후의 활약이 더욱 주목되는 시점이다.
#2. 글로벌 인기,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입니다
방탄소년단의 진가는 국내에서 상상도 못했던 글로벌 인기에서 엿볼 수 있다. 케이팝 붐을 타고 인기를 얻은 수혜그룹 중 하나지만 아시아 외의 국가에서도 상당한 인지도를 갖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를 기준으로 방탄소년단의 공식 뮤직비디오(버전별 포함) 조회 수를 국가별로 분석해봤다.
집계 당시부터 약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흐른 사이 ‘아이 니드 유’의 뮤비만 해도 벌써 100만뷰 이상이 늘어난 상황이다.
대부분의 케이팝 아이돌과 마찬가지로 아시아권에서의 수치가 눈에 띄긴 하지만 유럽, 영미권에서도 생각보다 높은 인지도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조회 수 1위는 한국이 아닌 미국이라는 점도 의외다. 단순히 조회 수 보다도 개성 강한 다국적 팬들의 고른 관심도가 놀라움을 자아낸다.
다국적 팬들의 방탄소년단을 향한 관심은 실제 팬덤 흡수로까지 이어졌다. 국내에서 운영되는 공식 팬클럽이 글로벌 팬클럽임을 감안해도 해외 팬 비율이 상당한 편이다. 일본과 중국에는 별개의 공식 팬클럽이 존재하는데도 적지 않은 인원이 국내 글로벌 팬클럽에 가입한 상태다. 여기에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각국의 팬페이지도 많은 인원을 거느리고 있다.
그리고 이처럼 든든한 해외 팬덤은 아직 국내에서도 대중적이지 않은 인지도인 방탄소년단에게도 월드투어를 가능하게 했다. 특히 2014년과 2015년의 월드투어 관객 규모 변화는 만 2년 사이에 이들의 성장세가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보여준다.
2014년에 아시아권에서만 공연이 가능했다면 올해는 그야말로 월드투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공연을 펼친 셈이다. 적지 않은 규모의 공연은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현실적인 인기를 체감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수치가 있다. 최근 천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가 이뤄지는 등 중화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어플리케이션인 마이돌 내 선호 캐릭터 선택 비율이다.
마이돌은 아이돌과의 가상 관계를 콘셉트로 한 잠금 화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를 선택하고 자신의 이름을 입력해두면 스타가 내게 아침 인사를 건네주는 식이다. 실제로 유저 입장에서 어떤 아이돌로부터 설렘 가득한 인사를 받고 싶은지를 생각해본다면 거품 없이 조작이 불가능한 체감 인기를 엿볼 수 있는 수치라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마이돌 유저들의 관심사 정보를 바탕으로 캐릭터 선택 비율을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한류스타 뿐 아니라 중화권, 영미권 스타를 모두 포함한 가운데 스타랭킹의 압도적 1위는 엑소였다. 방탄소년단은 2위에 해당하는 9.7%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 뒤로는 빅뱅, TFBOYS, 인피니트, 갓세븐, 원디렉션 순으로 랭크되어 있다. 국내에서 방탄소년단의 대중적인 인지도를 고려한다면 놀랄만한 수치다.
마이돌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정도 점유율일 때 방탄소년단 멤버를 선택한 유저는 약 116만 명에 달한다. 웬만한 광역시 인구를 넘어서는 엄청난 숫자다.
방탄소년단을 선택한 유저들 중 15.5%는 한국 국적이며 그 뒤로 미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 말레이시아, 브라질, 멕시코, 태국 유저들이 6%~8% 정도로 유사하게 분포되어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도 유독 해외 팬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3. 초등학생 인지도 1위? 성장 잠재력 1순위
내실 있게 인기를 다져온 방탄소년단. 이 정도면 대중성을 빼고는 부족할 게 없는 팀이다. 그렇지만 아쉬워하기는 이르다. 성장 잠재력은 엑소 이후 춘추전국시대의 보이그룹 중 가장 압도적이다.
최근 서울 시내 초등학교 3곳의 학생 440명에게 직접 호감도 설문을 벌인 결과, 멜론과 주니어네이버 호감도 및 검색 순위를 고려해 선정한 6팀의 보이그룹 중 방탄소년단이 과반수 이상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진지한 시장성 분석을 위한 투표는 아니었지만 주목할 부분은 있다. 1~4학년까지의 저학년 대부분이 후보군의 존재를 알지 못해 투표에 참여하지 못했으며, 투표인원 대다수가 5~6학년의 고학년이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1~2년 내로 아이돌 팬덤 시장의 타깃 층으로 진입한다. 새롭게 수혈될 팬덤 전망 역시 긍정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물론 ‘초통령’으로 불리는 가수들은 팬덤의 시장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지만, 방탄소년단은 이미 20~30대 팬덤을 탄탄하게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시너지 효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도 방탄소년단은 최근 네이버 V앱에서도 100만 팬을 돌파하며 SM타운과 빅뱅에 이어 3번째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발군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만하면 '요즘 애들이 좋아하는 가수'로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이렇듯 대형기획사 소속도 아닌 일명 ‘중소아이돌’이지만 방탄소년단은 무서운 존재감으로 묵직하게 커나가고 있다. 앞으로 방탄소년단이 펼쳐나갈 글로벌한 활약에 기대를 걸어봐도 좋지 않을까.
강효진기자 [email protected]
※ 위 기사는 외부 기획 취재로 작성됐습니다.